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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HIM이 만난 12월의 HIM] 3군사령부 군악대 두 스타의 송년이야기, 김혜성 상병 & 민경훈 일병

[HIM이 만난 12월의 HIM] 3군사령부 군악대 두 스타의 송년이야기,

김혜성 상병 & 민경훈 일병

 

 

3군사령부 군악대 두 스타의 송년이야기

아듀 2012, 내 삶의 빛나는 한 순간이 지나간다!

 

바람이 제법 쌀쌀한 초겨울 오후, 다소 늦어진 촬영에 힘겹게 추위와 씨름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등장한 두 남자. 마치 바둑판의 흰 돌과 검은 돌을 연상시키는 상반된 이미지의 두 남자의 등장에 촬영장의 분위기가 시끌벅적해졌다. 이들은 음악으로 장병들에게 힘을 나눠주는 군악대원이자, 사회에서는 가수와 연기자로 활동하던 두 남자, 바로 김혜성 상병과 민경훈 일병이 되겠다.

 

진행/ 유성욱 기자

사진/ 조상철 포토 디렉터

 

 

 

 

거침없는 낙천주의자 김혜성 상병

‘어린왕자’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크리스마스를 콘셉트로 삼아 진행된 <HIM> 12월호 표지 촬영에 적임자 같았던 김혜성 상병. 동료 장병들이 뒤에서 지켜보며 야유를 보내도 신경 쓰지 않고 꿋꿋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유지하며 포즈를 취한다. 덕분에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밝고 즐거운 에너지가 촬영장에 넘쳐흘렀다. 이윽고 ‘어린왕자’ 김 상병이 군대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허심탄회하게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글 / 황지혜 기자

 

즐겁게 마음먹고 정신없이 달려온 군 생활

 

김혜성 상병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앞서 시작부터 실수를 하고 말았다. 기자가 김 상병의 나이를 서너 살 줄여 말했던 것. 인터넷에 소개된 나이가 ‘만’나이라는 사실을 깜빡하게 만드는 최강동안의 용모 탓이다. 덕분에 김 상병과의 인터뷰는 다소 멋쩍게 시작됐다.

 

호기심으로 인터넷에 올려놓은 사진으로 얼결에‘얼짱’이 되고, 그 후 10군데가 넘는 연예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으며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는 김혜성 상병. 데뷔작인 영화 <제니주노>에서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주연급 역할을 맡아 주목을 받더니 이후 차기작인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국민 모범생으로 거듭나며 <소년소녀가요백서>, <황금어장> 등 왕성한 방송활동을 하던 그는 2011년 돌연 입대를 선언했다.

 

입대 전, 그는 작은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는 빨리 입대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당연히 가야할 곳이기에, 더 이상 늦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에 비하면 정말 늦은 거죠. 활동만 아니면 더 빨리 들어오고 싶었는데…. 군대는 하루 빨리 오는 게 좋죠. 아시죠, 왜 그런지?”

 

넉살좋게 웃어 보이는 김 상병. 이렇듯 빨리 들어오고 싶었던 군대, 그 중 군악대에 들어온 소감을 물으니 ‘100% 만족’이라고 대답한다. 김 상병이 군악대에서 맡은 담당은 테너 색소폰이다. 군대에서 색소폰을 처음 배웠지만 서툰 자신의 연주를 통해서 지친 장병들에 웃음을 준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그는 전역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가족들, 친구들과의 대화를 꼽았다. 그동안은 자신만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형들(김 상병은 삼형제 중 막내다)과 친구들이 하는 ‘군대 이야기’에 동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군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설레기까지 한다는 김 상병.

 

이렇듯,‘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정신으로 임해온 김 상병. 앞으로 남은 군 생활도 지혜롭게 보낼 것을 의심치 않는다.

 

 

 

군대는 작은 또 하나의 사회

 

얼마 전 전역한 정경호 예비역 병장은 뛰어난 리더십과 호탕한 성격으로 김 상병이 가장 의지하는 선임 중 한 명이었다. 사회에서 7~8년을 알았던 사이지만, 군대 와서 만난 1년 간 가장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게 됐다고. 이런 두 사람이 신참일 때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당시 신참들 중에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유독 많았는데 정경호 병장도 그 중 하나였다. 어떤 이유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당시 23살이던 내무반 최고참에게 단체로 기합을 받게 되었다.‘손들고 서있기’를 실시하고 있던 와중, 김 상병이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니 평균 나이 30세에 이르는 동기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들고 있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군대라는 철저한 계급 사회 안에서, 나이는 정말 중요한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느꼈죠. 어떻게 보면 군대라는 게 하나의 작은 사회잖아요. 밖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든, 지금 함께 있는 이 순간만큼은 모르는 사람은 아는 사람한테 배워야하고 선임은 후임에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줘야 하죠.”

