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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육군 3사단 통기타 동아리 '팔로스'

 

 

거친 군복을 입었지만 손에는 기타를 들었다. 포를 다루던 손은 기타 줄을 어루만지고 군기가 바짝 들었던 목소리는 감미로운 노래 소리로 바뀌었다. 어찌 이 남자들을 보고 반하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한번 보고 들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통기타동아리.
팔로스의 기타이야기.

 

글/ 윤자영        사진/ 박근완

 

 

 

 

 

 

 

천상남자들의 아름다운 기타소리
공간이 꽉 들어차 보인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장병들이 각자 기타를 하나씩 들고 연습중인 동아리실은 빈틈이 없었다. 까맣게 탄 얼굴 에 듬직한 모습을 한 이들이 부드러운 기타선율을 연주하다니! 이 매력적인 남자들~
햇빛이 쨍 하니 비추는 더운 날씨였지만 ‘팔로스’의 기타연주를 좀 더 멋진 분위 기에서 들어보기 위해 이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푸른 잔디에 자리를 잡았다. 연주를 부탁했더니 팔로스 2기 오세직 일병이 기타를 치며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를 불러주었다. 생각보다 뛰어난 실력에 감탄했다. 알고 보니 그는 입대 전 광고음악 쪽에서 활약하며 앨범도 낸 실력 있는 작곡가라고. 오세직 일병처럼 입대 전 악기를 배운 병사가 몇 명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동아리원은 팔로스
에 들어와서 처음 기타를 만져보았다고 한다. 김태완 상병은 이런 기자에게 “처음에는 코드도 모르고 이게 과연 될까 싶었는
데 점점 기타에 재미를 붙이고 시도 때도 없이 연습에 몰두하니 실력이 쑥쑥 늘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지금은 1기와 2기 모두 각자 좋아하는 노래 하나 정도는 쉽게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기타는 군생활의 달콤한 동반자
팔로스는 작년 봄 탄생했다. 부대에서 드럼과 기타 중 어떤 동아리를 만들까 고민하던 차에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병사들의 강력한 의견을 반영했다고 한다. 군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고 취미생활도 할 거라면 드럼을 배우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 왜 기타를 선택했을까. 팔로스의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멋지게 기타를 칠 수 있으면 전역 후에 여자 친구가 더 금방 생길 것 같다고.(하하, 과연 그럴까?)
반대로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바로 팔로스에 들어왔다는 이도 있었다. 최원휘 병장은 “기타를 배우면서 이별의 아픔을 극복했다”면서 “기타는 군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라고 말한다. 취미를 가지고 싶어서,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었으면 해서 등등 각자 다양한 이유로 팔로스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다들 기타를 배우고 연주하는 것에 재미가 붙었다. 게다가 각 포대에서 모인 낯선 전우들과도 안면을 트고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 취미활동도 되고 인맥도 쌓고 일석이조 아닌가. 물론 병사들의 유대감
이 깊어지면서 부대 전투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기타 사러 PX에 간다고?!
악기를 배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악기다. 기타를 배우고자 하는데 기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강사와 환경이 있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팔로스는 작년에 들어온 1기와 올해 뽑은 2기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1기는 동아리활동을 시작할 때 기타를 공동 구매했고 2기는 1기가 전역하면서 물려주고 간 기타를 사용하거나 PX를 통해서 기타를 구매했다고 한다.
PX에는 주문 상품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얼마 전 품목에 기타가 새로 생겼다는 것. 주문 상품이란 평소에
PX에서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을 카탈로그를 보고 주문한 후 PX에서 받아가는 제도다. 하지만 아무리 PX라고 해도 기타 가격은 병사들의 한 달 월급을 웃도는 금액. 선뜻 돈을 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

동아리장 김동현 병장은 기타가 비싸긴 하지만 한 번도 기타를 구매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기타 덕분에 동아리활동이 있는 토요일이 기다려지고 군 생활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공연이 있을 때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매일 2시간씩 연습에 몰두했다.지난 1년 동안은 부대를 이끄는 김백중 대대장도 동아리원과 함께 했다. 일취월장하는 실력 덕분에 연말공연, 광진구문화센터에서 지역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공연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유격훈련이 끝나고 전우들 앞에서 선보인 공연 또한 군생활의 잊지 못할 추억이다. 비록 초반엔 엉성한 실력 때문에 구박을 받았지만 지금은 실력으로 인정받는동아리가 된 팔로스. 무대에 설 날만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연습해 멋진 공연을 뽐내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