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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HIM이 만난 2월의 대원] 서울경찰홍보단의 김준 이경

 


서울경찰홍보단에서 초심을 찾다
군대라는 무대에 오른 김준 이경




뮤지컬 <폴리스 그리스>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분주한 서울지방경찰청 대강당에서 익숙한 얼굴을 만났다. <꽃보다 남자>
<강력반> 등에서 열연했던 배우 김준. 이제 김형준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경찰홍보단의 정복
이 근사하게 어울리던 그는 카메라 앞에서 더욱 빛을 내는 천상 배우였다.

 · 유희종 기자    사진 · 조상철 A&A스튜디오 디렉터


서울지방경찰청의 ‘꽃’이 되다

김형준 이경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은 드라마 <강력반>이었다. 겁이 많지만 수사력은 뛰어난 신동진 경장을 연기하면서 서울경찰홍보단(이하 홍보단)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전해들은 끝에, 의경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전역 후의 연기 활동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아직 홍보단에서 생활한 지는 100일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사회에서 하던 일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홍보단 생활은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아동극이나 노인들을 위한 위문공연 등을 자주 열고 있어 보람이 큰 데다, 연기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과정을 홍보단원들이 직접 해내야 하기 때문에 새롭게 배우는 점도 많다.

“연습이 곧 업무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게 됩니다. 또 사회에서는 연기만 하면 됐지만 홍보단은 연출, 조명, 음향까지 전부 단원들이 직접 하고 있어요.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더 많아서 대학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들고, 전역하면 현장 스태프들의 입장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대본 각색과 공연 연출부터 조명과 음향 세팅, 무대·의상 준비, 그리고 공연장을 찾은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까지 모두 홍보단의 역할이다. 홍보단의 모토가 ‘자율과 책임’인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지.

신경 쓸 일이 많고 관심 가져야 할 일이 많은 만큼 홍보단원들의 자부심과 애정 또한 남다르다. 연기파 배우로 잘 알려진 조승우와 류수영 등 이미 전역한 예비역 선배들이 이따금 홍보단을 다시 찾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회식자리를 찾은 한 선배는, 김 이경을 보자 “방송에서 홍보단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보고 참 반가웠다”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그래서일까? 김 이경의 대답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홍보단에 대한 잔잔한 애정이 묻어나는 듯 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동질감이 군 생활의 매력


배치를 받자마자 홍보단이 새로 준비하는 뮤지컬 <폴리스 그리스>에서 케니키로 열연하게 된 김 이경. 홍보단이 고정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레퍼토리는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막 연습을 시작하는 뮤지컬에 우선 합류했다. 180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랴, 뮤지컬 준비하랴, 시작부터 분주한 군 생활을 경험하게 된 것. 이미 <젊음의 행진>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경험을 쌓은 적이 있었지만 군인으로서 무대에 서는 기분은 남달랐다. 무대 아래에서는 선임과 후임이라는 분명한 상하관계가 있는 반면, 무대에서는 모든 출연자가 동등하게 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이 낯설었던 탓이다.

더구나 케니키는 다른 인물들보다 나이가 많은 복학생 캐릭터여서 다른 출연자에게 반말을 던지고 때리는 장면도 등장한다. “초반에는 신병이라는 입장 때문에 다소 주춤했지만 마지막 공연을 앞둔 지금은 무대는 무대, 생활은 생활이라며 처음보다 많이 자연스럽고 편안해졌다”는 말에서 어느덧 홍보단의 든든한 일원이 된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홍보단원들은 대부분 연극영화과 전공자들이다. 때문에 홍보단에 들어오기 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간혹 학교 선후배가 후임과 선임이라는 뒤바뀐 입장으로 만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질 정도. 사회에서도 같은 분야에 몸담고 있던 홍보단원들이기에 이들 사이에는 끈끈한 동질감이 존재한다.

김 이경은 바로 그 동질감을 홍보단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군인으로서의 규율은 분명히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서로를 이해하는 편안한 분위기가 좋아서,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친구나 후배들에게도 홍보단 지원을 적극 권하고 있다고. 더불어 끼 많은 단원들과 함께 지내는 군 생활을 서로 배우고 공유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형준’의 시간을 살고 싶다

김 이경이 근무하는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도심 속에 있다. 문 하나로 사회와 군대를 경계짓는 공간이기에, 사회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이 더욱 그리워지기도 한다.

“논산 훈련소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욕심이 생깁니다. 전방에 계신 분들에게는 배부른 소리가 되겠지만, 견물생심이라고 하잖아요. 자유로운 생활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사실 <꽃보다 남자> 열풍으로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그에게는 사회도 그다지 자유로운 공간은 아니었을 터. 입대 후에는 그저 한 사람의 의경이자 홍보단원이 되었기에, 전만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쑥스럽지만 편하다는 반응이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막내로서의 생활도 새롭다. 그룹 T-max에서 늘 큰형으로서 팀을 이끌어온 그이기에, 나이는 더 어리지만 경험이 많은 선임들 아래에서 지시를 따르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는 것. 함께 들어온 동기 세 명이 29살, 30살, 31살로 나이가 많아 선임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 편하고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얼마 전 들려온 T-max의 해체 소식에 관해 물었다. 김 이경은 “해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았다”며 각자 개인적으로 활동하다가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멤버들과는 특박을 나가서도 만날 정도로 여전히 가깝고 친한 사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컸을 팬들에게 “군대에 와 있는데도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고맙고, 건강히 지내다 전역해 열심히 활동할 테니 저나 다른 멤버들 모두 잘 지켜봐 달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당당히 ‘내년에 제대한다’고 말할 수 있다며 기뻐하던 김 이경. 앞으로 남은 군 생활에 대한 그의 포부를 들어보았다.

“배울 것이 많은 홍보단 생활을 스스로에게 투자하고 생각하는 시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규칙적인 생활로 게으른 습관을 많이 버렸는데 그것도 유지하고 싶고요. 무엇보다, 김준으로 오랜 시간을 지내왔으니 군대에서는 ‘김형준’이라는 사람과 친해져서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