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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화제 인터뷰] 나눔과 봉사의 새로운 삶 사는 전 육군참모총장 황의돈 월드투게더 회장, “40년 군 생활 못지 않게 전력투구할 터”

[화제 인터뷰] 나눔과 봉사의 새로운 삶 사는 전 육군참모총장

황의돈 월드투게더 회장, “40년 군 생활 못지 않게 전력투구할 터”

 

 

전쟁터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지 않는 한, 군인 역시 언젠가는 제2의 인생을 살기 마련이다. 그러나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서 국제구호개발활동에 투신한 지금 이 남자의 사례는 특별하기만 하다. 4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지구촌 어린이를 돌보는 나눔과 봉사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월드투게더 황의돈 회장의 남다른 선택, 울림이 있는 메시지.

 

글/ 유성욱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지구촌 어린이 구호활동 펼치는 전 참모총장

 

 

군인은 군복을 입고 있을 때가 가장 멋지다. 군복을 입었을 때의 단단한 아우라가 사복 입은 모습에서 허물어질 때가 있다. 이 아저씨가 그 멋진 군인이었던가? 그 때의 낯선 느낌에 적응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영원히 군복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과 2년 남짓 군복을 입는 병사들도 전역을 앞둔 즈음이면 고민이 많다. 병사들도 그럴진대 하물며 인생의 30~40년을 군복과 함께 생활했던 분들은 더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누구나 때가 되면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 군에서의 경륜을 살려 정치계, 경제계, 학계에서 활약하는 장성들도 쉽게 만난다. 그러나 이 경우는 조금 색다르다. 바로 지난 2010년 12월에 40년 군 생활을 마친 황의돈 전 육군참모총장의 이야기다.

 

황 전 총장은 육사 31기로 국방부 대변인, 육군 30사단장, 이라크 평화재건사단 초대 사단장, 합참 작전기획부장, 육군 11군단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거쳐 제41대 육군참모총장으로 군 생활을 마무리한 따끈따끈한 예비역 장성이다.

그런 황 총장이 얼마 전 월간 HIM 발행인 앞으로 메일 한 통을 보냈다.

 

‘현재 저는 월드투게더라는 구호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 작은 구호단체입니다만 아주 보람 있게 생각하며 제2의 인생에 열정을 바치고자 합니다. 재정상태도 열악하다보니 다른 큰 기관처럼 언론홍보를 하기도 어렵고 해서 HIM에 도움을 청합니다.’

 

다른 말 필요 없다. (아름다운) 전관예우다. 가치 있는 선택, 뜻 깊은 일의 의미를 널리 알려 HIM을 보태는 것이 HIM의 역할이기도 하다.

 

황 전 총장을 만난 것은 서울 풍납동의 한 작은 건물에 자리한 월드투게더 사무실에서였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운동 삼아 걸어올라간 4층 사무실에는 참모진 대신 11명의 상근 간사가 저마다 업무에 한창이었다. 모두가 대학을 나온 재원들, 박봉에도 봉사에 사명을 가진 열혈 활동가들이란다. 황 전 총장은 지난 3월부터 월드투게더 회장으로 국제구호개발활동에 투신하고 있다.

 

 

 

 

 

 

자이툰 사단장 시절 쿠르드족 고통보며 결심

 

 

국제구호개발기구란 빈곤과 질병, 그리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전세계, 특히 극빈국 아동이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설립된 비정부기구(NGO : Non-Governmental Organization)를 말한다. 누구나 들어봤을 유니세프, 월드비전, 기아대책기구를 비롯 굿네이버스, 해비타트, 컴패션 등이 대표적 단체.

 

황의돈 회장이 이끄는 월드투게더는 지난 2005년 12월 외교통상부의 인가를 받아 출범한 단체다. 현재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케나, 베트남, 미얀마, 동티모르, 볼리비아 등 7개국에 지부를 설치하여 어린이 결연, 교육 및 장학사업, 의료지원사업, 식수위생사업, 지역개발 및 소득증대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 저소득 가정 아동지원 등도 병행하고 있다. 월드투게더가 수행하는 지역개발 및 구호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난 해소와 함께 ‘자립’이라고.

 

이쯤에서 궁금한 질문부터 던졌다. 어쩌면 황 회장으로서는 입이 아프게 설명해 왔을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서 어떻게 국제구호개발활동에 투신하게 되었을까?

 

“사실 알게 모르게 봉사활동을 하는 군 출신 인사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참모총장을 지내서인지 저에게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는 것일뿐이지요. 군인이란 직업이 원래 국민에 대한 봉사가 아닌가요. 40년 군 생활을 그런 마음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계급이 올라갈수록 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을 가슴에 품게 되었습니다. 제가 받은 혜택을 언젠가는 되갚아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던 거죠.”

