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이 만난 7월의 HIM] 병사라면 누구나 마음 설레는 D-100일,
여수 바닷가에서 박효신의 내면과 만나다!
병사라면 누구나 마음 설레는 D-100일
여수 바닷가에서 박효신의 내면과 만나다!
국가적 행사인 여수엑스포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지난 6월 16일의 ‘엑스포 팝 페스티벌’ 개막 무대, 국방홍보지원대 박효신 상병이 2만 여명 관람객 앞에 선 그날은 우연찮게 전역을 100일 앞둔 시점이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위 속에 춘천 102보충대에 입소한 게 엊그제 같은데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다. 누구보다 분주했던 군 생활 역시 머지않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여수 바닷가에 비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3개의 키워드.
글/ 유성욱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성숙한 카리스마
꼭 이름에 ‘신’ 자가 들어가서가 아니라, 박효신 상병의 노래에 젖다보면 ‘발라드의 신’이니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수긍된다. 지난해 MBC ‘나는 가수다’에서 ‘바보’를 불렀던 명예졸업 가수 박정현은 ‘박효신처럼 불러보고 싶었다’라고 선곡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의 신’이라 칭송받는 그도 65만 명이 모인 군대에서 바닥을 기던 시절이 있었다. 국방홍보지원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고참 이준기가 전역 후 한 연예 프로그램에 나가 “대한민국 최고의 발라드 가수지만 그만큼 느려서 진짜 뭐라고 했다” 라고 실토했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에게 더욱 혹독하게 대했다는 이준기는 (군대에서 그랬던 대가로) “전역하고 나서 가끔씩 만날 때는 꼭 무릎 꿇고 들어간다”라는 애교를 덧붙인다.
정말 그랬다. 102보충대 앞에서 경례 포즈를 요청하는 취재진에 “경례를 배우러 들어가는 것이라 나중에 나올 때 잘하겠다”고 말하며 사양했던 쭈뼛한 모습의 그였는데, 지금 경례를 하는 모습에선 절도감이 넘친다.
경례만이 아니다. 박효신 상병을 가까이서 보는 사람들이나, 오랜만에 그를 본 팬들은 한결같이 그가 예전보다 강하고 멋있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디지털 문양의 신형 군복은 박효신을 위해 제작된 것처럼 착 달라붙는다.
홍보지원대원들과 함께 국군방송 위문열차를 진행하는 국방홍보원 남복희 공연팀장은 박효신 상병에 대해 “처음엔 귀여운 형이었는데, 군 생활을 하며 점점 자신만의 개성과 함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라며 “얼마 남지 않은 전역을 축하하지만, 사실 그의 전역은 국방홍보원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다.”라고 평한다.
월간<HIM>이 병사들에게 전해질 때쯤이면 박효신 상병은 병장 계급장을 단다. 그것은 단지 군 생활의 요령만 터득했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보다 강인해지고 성숙해졌다는 이야기다. 특히 그로서는 발라드 가수라는 섬세함에 그만의 성숙한 카리스마까지 장착하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가식이 아닌 배려
군부대를 순회하며 장병들을 위무하는 국군방송 위문열차 무대에서 그가 공연을 펼칠 때마다 전해지는 느낌이 있다. 수많은 시선이 그를 바라보듯, 그 역시 수많은 관객들을 헤아린다는 것이다.
“저 뒤에 소리 잘 들리세요?”
“저쪽 분들은 어때요?”
멘트도 따뜻하다. 자신의 이병, 일병 때의 경험까지 곁들어 나누는 이야기가 병사들의 마음에 와 닿는다.
그것이 처음에는 가식이 아닌가 의심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경기도 화전의 30사단에서도, 강원도 화천의 8사단에서도, 제주방어사령부 장병들을 위한 중문에서의 위문열차 공연에서도 동일했다.무엇인가 조금이라도 더 전해주고 나누어주려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그의 무대에선 에드리브가 자주 나오고 맛보기 몇 소절이 더 나오곤 한다.
“‘나는 가수다’에서 이은미 선배가 제 노래 ‘좋은 사람’을 불러줘 기분좋더라구요. 잠깐만 들려드릴까요?”
