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공군 1여단 제 8146부대 라디오방송 동아리 '좋은데이'

 

“Every Day~ 좋은데이!”

공군 1여단 제 8146부대 라디오방송 동아리       ‘좋은데이’

 

방송이 성공하려면 통통 튀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를 준비하는 각 분야의 스태프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소통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공군 1여단 라디오방송 동아리
‘좋은데이’가 준비하는 방송은 아주 성공적인 축에 속한다.
열 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으로 부대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꿔버린 주인공들을 만났다.

 

글/ 윤자영 기자  사진/ 박근완 포토그래퍼

 

 

 

 

유쾌한 이들의 유쾌한 방송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수요일 점심시간, 공군 1여단 제 8146부대에서는 ‘좋은데이’가
만드는 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DJ를 맡은 전우의 목소리가 성시경만큼 부드
럽거나 유인나처럼 달콤하진 않아도 센스 있는 멘트와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쫀쫀하
게 짜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게 이 방송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앞 생활관 전우의
목소리로 옆자리 선후임의 사연을 듣는 것 또한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 된다.
군부대에서 만들어내는 방송이 이토록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항상 밝고 긍
정적인 마인드로 방송을 준비하는 동아리원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들에게 방송
은 하나의 이야깃거리다. 모여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통통 튀는 아이디어들이 여기저
기서 튀어나온다. 좋은데이라는 동아리 이름도 이렇게 지어졌다.
좋은데이는 부산 경남지역에서 판매되는 술의 이름이기도 하면서 ‘좋다’의 사투리이기
도 하다. 물론 좋은 날(Day)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병영문화생활의 생
동감, 활동성 등을 표현하는 문구로도 아주 적절했기 때문에 이름을
좋은데이로 결정하게 되었다.

 

“장병 여러분~ 듣고 있나요?”
교육관에서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은 세 개의 책상을 ‘ㄷ’자 모
양으로 붙여 방송실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방송은 한 달에
두 번 나가지만 하나의 방송을 만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만드는 과정도 상당히 체계적이다. 첫 번째로 하는 일은 방송의 주제를 정하는
것. 여행, 은사, 잊고 싶은 기억 등의 하나의 주제가 나오면 그것을 가지고 본격
적으로 아이디어 회의에 들어간다. 나온 아이디어를 토대로 코너를 짜고 자료
를 수집한 이후에는 대본 작성이 진행된다. 대본까지 완성되면 남은 건 리딩과 녹음 뿐이다.
방송의 메인이면서 가장 있기가 있는 코너는 윤창용 병장이 패널로 참여하고
있는 “듣고 있나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카멜레온 같은 코너이다. 정말 장병
들이 방송을 듣고 있는지 물어보면서 시작되는 이 코너에서는 듣는 이들이 관
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다룬다. 작년 크리스마스 특집 때는 부대원의 여자 친구
를 직접 섭외해서 음성편지를 받아 방송을 하기도 했고 여자 친구 삼고 싶은 연
예인 순위, 대구에서 손꼽히는 맛집 등의 랭킹쇼 형식으로 진행하기도 했다.(랭
킹쇼를 준비할 때는 부대원 한 명 한 명 찾아가 설문을 받는다.)
한번은 간부에게 묻고 싶은걸 허심탄회하게 질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탈모가 진
행 중인 간부에게 나이가 몇인지, 발모제를 무엇을 쓰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했
다고 한다. 혹시 해당 간부가 화가 나지 않았는지 물었는데 방송의 성격이나 의
도를 알기 때문에 그저 웃어넘긴다고 한다.

 

 

 

보람이라는 바람이 분다

지난 2011년 동아리가 처음 생길 당시에는 꿈도 못 꾸었던 일이다.

당시에는 방송을 할 만한 장비도 없을뿐더러 점심시간에 나오는 방송이 어색해 ‘시끄럽고
듣기 싫다’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자 맡을 분야를 나
누고, 외부에서 방송에 관한 교육도 받고, 장비를 하나 둘 씩 구입하면서 점차
발전된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니 이전과는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선후임
들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방송 잘 들었다고 말을 해주기 시작했고, 만들어 놓은
사연함에 많은 쪽지가 쌓였다. 간혹 장문의 편지가 들어있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동아리 경연대회에 나가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보이는 라디오
로 진행했었는데 뒤 벽에 빔 프로젝트를 쏴서 방송 중간 중간 직접 연기하고 촬
영한 CF패러디를 보여주었다. 멘트는 “단언컨대 여자 친구는

상상의 동물입니다”라나.(웃음)
일주일에 몇 시간밖에 되지 않는 동아리활동시간에 방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은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DJ를 맡고 있는
황승연 상병은 이렇게 말한다. “분명 군부대이기 때문에 제한되는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핑계일 뿐이다”라고. 짧지도 길지도 않은 21개
월의 군 생활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내고 있는 좋은데이. 그들의 방송이 결방되
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very Day~ 좋은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