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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파워 인터뷰] 장병 복지에 관심 많은 사성장군 출신 국회의원 백군기 의원, “군 생활은 자신의 비전을 향한 에너지 충전”

[파워 인터뷰] 장병 복지에 관심 많은 사성장군 출신 국회의원 백군기 의원

  “군 생활은 자신의 비전을 향한 에너지 충전”

 

 

국가 안보에 관한 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제19대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백군기 의원은 3군사령관 및 특전사령관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국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듬직한 인물. 특히 군에서 무려 38년 2개월을 보낸 야전통으로서 장병들의 복지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를 만나 최근의 국방 현안 및 복지에 대한 견해, 장병들에게 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글 유성욱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외모에 대한 농담만큼이나 이름에 대한 조크 역시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성장군 출신 국회의원이란 딱딱한 선입견을 허무는 데는 그보다 좋은 소재가 없을 듯 싶어 이름 이야기부터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 회관으로 향하는 내내 그 이름이 입안과 머릿속을 맴돌았다. 백군기, 그가 군인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을 것만 같다. 이름에서부터 ‘군기’가 빠짝 들어있으니 말이다. 다른 이들이 잠깐 졸 때도 그는 허벅지를 숱하게 꼬집어댔을 것이다. 자칫하다간 ‘군기 빠진 백군기’로 놀림을 받았을 테니까.

 

자료를 보니 그는 육사 29기생도대장이었다고 한다. 어울려 보인다. 그가 바로 군기의 표상이니 말이다. 하물며 군 시절 내내 동료 또는 선임에게 얼마나 많은 ‘군기’ 조크를 들었을까를 생각하면, 단지 이름 때문에 군 생활이 만만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때는 어땠을까? 분명 청군과 백군이 겨루는 운동회도 했을텐데, 그가 청군이었다면 스파이 취급을 받았을 테고, 백군이었다면 깃발 드는 것을 도맡았을 것만 같다. 그가 바로 백군기니까 말이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도 이름 이야기를 꺼냈다. ‘군기’가 바짝 든 이름 때문에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며…

 

“허허, 시작부터 대놓고 군기 이야기네요. 그렇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보고 ‘이름 잘 지어 장군됐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아요. 사실 특이한 이름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오래 기억되니까 여러 가지로 불리하죠. 하지만 잘만 하면 좋은 점을 남들이 잘 기억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제 이름을 잘 지어준 부모님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지요.”

 

 

 

 

 

시졸여애자, 병사들 보기를 자식처럼…

 

백군기 의원은 3군사령관 시절 사단장과 여단장 및 군단 참모, 직할 대장들에게 ‘국민을 하늘로 모시고 부하 장병은 친자식으로 여겨 부대 관리를 해줄 것’을 당부하곤 했다. ‘국민을 하늘로 모시라’는 대목은 뒤에 이야기하자. 우선 ‘부하 장병을 친자식처럼 여기라‘는 말부터…. 그것과 관련해서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31사단장 시절의 제법 쌀쌀했던 초겨울이었다. 신병교육대 입소식에 갔는데 행사가 끝난 후 한 참모로부터 신교대 대대장을 기합줬다는 보고를 받았다. ‘왜 그랬냐?’ 라고 물었다. 참모로부터 ‘야전상의를 입히지 않았다’라는 대답을 듣고는, ‘잘 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생각하니 신병들이 야상을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신병교육대 입소식에 몇 번이나 갔지만, 야전상의 착용 여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 그런데 자네는 오늘 그걸 어떻게 봤나?’

 

참모가 대답했다.

 

‘실은 오늘 제 아들이 입소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전하는 백 의원은 병사들을 아들처럼 대하면 부대 관리의 거의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손자병법에는 ‘시졸여애자(視卒如愛子)’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사들 보기를 자식처럼 하라는 의미입니다. 군에 몸담고 있는 지휘관들이 반드시 마음에 새겨두시기를 바랍니다.”

 

‘국민을 하늘로 모셔야 한다’는 것 공직자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라고 백 의원은 지적한다. 공직자는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스스로 머슴이 되어야 한다는 것.

 

사령관 시절이었다. 차로 출근을 하고 있는데,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헌병이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몇 번이나 이 지점을 논스톱으로 통과하곤 했던 기억이 났다. 사실 그때마다 미리 연락받은 헌병이 민간인 차량을 막고 있었던 것.

