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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10월호 곰신데이트] 육군 1포병여단 칠봉포병부대 유재민 일병 & 장아림 양




견고하게 쌓아온 700일의 사랑탑
육군 1포병여단 칠봉포병부대 유재민 일병 & 장아림 양


푸른 하늘에 펼쳐진 양떼 구름, 선선한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까지 가을의 전형을 보여준 아침. 티격태격 나누는 사랑싸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유 일병과 아림 양을 만났다. 종일 이어진 촬영에 지칠 법도 하건만,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고마워’라고 속삭였다.


/ 유희종 기자
사진/권윤성 A&A스튜디오 포
토그래퍼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속삭임

“고등학교 2학년, 아림이와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아림이를 보고 첫눈에 반했지만, 아림이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그 후로 1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죠. 하지만 도저히 아림이를 잊을 수 없었던 제가 주선자를 조르고 졸라 고 3때 다시 만나게 됐고, 결국 당당히 커플이 되었습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을 몸소 입증해낸 주인공, 유 일병이 바로 끼 많고 웃음 많은 오늘의 군화. 유 일병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그녀는 순수한 미소가 빛나는 팔방미인 아림 양이다.

가수지망생 출신에 실용음악을 전공한 유 일병의 끼는 첫 촬영부터 남달랐다. 자칫 낯간지러울 수도 있는 포즈에도 적극적인 데다,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뛰어난 연기력을 뽐내며 위트 넘치는 장면을 연출해낸 것. 21살 동갑내기임에도, 수줍어하는 여자친구를 보듬어가며 촬영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오빠 같았다.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속삭이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렸던 두 사람. 군화로서, 고무신으로서 서로에게 서운했던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고 입을 모으는 두 사람이 첫 만남 이후 7백 일 동안 쌓아온 사랑탑은 이처럼 견고했다. 그래서일까, 이 둘은 인터뷰 내내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는’ 모습보다는 ‘소꿉친구 같은 연인’을 보여주었다. 데이트를 위해 방문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그려내며 시종일관 장난어린 애정행각을 멈추지 않았던 것! 의젓한 군대식 말투로 무장했던 유 일병은 여자친구의 앞에만 서면 장난기 가득한 소년으로 돌아가 아림 양의 머리를 헝클어놓기 일쑤였고, 아림 양은 새침하게 눈을 흘기면서도 금방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애정을 과시했다.

“남자친구의 듬직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이 좋다”는 아림 양과 “여자친구의 아이 같은 순수함이 사랑스럽다”는 유 일병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 아닐까.

 


초식남, 내조의 여왕을 만나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던 그들의 애정전선. 이제는 그 위험하다는 ‘일말 상초’를 무사히 지나고 있다. 얼마 전 700일을 맞았다는 두 사람에게 비결을 물었다. 물론 이번에도 상대의 덕분이라고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림이에게 고맙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훈련소 시절, 인터넷 편지를 하루에 7통도 넘게 써줬어요. 추운 겨울에 자대 배치를 받은 저를 위해서 방한도구 세트를 챙겨주고, 휴가를 나갈 때면 위병소까지 마중 나옵니다. 이렇게 배려 깊고 착한 여자친구가 또 어디 있겠어요?”

그러자 마주 앉은 아림 양은 “훈련소 때, 편지를 150통이나 써서 부대에서 세 번째로 많이 썼어요. 고무신의 자존심을 세운 거죠.” 하고 덧붙이며 배시시 웃는다.




집이 부대와 가까운 편이어서 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면회를 간다는 아림 양.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선임들 몫까지 손수 만든 케이크를 선물했고, 유 일병의 생일 때는 ‘9첩 반상’을 차려주고 싶어 9단 도시락을 준비했다는 ‘신들린 내조’를 보여준다. 유 일병이 고기를 먹고 싶어 할까 봐 면회 올 때 삼겹살에 휴대용 가스레인지까지 준비해 면회소에서 고기를 구워준 일화까지 들으면 누구라도 그 정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 하지만 아림 양은 맑은 눈을 빛내며 “좋은 것을 보면 주고 싶어지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 것뿐”이라고 말하며 되려 유 일병의 칭찬을 늘어놓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믿음직한 재민이는, 말을 참 잘해서 한 마디를 해도 늘 감동을 줘요. 400일 때는 일기장 한 권 가득 마음이 찡해지는 편지를 써줬죠. 가장 감동받았던 건 제 생일 때였어요. 아무 일 없는 척 길을 걸어가다가 노래방에 들어갔는데, 미리 준비해둔 케이크와 함께 노래를 불러주는 거예요. 재민이가 워낙 노래를 잘 해서 평소에도 많이 불러주지만 이벤트의 느낌은 색달랐어요. 게다가 요즘에도 매일 서너 번씩 전화를 걸어주니까, 군대에 있어도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러자 유 일병이 말을 받는다. “저희는 뭐든지 커플이에요. 커플 다이어리, 커플 전화번호, 커플 신발, 커플티까지. 게다가 입대 전에도, 휴가를 나가서도 매일 함께 붙어다녔으니 멀어질 틈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당시 유 일병은 상병 진급을 열흘 앞두고 있었다. 전역할 무렵이면 만난 지 천일이 된다고. 유 일병은 “아직 커플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전역하면 천일을 맞아 예쁜 커플링을 서로에게 끼워주고 싶다”며 아림 양의 손을 다정스레 잡았다. 두 사람의 손가락에 서로의 마음을 약속하는 커플링이 반짝일 그날까지,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