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열차] 2012년 10월 <HIM>이 찾아간 위문열차 : 육군 제2군단

[위문열차] 2012년 10월 <HIM>이 찾아간 위문열차 : 육군 제2군단

 

 

육군 제2군단 위문열차 현장

춘천의 불타는 밤, 싸이가 떴다!

 

한국으로는 비좁아 전 세계를 뒤흔든 ‘사나이’가 위문열차에 올라탔다. 제62주년 춘천지구전투전승행사가 이뤄진 춘천의 수변공원, 지역민들과 육군 2군단이 함께한 위문열차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춘천의 달밤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후배 장병들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새로운 월드 스타, 싸이! 군인을 전투적으로 춤추게 한 축제의 현장을 소개한다.

 

글/ 유희종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춘천대첩의 승리를 되새기다

 

지난 10월 5일, 춘천 수변공원 한쪽에 세워진 위문열차 무대 곁으로 춘천지구전투 전승행사가 한창이었다.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전승행사는 군은 물론 지역민들에게도 의미가 깊은 행사. 6․25 전쟁 당시 국군과 춘천시민, 학도병, 경찰이 혼연일체로 이뤄낸, 한국군 단독으로는 최초의 승리를 기념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2군단 장병들과 시민들로 북적이는 행사장에는 평소 쉽게 보기 힘든 무기와 장비, 탄약, 6․25 전사자들의 유품을 전시한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부스 맞은편에는 장갑차와 포 등이 늘어서 있어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흥미로운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먹거리마저 심상치 않았다. 군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인 반합라면이 특히 성황이었다. 어떤 이들은 옛 군 생활의 추억에 잠겨, 어떤 이들은 낯선 즐거움을 반찬 삼아 반합에 담긴 라면을 받아들었다. 군대 간식의 상징과도 같은 건빵도 눈에 띄었다.

 

전승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전승식과 ‘구국의 전투’라고도 불리는 춘천대첩 전투 재연은 아쉽게도 이튿날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투재연을 위해 곳곳에 모래주머니와 나뭇가지를 쌓아올린 참호들이 구축돼 있어, 치열한 전투의 분위기는 조금쯤 짐작해볼 수 있었다.

 

 

 

 

 

2군단 장병들을 사로잡은 위문열차

 

전승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위문열차 공연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부터 시작됐다. 어느덧 쌀쌀해진 날씨에도 관객석은 가득 차 있었다. 상기된 표정의 2군단 장병들과 춘천 시민들은 물론, 대형가수 싸이가 온다는 소식에 취재열기도 대단했다. T자로 만든 무대 주위로 수십 대의 카메라가 포진해 있던 것. 유난히 뜨겁게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MC 윤성경과 조정익 병장(유건)의 사회로 위문열차가 출발했다.

 

 

첫 무대를 연 것은 신인 걸그룹 NEP. 큰 무대지만 긴장한 기색 없이 장병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그녀들 덕분에 분위기가 금방 무르익었다.

 

 

이어서 등장한 것은 익숙한 얼굴, 쇼콜라! <HIM>과 만났을 때만 해도 귀엽고 앳된 느낌이 가득했던 그녀들이 어느새 파워풀하고 성숙한 여자로 변신해 있을 줄이야. 의자에 앉아 춤을 추는 섹시한 안무에 장병들의 환호성은 높아만 갔다.

 

 

걸그룹들의 화려한 무대 뒤로는 작은 체구에 폭발적인 실력을 감춘 <슈퍼스타K> 출신의 김보경이 무대에 올랐다. 제법 익숙한 노래인 ‘Because of you’를 열창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관객석 가득 감미롭게 울렸다.

 

 

 

다시 분위기를 흔들어 놓은 것은 홍보지원대원인 박경욱, 김성원 일병(언터쳐블)이었다. 무대를 누비며 한바탕 신명나게 ‘노는’ 모습에 관객석도 덩달아 들썩였다.

 

 

이어진 순서는 지난해 2군단에서 열린 위문열차에 출연한 인연이 있는 NS윤지였다. 1년 만에 다시 2군단 장병들을 만나러 온 의리의 그녀! 그녀가 ‘널 잡았어’와 ‘내가 마녀가 된 이유’를 부르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2군단 장병들도 열렬한 ‘떼창’으로 화답했다.

 

 

박효신 병장의 전역 이후 위문열차의 최고 베테랑이 된 강창모 상병(KCM)도 인상 깊은 무대를 펼쳤다. 단골 레퍼토리인 ‘알아요’와 ‘안녕’뿐 아니라 ‘너에게 전하는 9가지 바램’과 ‘3년이 지났어’까지 4곡의 노래를 들려준 그의 실력에 장병들의 선망어린 시선이 집중됐다.

 

 

 

 

 

달빛 아래 벌어진 말춤 삼매경

 

 

하지만 역시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엔딩을 맡아 춘천을 한바탕 들었다 놓은 싸이의 무대였다. 행사장에 도착해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 모습이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던 새로운 월드 스타의 등장에 온 장내가 술렁였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후배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춘천을 찾은 그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의자를 치우고’ 안전하게 놀자는 폭탄선언을 날렸다. 장병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덕에 순식간에 객석의 의자가 치워지고, 관객 대부분이 놀랄 만큼 순식간에 무대 앞으로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여러분이 뛰면 저도 뛰고, 가만히 있으면 저도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선전포고를 마친 싸이가 ‘Right Now’로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하자 장병들과 지역민들 모두 그의 말마따나 ‘전투적으로 놀아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장병들도 미리 준비한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군인’이 아닌 ‘청춘’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날 행사장의 안전을 책임진 경찰의 셈에 따르면 2군단 장병들과 군 가족, 지역주민을 합해 3만 명 이상의 사람이 객석을 채웠다고.

 

싸이다운 에너지를 보여주며 ‘연예인’ ‘아버지’ ‘챔피언’을 연달아 열창한 그. 끊임없이 객석을 달구고 부추기던 그가, ‘싸이 위문공연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전투휴무’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그 자리에 참석한 박선우 2군단장에게 “장병들과 전투적으로 논다 싶으면 이튿날 전투휴무를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런데 박선우 군단장이 흔쾌히 승낙했는데도 장병들이 아우성이다. 이유인즉슨, 다음날은 토요일이기에 전투휴무의 의미가 없다는 것. 덕분에 싸이가 다시금 “피로가 만 이틀은 갈지도 모른다”는 너스레와 함께 다음주 월요일 아침의 전투휴무를 얻어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날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서가 있었으니, 바로 싸이를 월드 스타로 급부상하게 한 그 노래! 데뷔 12년 만에 전성기를 가져다 주었다는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무대 위의 싸이와 무대 아래의 3만 관객이 함께 말춤을 추는 장관이 연출됐다. 장병들과 지역민들을 하나로 모은 궁극의 노래, 궁극의 무대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육군 제2군단 쌍용부대

 

 

 

1군 예하의 쌍용부대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50년 7월 유재흥 소장을 초대 군단장으로 하여 창설됐을 당시 신생 국군의 상징과도 같이 여겨졌다. 같은 해 덕천에서 진격하던 도중 중국 인민군의 기습으로 큰 피해를 입고 해체되었으나 1952년 3월 백야전사령부를 전신으로 화천에서 재창설되었다. 현재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