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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현장스케치] 제주대와 제방사가 이뤄낸 화합의 선율. 축제장의 청춘, 청춘을 만나다

[현장스케치] 제주대와 제방사가 이뤄낸 화합의 선율

축제장의 청춘, 청춘을 만나다

  

 

지난 5월 31일, 달뜬 축제 분위기가 달빛 아래 넘실대는 제주대학교의 교정. 대학축제의 잔디밭 위에 마련된 가설무대 위에 등장한 것은 초청받은 걸그룹이나 힙합 가수가 아니었다. 새하얀 정복 위에서 유난히 도드라지는 붉은 명찰. 다름 아닌 해병대 군악대였다. 해병대 특유의 돌격머리와 절도 있는 동작이 주는 강한 인상과 달리,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에 상아탑의 청춘들은 숨을 죽였다.

 

글/ 유희종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 박철희 기자

 

 

대학 축제장을 접수(?)한 군인들

 

 

국립 제주대학교 교정에서 해병대를 처음 만난 것은 같은 날 오후였다. 6월을 코앞에 둔 한낮의 뜨거운 볕 아래 날선 팔각모와 세무 군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방어사령부(이하 제방사)에서 모병 홍보를 위해 제주대 축제인 ‘아라대동제’의 일부가 되어 부스를 세운 것. 해군․해병대 모병은 5월 중순 시작돼 육지에 있는 대학들을 돌아 제주대에 이른 상태였다. 특히 제주대는 유일하게 해군․해병대 ROTC가 있는 대학인만큼 홍보의 의미가 더욱 깊었을 터.

 

 

 

 

이날도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군 장학생과 사관후보생, 여군부사관 모집을 위한 열띤 홍보가 이뤄지고 있었다. 2주 간 여러 대학을 돌며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성과도 제법 있었다고. 총 30명을 선발하는 여군부사관에 지원자가 이미 1,300명을 넘겨 경쟁률이 45:1까지 치솟은 것. 홍보 부스에 나와 있던 여군 중위가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모습을 지켜보며 군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체감했다.

 

 

 

 

 

축제를 빛낸 군복 입은 청춘들

 

 

 

 

제주대와 군의 인연은 밤까지 이어졌다. 초청을 받은 해병대 군악․의장대가 절도 있는 의장시범에 이어 흐트러짐 없는 무대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것은 원조 아이돌 클릭비 출신의 오종혁 상병. 여유로운 말솜씨로 행사를 진행하며 여학생들의 환호 속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제주도의 푸른 밤’을 열창했다. 마술병의 공연도 이어졌다. 교묘한 손놀림에 관객의 눈이 집중되다가, 어느새 탄성이 흘러나오곤 했다.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진 뒤에는 홍보지원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효신 상병과 KCM(강창모 일병), 언터쳐블(김성원․박경욱 일병) 등이 다음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공연을 앞두고 제주대를 찾아 지원사격에 나선 것.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청춘들과 푸른 교정의 청춘들이 만나 어우러진 이날 공연 덕분에, 그 밤 축제의 열기는 유난히 뜨거웠다.

 

 

 

 

 

 

<미니 인터뷰>

 

제주대에서 만난 오종혁 상병

 

 

제주대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홍보지원차 제주대를 찾아 낮에는 모병 홍보를 위한 사인회를 열고, 밤에는 행사의 사회자로 나선 오종혁 상병이다. 이등병 시절 <HIM>의 표지를 장식했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표정은 좀 더 여유로웠다. 행사 막간을 이용해 그에게 요즈음의 근황을 들었다.

 

 

<월간 HIM 2011.09 vol.5 표지>

 

 

이등병 때와는 달리 표정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군 생활을 하면서 인내심을 많이 배웠습니다. 아마 가장 큰 변화이지 싶습니다.

 

 

당시 소속돼 있던 군악대를 떠나 수색교육에 들어갔는데, 후회한 적은 없나.

 

나름대로 독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었는데 그래도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중간에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스스로 한 말이 있으니 견뎌낼 수밖에 없었어요. 해병대의 훈련 중 가장 힘든 훈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개는 수색훈련이 강인한 체력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강한 체력을 뒷받침할 강한 정신력을 무장하는 훈련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병 홍보를 위해 제주대를 찾았다. 해병대 입대를 권하고픈 이유가 있다면?

 

대한민국 남자라면 의무인 군대, 부름을 받고 갈 수도 있지만 그 전에 스스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원입대한다면 더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모두 훌륭하지만, 보다 강인한 정신력을 원한다면 해병대로 오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제 상병이 된 지도 3개월 남짓 됐는데, 스스로의 군 생활에 점수를 매겨본다면?

 

60점 정도일까요? 이제 군 생활의 60% 정도 지나왔으니, 앞으로 더 채워가고 싶습니다.

 

 

 

여전히 올곧은 의식과 선한 미소를 간직한 오종혁 상병. 복무 기간을 100% 마치고 전역할 무렵에는 100점짜리 추억이 되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