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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2014.7] 여군 포병 장교

섬세! 정교! 꼼꼼!

우리는 여군 포병장교다

 

올해, 그동안 남군의 고유 영역으로 인식되던 일부 전투병과에서 성별의 경계가 사라졌다. 육군 포병은 금녀의 문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병과였다. 굳게 닫혀 있던 그 문을 활짝 열어젖힌 최초의 여군 포병장교 6인을 만났다. 그들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포병학교와 학교장님이 선물해준 change(변화)라고. ‘최고라는 타이틀은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 스스로 성취해낼 challenge(도전)라고.

 

최초는 포병학교가 선물해준 타이틀

최고는 우리 힘으로 성취해낼 타이틀

 

 

 

전남 장성의 육군포병학교에서 배출한 첫 여군 장교는 역사에 남는 기록이 됐다. 최초의 6인은 포병학교에서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존재이기도 하다. 일부의 미더움 어린 시선과 차가움 섞인 기대치가 그들에게 적잖은 어려움이 됐을 텐데, 예외 없이 16주의 교육 기간을 오롯이 감내했다. 포병학교 내 종합훈련장에서 관측, 전포, 사격지휘, 통신, 측지 등 다섯 개 분과의 훈련을 받았으며, 유격훈련과 야간숙영까지 남군과 동등한 조건에서 완수했다.

포병병과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여군 포병장교의 탄생에 다소 우려를 가질지 모르나, 학교장 오정일 준장은 구시대적 발상에서 비롯된 기우라고 일축한다.

포병 병과는 여군에게 최적화된 전투병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포탄 사격의 소음과 진동 등이 여군의 심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는 인식이 있어 여군을 배치하지 않았으나, 과학화된 첨단 장비가 갖춰진 지금 그러한 걱정을 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오히려 여군이 가진 섬세함으로 포병에게 요구되는 정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체력적으로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어요. 저희 초군(초급 장교들이 임관 후 거쳐야 하는 과정인 초등군사교육반을 줄여부르는 말. 또는 그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장교를 뜻함.)들은 남녀 구분 없이 지난 16주간 매일 6~8km의 구보를 해왔습니다. 여군 장교들 중 누구도 그 대열에서 벗어난 적이 없어요. 여군 장교들이 향후 포병 경쟁력의 초석이 될 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병학교가 안전에 대해서 강력한 교육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여군 장교들의 첫 걸음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포병학교는 세미나 등을 통해 특유의 안전관리 방안을 타 부대에 공유하는 등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힘써왔기 때문이다.

자신감 넘치는 학교장의 단언, 그의 가르침을 아로새긴 여섯 장교들의 씩씩한 목소리를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포병장교라는 보직을 감당함에 있어 여군으로서의 강점은 명확하고, 실체적인 것임을.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약점은 불분명하고, 모호한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