“얼마전 Mnet ‘보이스 코리아’에서 ‘동경’을 부르던데, 조금만 들려드릴까요?”
발라드 가수지만 피날레에서는 무대에서 내려가 관객 바로 앞에서 손을 높이 쳐들고 한바탕 어울린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땀에 젖어 함께 젊음을 공유하고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왜 그럴까? 그의 대답을 들어보자.
“저도 같이 군 생활을 하기에 무엇을 원하는지가 전해져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기다리며 제 노래에 즐거워하는 병사들이 있는 한 말이죠.”
그래서인지 병사들 사이에서 박효신 상병의 인기는 어느 걸그룹 못지않다. 가는 곳마다 병사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이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박효신 상병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굉장한 미식가라고 말한다. 군대에서는 그럴 기회가 적지만, 맛집 찾는 것을 좋아해 웬만한 곳마다 그가 즐겨 찾는 단골 식당이 있다. 그런데 자신이 먹을 때보다 남을 먹일 때 그는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톱클래스의 최선
군대에 와서 누구보다 바쁘게 맡은 임무를 다했다. 올 초 장병은 물론 일반 대중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장병 가요 ‘나를 넘는다’를 발표했으며, 천안함 2주기를 맞아 대한민국의 수호자 국군에 바치는 ‘푸른 소나무’가 나왔다. 군가‘멋진 사나이’가 새롭게 리메이크 됐다. 그가 새롭게 부른 ‘사랑하는 전우야’까지 합하면 군가로만 미니 앨범을 내도 좋을 정도로 작업에 땀 흘렸다.
국군방송 위문열차에서도 박효신 상병의 존재감은 돋보인다. 그는 1부로 펼쳐지는 장병 오디션 ‘비더스타’의 심사위원이자 멘토로 활약하며, 2부 공연에서는 장병들과 소중한 젊음을 공유한다.
“한번은 굉장히 몸이 피곤해 보이고, 목이 잠겨 있더라구요. 오늘 공연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니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물어봤죠. ‘어떻게 된 거야?’. 그랬더니 ‘몸이 힘들었지만 무대에 서니 잘해주고 싶더라구요!”라고 말하더군요.”
국군방송 남복희 공연팀장은 그 정도의 노래 실력을 가진 프로라면 때로 대충할 만도 한데, 리허설까지 최선을 다하는 박상병의 모습에서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고.
“특히 음향에 관한 한 양보하는 법이 없어요.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괜찮다 싶을 때까지 지독하게 연습합니다. 음향 담당하고도 실랑이를 많이 하구요. 하지만 그게 밉지가 않아요. 그가 자주 하는 소리가 있죠. ‘리벌브 좀 더 넣어주세요’ ‘소리 좀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프로는 괜히 프로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전역을 딱 100일 앞둔 지난 6월 16일, 엑스포 팝 페스티벌 개막 공연을 앞두고 월간 HIM과 만난 박효신 상병은 잠시 짬을 낸 짧은 시간 동안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보여줬다.
꼼꼼하게 정성을 들여 자신의 머리를 직접 손질하고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주문하는 포즈만 취하지 않고 자신이 고민해 포즈를 연출해가며 피사체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연 때마다 군복을 입은 모습을 보아왔는데, 여수엑스포의 성격상 사복이었던 그는 HIM을 걱정하고 다른 병사들을 배려했다.
“아무래도 이 팔찌는 빼는 게 좋겠지요?”
“그런데 지난 번 위문열차에는 오시지 않았더라구요.”
여수 바닷가! 군복을 입지 않았지만 카리스마가 넘쳤다. 이미 뼈속까지 군인이 된 듯 했다. 그런 그에게 D-100일 소감을 물었다.
“길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되돌아보니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짧았던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다하고자 했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전역을 하더라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9월 24일이 전역 예정일인데 위문열차에서는 7월중 하차하게 됩니다.
저도 아쉽지만 군 생활을 함께 하며 즐거움을 같이 나누었듯, 전역 후에도 계속 그랬으면 합니다.
모든 전우님들, 따로 인사드리지 못하니 HIM 지면을 빌어 인사드립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군 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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