 

사령관은 헌병을 불렀다. 그리고는 ‘앞으로 다른 민간인 차량이 있을 때 내 차를 먼저 제지하라’로 지시했다. 민간인 차량이 먼저 교차로를 통과시키고서 지나가겠다는 것.

 

“잠시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야 고작 30초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릅니다. 공직자는 먼저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할 것같습니다. 물론 긴급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는 일이지만, 단지 출퇴근하는 정도의 상황에서는 그게 맞다고 봅니다.”

 

그런 생각이 소유자이기에 백군기 의원이 주선해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롯 당내 초선의원들과 함께한 부대 방문 행사 역시 형식이 많이 달랐던 게 눈에 띈다. 보통 높은 분들이 부대를 찾으면, 부대 현황보고를 받고나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높은 분들을 맞는 간부들이나 병사들만 초죽음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려가다)모임과 함께 부대를 방문한 백의원은 지휘관의 보고는 생략하고 취사반을 찾았다. 그날의 메뉴는 육개장. 의원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냉동고기를 자르고, 무를 썰어 육개장을 만들었고 배식까지 했다.

 

“40년 가까이 병사들에게 밥을 얻어 먹었는데, 반대로 병사들에게 밥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넉넉하게 배식을 하고나니 의원들 몫이 없어서 난감했지만요. 그래서 누군가 ‘요리에는 성공하고, 배식에는 실패했다’고 말하더라구요.”

 

 

 

 

 

40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하셨는데, 국회의원이 되고자 했던 이유는?

 

“질문 그래로 38년 2개월 동안이나 국가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의정활동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라 생각하고, 군림하는 자세가 아니라 머슴같은 자세로 일할 생각입니다.”

 

국방위원으로서 꼭 이루고자 하는 현안 및 과제는?

 

“국방개혁은 19대 국방위가 꼭 마무리해야 하는 현안입니다. 국방개혁에 대한 합의점 돌출과 함께 장병들의 생활복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후보자 기간중 민주통합당의 군 의료서비스 확대·병사 사회복귀지원금·참전 수당 인상·직업군인 복지 향상 등 정책공약을 내걸었는데, 사회복귀지원금은 이른바 전역축하금을 말하는가?

 

“같은 의미인데, 표현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에전에는 군 복무를 마치면 취업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산점 제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 없다. 21개월 동안의 희생에 대한 보답은 꼭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 학기 등록금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 문제는 예산인데, 국방예산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면 답이 안나온다. 이 문제는 보편적 복지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이고, 충분히 방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4성장군까지 하셨는데, 왜 그렇게 ‘소소한’ 병사들의 복지까지 챙기는가?

 

“군 생활을 하면서 이사만 30번 넘게 다녔다. 고생만 시키다 좀 편해질 만하니까,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졌다지만, 더욱 복지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제(7월 19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그 문제를 많이 따졌다. 참여정부에서 국방예산이 평균 8.8% 인상됐는데, 현 정부에서는 4년 평균이 6.5%이다. 또 IMF로 힘들다던 국민의정부에서는 병사 봉급이 55%, 참여정부에서는 무려 186%나 인상됐었다. 그런 추세로 갔으면 병사들의 봉급이 월 20~30만원은 되었을 것이다. 장기 복무 제대군인 취업률도 하락추세다. 정부가 나서서 좀더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

 

국방위원으로서의 큰 과제 중 하나가 국방개혁이라고 밝혔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전시작전권 반환 문제와도 맞물려 국방개혁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지난 18대 국회에서 가장 걸림돌이 됐던 것이 상부지휘구조 문제인데, 이에 대해 각 당마다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둘 다 있어 법안통과가 힘들었다. 나는 국회와 국방부, 예비역 전문가들이 위원회를 구성, 단일화안을 제시함으로써 19대에서 반드시 국방개혁안을 관철시키자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제주해군기지 추진과정이 대법원에서 합법이란 판결을 받았다. 당에서는 해군기지에 좀 유보적 태도였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군 출신으로서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문제는 정부 스스로가 민군복합관광미항 형태로 추진한다고 했는데, 그에 걸맞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지금 국방부 예산만으로 가지 않느냐? 국방부 50% 국토해양부 50% 정도의 예산 비율이 되어야지 민군복합관광미항이 아닐까 판단한다.”