 

어린왕자가 은하계를 떠돌며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과정처럼, 그도 군대라는 또 다른 세계에 들어와 한층 성장해가고 있었다. 군 입대를 앞둔 예비 장병들에게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말한다.

 

“입대를 앞두고 고민하는 예비 장병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걱정하지 말고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대한민국 남자잖아요. 할 수 있어요.”

 

저 맑은 얼굴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여유가 나오는 걸까.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전역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17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 8년 간 연예계 생활을 해오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많지 않았다고.

 

차기작으로‘전쟁영화’를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군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그. 전역 후, 다양한 작품으로 만날 것을 고대한다.

 

 

 

 

 

 

 

‘인생의 쉼표’ 만끽하는 민경훈 일병

보람 속에 새로운 나를 준비하다

 

쑥스러운 기색으로 군악대실 한 켠에 마련된 간이 스튜디오에 다가선 민경훈 일병. 밝은 콘셉트의 화보가 영 어색한지 연신 멋쩍게 웃던 그는, 무뚝뚝한 첫인상과는 달리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간의 이야기를 정연하게 풀어놓았다. 가수 민경훈이 아닌 병사 민경훈이 살고 있는 나날, 조금은 느릿한 시간의 이야기.

 

글/ 유희종 기자

 

의미 있는 무대에 서며 큰 보람 느껴

 

‘가수 민경훈’에게는 다른 밴드, 다른 가수와는 조금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남성팬과 여성팬이 거의 반반 비율로 섞여 있다는 것. 감미로운 목소리를 흠모하는 여성팬들 못지않게, 노래방에서 그의 노래를 열창하던 남성팬도 수두룩했다. 덕분에 입대 후 위문공연을 다니면서도 적지 않은 호응을 받곤 했다. 많게는 아홉 살 차이가 나는 선임들도 있을 만큼 늦은 입대.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그의 노래에 귀 기울이던 소년들이 어느새 그와 같은 병사의 신분으로 관객석에 앉아 그의 노래에 열띤 응원을 보내주었다.

 

‘음악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순회연주도 진행 중이다. 전방부대를 찾아 위문공연을 하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한동안 대중 앞에 나서기 힘든 민 일병 스스로를 각인시키는 기회이기도 해 그로서는 뜻 깊은 공연이다.

 

하지만 민 일병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위문공연은 따로 있다. 군악대원으로서 군부대 위문공연뿐 아니라 외부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에도 참여할 기회가 많은데, 취지가 좋은 행사가 많아 무대에 서는 보람이 있단다.

 

“청각장애아동들 앞에서 했던 행사가 있어요. 청각장애가 있지만 치료를 통해 작게나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친구들도 있었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님을 위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작은 공연에 설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참, 탈북자를 위한 공연도 기억나네요. 어색할 줄만 알았는데 제 노래도 따라 불러주셔서 즐겁게 공연했어요.”

 

몸으로 부딪히고 친밀하게 먼저 다가가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관객과 보다 가까이에서 소통하게 되는 것. 그것이 ‘가수 민경훈’이 ‘민경훈 일병’에게서 새로이 배운 자신의 일면이 아닐까.

 

 

 

놓쳤던 시간을 돌이키는 즐거운 재충전

 

나이 어린 선임들과의 생활. 어떻게 보면 어렵고 불편할 것 같은 이 생활이, 민경훈 일병에게는 그리운 즐거움으로 찾아왔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탓에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캠퍼스 생활을 선임들의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한창 대학 생활을 즐기다가 입대한 선임들이 모여 앉아 나누는 학교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이야기로나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늘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 부산하게 살아왔던 민 일병에게 군 생활은 그야말로 재충전의 시기다. 내년 12월 전역 예정이니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복무 기간, 그동안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단다.

 

군대에 와서 가장 좋은 게 뭐냐는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도 느긋하다.

 

“걱정이 없어요. 일을 할 때는 늘 다음 날을 생각하고, 뭔가를 걱정해야 했는데 군대에 와서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일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군악대 내에서 밴드 활동도 하고 있어서, 이런저런 음악적인 시도도 여유롭게 해볼 수 있는 시기인 셈이죠.”

 

그때였다. ‘이렇게 거창할 줄은 미처 몰랐다’던 촬영 덕분에 내내 어색해하던 민 일병의 표정에 한 순간 편안한 미소가 떠올랐다. 평범한 군 생활이 가져다준 소박한 기쁨. 행사 일정이 빠듯하게 잡혀 있어 휴가를 가기도 쉽지 않지만, 휴가를 나가면 혼자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던 소박한 바람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여느 병사들처럼 휴가 때면 혼자 있고 싶지만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취미는 혼자서 게임을 즐기는 것(최근 즐기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라고 털어놓는 민경훈 일병. 군 생활을 통해 삶에 즐거운 쉼표를 찍고 있는 그는 그 어떤 무대에서보다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