 

황 회장은 40년 군 생활에서 가장 보람된 순간을 자이툰부대 초대 사단장 시절이라 말한다. 자이툰부대란 2004년 2월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된 평화재건사단, 총 3,600명으로 이루어진 베트남전 이후의 최대 파병이었다. 이라크 파병은 우리 군 사상 처음으로 물자, 수송, 작전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며 이루어졌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평화재건이 주목적이었지만 주둔지에 로켓이 날아드는 등 긴박했던 상황도 동시에 경험, 군의 전투력 증진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라크의 자이툰부대 초대 사단장으로 그가 경험한 것을 또 있다. 국제구호활동에 투신하게 된 데는 그때의 경험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이라크에서 평화재건 활동을 하며 북부 쿠르드족의 비극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빈곤과 질병의 고통뿐 아니라, 후세인 정권 당시 민족말살 정책이라는 학대와 멸시, 그리고 전쟁이 남긴 공포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불쌍한 어린이들을 보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젠가 이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지요.”

 

당시의 생각은 민간인이 되어 지난해 3월 이라크 아르빌을 방문하며 구체화됐다. 아르빌에는 여전히 가난과 전쟁의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특히 환경․유전적 요인으로 심장병 어린이가 많았다. 이들을 돕기 위한 사업을 준비하던 중 월드투게더를 만나고 결국 회장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 그에게 국제구호개발NGO를 맡아줄 것을 권유한 사람은 초대 이사장이기도 한 박노숙 예비역중장(육사 24기)이었다.

 

 

 

 

 

 

차별화 된 한국적 국제구호활동 모델 만들고파

 

 

예비역 중장이 설립하고 육군참모총장 출신이 이끄는 국제구호단체. 이미 많은 NGO가 활동하고 있지만 차별화된 그 무엇이 느껴진다.

 

월드투게더 황의돈 회장은 UN이 지정한 세계 최빈국과 함께 6․25전쟁 참전국은 물론 우리 국군이 평화유지 활동을 수행했던 해외파병국을 대상으로 지원활동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월드투게더가 현재 집중 지원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외에 필리핀, 콜롬비아 등 참전국을 보은 차원에서 지원하고, 해외 파병국 중 이미 지원하고 있는 베트남, 동티모르 외에도 이라크 쿠르트, 아프카니스탄, 레바논, 아이티, 소말리아 등 지원국을 추가해서 국군이 이룩한 파병성과를 민간차원에서 확대한다는 계획.

 

“대한민국 국군의 해외파병활동이 다국적군 사령부나 현지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키며 찬사를 받아왔습니다. 파병 지휘관 출신으로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한국적 구호활동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 일을 위해 군 생활 40년 동안 해왔던 것 못지않게 전력투구할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더 많은 후원을 이끌어내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직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순간이면 가슴보다 머리에 손이 올라간다는 황의돈 회장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기가 쓰고 남은 것은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나눔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음은 따뜻한데, 기부금을 내는 데는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발견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두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마음이 여유롭지 못해 우리가 얼마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둘째는 소중한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월드투게더는 수입과 지출을 월 단위로 상세하게 공개해 어느 단체보다도 투명하게 운영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다. 황 회장은 그 원동력을 군대로 본다. 군 복무를 통해 체득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국가관과 강인한 정신력, 체력, 생존력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한 토대가 되었다고 보는 것. 이는 얼마 전 일본의 매스컴들이 한국의 성장신화를 해부하며 지목한 비결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황 회장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군 지금의 과제는 선진화라고 말한다. 선진국은 경제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시민으로서 세계적 빈곤과 질병, 사회적 불균형에 관심을 갖고 책임과 역할을 다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것. 지난 시절 국민교육의 도장 역할을 해온 군은 물론 장병들도 관심을 가져야할 대목이라 여겨진다.

 

 

 

 

 

 

 

6․25 참전국과 해외파병국 어린이를 돕는

월드투게더는 어떤 단체?

 

 

 

 

 

월드투게더는 춥고 배고프던 우리의 지난날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도움처럼, 우리도 이제는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2005년 12월 외교통상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출범한 월드투게더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지원한 나라는 에티오피아.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했던 국가로서 우리나라가 받은 은혜을 갚아야 하는 보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월드투게더는 현재 OECD의 원조수여국 분류기준에 의한 최빈국을 중심으로 구호사업을 펼쳐가고 있는데,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6․25참전국 뿐 아니라 우리 국군의 해외 파견국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 파병국에는 분쟁과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빈곤과 질병뿐 아니라, 전쟁의 상처로 인한 정서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더욱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월드투게더는 이를 위해 현재 2만명에 달하는 후원회원을 1차로 10만명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원은 매월 1만원 이상의 정기후원과 자신이 선택한 개발도상국 어린이와 1:1 결연을 맺고 매월 3만원을 후원하는 결연후원이 있다. 전화 한통으로 2천원이 기부되는 ARS 후원은 060-300-4004를 이용하면 된다. 후원문의는 02)429-4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