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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HIM이 만난 1월의 병사] 국군체육부대 함지훈 병장 vs 강병현 일병

 

 

상무 무패행진의 두 주역, 벅찬 새해를 맞다!

 

 

 

중앙대 농구부 선후배에서 울산 모비스와 전주 KCC 소속의 라이벌로. 이제는 함지훈 병장과 강병현 일병으로 상무에서 함께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를 만나 지금까지의 둘의 인연과 농구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선수로서의 길을 물었다.

 

진행/조상목 기자 , 글/ 유희종 기자 , 사진/ 조상철 A&A스튜디오 디렉터

 

 

 

지난 2010년 4월 11일 잠실실내체육관. 울산 모비스와 전주 KCC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울산 모비스 선수단과 팬들은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피말렸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은 등번호 12번의 함지훈. 2009~2010 정규리그 MVP에 이어 플레이오프 MVP까지 거머쥔 함지훈 선수. 입대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팀의 우승을 이끌어낸 그의 주위는 온통 기쁨의 환호성과 샴페인 터지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때 경기장 한 편에서 그런 함지훈 선수를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던 이가 있었으니, 38점차의 완패를 당하고 우승트로피까지 내줘 쓴 입맛을 다시며 돌아선 강병현 선수였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2011년 4월 27일,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이번에는 KCC가 동부를 꺾고 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강병현 선수는 더 이상 부러움이 아닌 자신감 가득한 챔피언급 미소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함지훈 선수가 1년 전 그랬듯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을 가슴 벅찬 감동과 함께 마친 강병현 선수는, 그토록 부러워했던 함지훈 선수의 후임으로 국군체육부대 상무에 합류했다.

     

 

 

선임과 후임으로 다시 만난 라이벌

 

 

프로리그에서는 경쟁자였던 두 사람이지만, 지금은 상무 농구팀 이훈재 감독 아래에서 사이좋게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함지훈 병장은 프로에서는 주로 파워포워드로 활약했지만 팀의 사정에 따라 센터와 파워포워드를 번갈아 맡고 있으며, 강병현 일병은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맡고 상대에 따라 포인트가드로 나서기도 한다. 중앙대학교 시절 3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기에 한 팀에서 뛰는 것이 마냥 낯설지만은 않다고.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동료로서 믿음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두 선수는 입을 맞춰 말한다.

 

어린 시절 가드로 농구를 시작했다가 갑자기 키가 크면서 센터로 포지션을 변경한 함 병장은, 그 때문인지 큰 체구와 어울리지 않게(?) 뛰어난 볼 핸들링과 날렵한 골밑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의 중추로 톡톡히 한 몫을 담당한다.

 

강 일병은 “좋은 센터를 만나면 다른 선수들도 경기하기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에, 함 병장과 같은 훌륭한 빅맨과 함께 뛸 수 있어 기쁘다”는 칭찬과 함께 ‘가드처럼 빠른 의외의 움직임과 허를 찌르는 패스플레이’를 함 병장의 장점으로 꼽았다.

 

강 일병 역시 코트에서의 스펙트럼이 넓다. 스스로는 “여러 포지션을 맡는 것이 단점인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이왕 하는 것이라면 이것저것 다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승부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강 일병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함 병장도 “대학 시절부터 욕심이 많은 선수”라며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는 클러치 능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2군이나 대학팀과 주로 경기를 펼치는 상무팀은 2년 남짓 무패행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3월 열린 2010~2011 윈터리그에서도 전승 우승으로 2년 연속 윈터리그를 재패하며 공식대회 61연승 기록을 달성했다. 8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농구 부문에서도 4위를 기록하며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함 병장이 자부심을 보일 만도 했다.

 

“입대한 이후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고, 우승도 자주 했습니다. 프로리그와는 다른 재미가 있어요. 용병 선수도 별로 없다 보니 출전시간이 늘어난 국내선수가 살아나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용병 이야기가 나오자 강 일병이 의견을 보탰다. 국내 프로리그의 용병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 결정적 순간마다 용병 선수들이 해결사로 나서는 데 익숙해지면, 국가대표로서 국제 경기에 임할 때도 중요한 순간에 주춤하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를 높일 수 있도록 용병이 없는 시즌도 한두 시즌 정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 두 선수. 몸은 프로리그를 떠나 있지만 무뎌지지 않은 프로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병사’ 함지훈과 강병현을 엿보다 

 

 

상무부대 소속 두 선수의 군 생활은 전투병들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유격훈련, 혹한기 훈련 같은 일반적인 훈련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강한 팀 훈련을 매일 반복한다.

 

한 팀에서 생활하는 선후임의 군번도 여느 부대와는 다르다. 1년에 한 번 선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현재 상무부대 농구팀은 10명의 병장과 8명의 일병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2월 3일이면 함 병장을 포함해 병장들은 일제히 전역하고,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멤버들을 충원하게 된다. 진급 시기보다는 시즌에 맞춰 휴가를 나간다는 점도 여느 부대와는 다른 점.

 

하지만 훈련소 시절, 여자친구의 편지 한 장에 기뻐하는 모습은 다를 바 없었다. 함 병장은 벌써 5년이 넘게 만나온 여자친구가 있고, 강 일병은 알려진 바와 같이 미스코리아 출신 박가원 양과 교제 중이다. 여자친구가 음식을 잔뜩 준비해 면회 왔던 날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는 강 일병의 고백에서 면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여느 병사들과 같은 풋풋함이 엿보였다. 잘 생긴 외모 덕분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인 만큼, 팬들의 선물 공세도 군 생활의 또 다른 묘미. 이들을 지휘하는 이훈재 감독은 강 일병이 입대한 이후로 간식을 즐길 기회가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한편 전역이 그야말로 코앞으로 다가온 함 병장의 심정은 어떨까. 다 같은 군인이니 전역날만 손꼽아 기다릴 것 같지만, 제대 후 바로 복귀해야 하는 선수로서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 전역 다음날부터 시작해 12개의 경기가 잡혀 있는 데다,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함지훈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기 때문에 제대를 기다리는 설레임보다, 프로무대로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그의 어깨는 더더욱 무겁다.

 

“말년 병장의 기다림보다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전역을 좀 늦추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에요. 겉으로는 ‘잘하면 된다’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2년간 떠나 있던 프로무대로 복귀하면 얼마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기대도 됩니다. 같은 포지션인 오세근 선수와의 정면승부도 해보고 싶구요.”

 

함 병장은 입대 후 얻은 가장 큰 소득으로 ‘성실함’을 꼽는다. 프로 시절에도 코트 내에서는 누구보다 성실한 플레이를 펼친 함지훈 선수였지만, 경기가 없는 날이나 비시즌 기간에는 나태해 지기도하고 불규칙한 생활로 코치들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함 병장은 22개월간의 군 생활을 통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진정한 프로의 성실함을 배울 수 있었다고.

 

입대할 때부터 품고 있던 전승 무패의 목표 달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제대를 앞둔 함 병장. 성공적인 군 생활을 해온 것처럼 프로리그 복귀 후에도 팀의 든든한 전력이 되지 않을까. 그는 병장들이 한꺼번에 제대하게 되면 빈자리를 메우게 될 후임들에게도 따뜻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요. 군 생활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1년도 넘게 남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남은 기간 복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에 “선임들이 전역하면 부담도 있겠지만 프로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는 만큼 무패의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화답한 강 일병. 그의 말처럼 상무의 정신이 변함없이 이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