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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2012. 07 곰신데이트] 육군 제30사단 6857부대 왕동호 상병 & 김예나 양

[2012. 07 곰신데이트] 육군 제30사단 6857부대 왕동호 상병 & 김예나 양

 

 

“그녀만을 위한 세레나데”

 

흙먼지 날리는 좁은 비탈길을 얼마나 지나왔을까? 왕동호 상병이 있는 육군 제30사단 6857부대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텅 빈 면회소에 먼저 도착해있던 김예나 양은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어 보인다. 부천에 사는 예나 양이 이곳 파주의 부대까지 오려면 한 시간 반에 걸쳐 지하철을 3번 환승한 뒤 역에서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하니, 잠시나마 투덜댄 기자가 멋쩍어진다. 차분한 미소로 예나 양의 손을 꼭 잡으며 안부를 묻는 왕 상병은 어른스럽기 그지없었다. 켜켜이 쌓아온 사랑의 시간을 딛고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은 아직 묻지 않은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잘 답해주고 있었다.

 

글/ 김희윤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춤과 노래로 그녀를 사로잡은 연하남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예나 양과 왕 상병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됐다. “축제 때 무대에서 같이 원더걸스 ‘Tell Me’ 안무를 췄어요. 그때 많이 가까워졌죠.” 귀여운 여고생들 혹은 우스꽝스러운 남고생들의 ‘Tell Me’ 안무를 본 적은 있지만, 남녀가 함께하는 무대에서 ‘Tell Me’를?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약간의 동작을 보여주다 웃는 두 사람. 벌써 몇 년 전 일이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한 듯 수줍어한다. 그 이듬해 축제 무대에선 왕 상병이 예나 양만을 위한 세레나데를 부르며 사랑을 고백하는 플래카드를 펼쳐 전교생의 환호와 야유를 받으며 예쁜 사랑을 키웠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배가 다 아플 지경이다.

 

 

노래실력이 남다른 왕 상병은 얼마 전 30사단에서 진행된 국군장병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 ‘비더스타’ 오디션에서 우승한 재원. 후임병과 듀엣으로 출전, 박효신 상병으로부터 “보컬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감미로운 보이스로 예나 양에게 감동 이벤트를 여러 번 선보여 왔다. 사실 비더스타 우승 후 인터뷰에서도 “4년간 만나 온 여자친구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한 그는 입대 전 둘만의 기념일 땐 그녀만을 위해 부른 노래를 녹음해 세상에 하나뿐인 앨범을 선물했다고 하니 로맨틱 가이가 따로 없다.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왕 상병은 예나 양이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고 답한다. 이윽고 뚫어지게 예나 양을 쳐다보던 그는 “그래서 제가 살도 찌워놓고 바꿔놨죠”라며 웃는다. 예나 양은 “여느 커플들처럼 만날 때마다 뭐 할까, 뭐 먹을까 고민하죠. 그런데 특히 동호 때문에 제가 살이 많이 쪄서…” 라며 왕 상병을 꼬집는다. 차갑고 도도한 그녀를 애교 많고 귀여운 여자로 바꾼 건 왕 상병의 노력과 사랑이 깊어서였으리라. 특별히 식도락을 즐긴다는 이 커플에게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없느냐 물으니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둘만의 여행,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왕 상병을 위해 모처럼 요리 실력을 뽐냈던 예나 양은 정성스럽게 주먹밥을 만든 뒤 데코를 위해 검은 깨를 뿌리고 자랑스럽게 내놓았는데 한입 베어 문 왕 상병의 표정이 심상찮았다고. 알고 보니 마지막에 뿌린 건 깨가 아니라 흑미였던 것. 생쌀을 씹고도 맛있다고 해야만 했던 왕 상병은 그날의 고통(?)이 생생한 듯 표정을 찌푸렸고 예나 양은 얼굴이 빨개졌다.

 

 

매 순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감동의 선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예나 양의 생일에 왕 상병이 며칠 간 공들여 연습한 불 쇼와 함께 건넨 선물상자에는 목걸이도, 곰 인형도, 꽃다발도 아닌 밥그릇, 숟가락, 수건 등 생활용품이 한가득 들어있었다고. 막상 받았을 땐 “이게 뭐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밥 먹을 때, 세수할 때마다 밥그릇, 숟가락을 보며 왕 상병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고 하니 이만한 감동선물이 있을까.

 

 

 

 

비 온 뒤 굳은 땅처럼 단단해진 믿음

 

 

서로를 ‘여보’라고 부르는 모습에 기자가 웃자 진지한 표정으로 왕 상병이 입을 열었다.

“여보라는 말이 같을 여(如), 보배 보(寶)를 써서 보배같이 귀하고 소중한 사람을 뜻하는 거래요”

 

 

말없이 예나 양을 보며 미소 짓는 그에게 너무도 소중한 그녀와 떨어진 시간이 힘들진 않을까 싶어 물으니 또 의젓한 모습으로 “매일, 매시간 생각나요. 근무 설 때나 힘들 때 생각나는데, 늘 함께하고 있으니 같이 보낼 시간만 생각하죠”라며 군번줄을 꼭 감싸 쥔다. 함께 찍은 사진이 손가락 마디만 한 사이즈로 겹쳐진 미니앨범. 늘 군번줄과 함께 목에 걸고 다니는 왕 상병의 보물 1호다. 이렇게 애틋한 두 사람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있었을까?

 

 

“사귄 지 1년쯤 됐을 때였나? 동호가 힘들어했어요. 방황하고 곁눈질하고 그러다가…”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던 시기, 왕 상병은 예나 양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렇게 1년이 흐른 뒤에도 서로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던 두 사람.

“어딜 가나 함께 놀러 갔던 데, 같이 밥 먹었던 데, 투닥투닥 싸우던 데 투성인 거에요. 모든 기억이 생생한데 옆에 예나가 없어서…”

결국 그리움에 이끌린 왕 상병이 예나 양을 찾아가 고백한 뒤 다시 만나게 됐다.

 

위기의 순간을 사랑으로 잘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왕 상병에게 입영통지서가 날아왔다. 다시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군대라니, 섭섭하기도 했으련만 예나 양은 자신감이 넘쳤다고 말한다.

“서운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제게 충실한 동호를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왕 곰신 하는 거, 진짜 잘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있었구요”

 

 

마치 곰신이 되기 위해 이 순간을 기다려 온 것처럼 예나 양은 정성스럽게 왕 상병의 군바라지를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훈련소 기간엔 하루 2통의 편지, 자대배치 후에는 멀고 험한 부대로 짬나는 주말마다 면회, 그리고 휴가 때는 데이트코스 계획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찬 1등 곰신의 활약상이지만 왕 상병은 걱정이 앞선다. 이제 남은 1년 동안 군인인 자신에게 얽매이지 말고 자기 생활에 더 충실해서 멋진 여자가 됐으면 좋겠다며 예나 양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사랑과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남은 1년을 준비하는 예나 양의 각오도 남다르다. “동호랑 지금까지 떨어져 있던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할 날이 더 많으니까 재미있게 남은 시간 기다릴 거예요”

 

씩씩하게 손 꼭 맞잡은 이 커플의 내일은 아마 오늘보다 더 빛나고 아름다울 것이다.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이 함께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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