 

공군 차기전투기사업(FX)에 대한 견해는?

 

“수명연한이 지난 전투기를 운용하는 공군의 입장이 매우 절박하다는 것을 잘 안다. 평가나 검증은 정치적 입김 없이 계획대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내가 보니 보잉사에서 온 제안서 20질의 무게만 7톤이더라. 후보기종을 보유한 3개사의 제안서를 합하면 무려 2만5천페이지나 된다. 그걸 검토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 보라. 건군 이래 최대 무기구매사업을 임기내에 끝낸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으로 급하게 추진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

 

39년 2개월 동안 군 생활을 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맹자가 인생삼락(人生三樂)을 말한 바 있는데, 첫째가 부모형제가 무고한 것이고,둘째가 하늘 우러러 부끄럼 없는 것이며, 셋째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라 했다. 나는 군 생활을 통해 부하들을 교육시키고 함께 고락을 나누었던 게 가장 보람된다. 그래서 전역 후에도 35개 부대를 다니며 특강을 했다. 또 하나 꼽는다면 국민들이 어려움이 있을 때 전력을 다해 대민지원을 했던 순간들이다.”

 

많은 보직을 맡았는데, 가장 기억나는 때는?

 

“2004년 5월부터 1년반 동안 특수전사령관을 역임했는데 가장 기억이 난다. 특전사의 역할과 미래상을 정립하는 한편 교리를 만들고 첨단장비를 전력화하는 일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특전사는 전시에 북한지역에 들어가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통신체계가 중요한데, 위성통신을 전력화 했던 일도 생각난다. 복지와 사기를 위해서도 힘을 기울였다.”

 

언젠가 한 정치인이 멧돼지가 준동하자 ‘특전사를 투입해 멧돼지를 잡게 하자’고 해서 논란이 됐는데, 특전사령관 출신으로서 한 말씀 한다면?

 

“그건 119구조대에서 할 일이다. 물론 특전사 출신들이 119구조대에 많이 가 있기도 하다.”

 

군대와 인생의 대선배로서 병사들이 군 생활을 조언한다면?

 

“군대는 조직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청년기 마지막 기회다. 환경이 다른 사람끼리 협조를 모색하고, 때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걸 감내해야 한다. 나는 군 생활이 자신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충전소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잘 활용만 한다면 군 생활이 보물창고가 될 수도 있다. 젊은 장병들이 희생하고 있기에 모든 국민들이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장병들의 희생과 봉사에 경의를 표한다. 나는 그러한 희생과 봉사가 더욱 보람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에 힘쓰겠다. ”

 

답변중 고사성어를 많이 인용해서 인상적이었다. 책을 많이 보는가?

 

“지금은 눈이 아파 많이 못본다. 젊은 장교시절 전사와 전쟁영웅의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 군인들은 특히 전쟁사를 많이 보는 게 좋을 것같다. 고사성어는 중국군과의 교류 때문에 많이 공부를 한 것이다.”

 

 

 

 

 

은빛 머리가 인상적인 ‘실버 폭스(Silver Fox)’

 

은빛으로 빛나는 머리가 인상적이었던 백군기 의원은 실제로 특수전사령관 시절 미군들로부터 ‘실버 폭스(Silver Fox)’ 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실버 폭스의 의미는 ‘영민(英敏)한 사람’이다.

 

늘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좌우명으로 하고 있는 백 의원이 장병들의 군 생활을 뒷받침하고 성원하는 또 한명의 든든한 백그라운드로 자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전남 장성이 고향인 백 당선자는 전 3군 사령관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특전사령관을 지냈고 2006년 육군 인사사령관, 3야전군 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쾌속 승진했으며, 2008년 3월 전역했다. 군 내에서는 교육훈련은 물론 특수 작전분야에 능통한 야전 작전통으로 평가 받는다.

 

온화한 성품에 참모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매사를 합리적으로 처리해 지장, 덕장, 용장의 면모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 전남 장성(56) ▲ 광주고 ▲ 육사 29기 ▲ 육사 생도대장

 

▲ 1공수여단장 ▲ 31사단장 ▲ 육군대학 총장 ▲특전사령관

 

▲ 육군본부 감찰감 ▲ 육군 인사사령관 ▲ 3군 사령관(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