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8 곰신데이트] 육군 제5171부대 이상협 상병 & 홍수진 양
육군 제5171부대 이상협 상병 & 홍수진 양
“늘 처음처럼 사랑하고 싶어”
웃을 때마다 가늘게 휘어지는 눈꼬리가 닮았다. 함께 있다는 것,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오랜 시간을 만나왔지만 여전히 풋풋한 새내기 연인 같다. 이상협 상병과 홍수진 양,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글/ 유희종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여름이 아직 기승을 부리기 전이었을 것이다. 사무실로 앳된 얼굴의 한 곰신이 찾아와 쭈뼛쭈뼛 편지봉투 하나를 건네고 돌아섰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뒷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알록달록한 편지지 두 장 가득 적어내린 그녀의 사연은 군화를 향한 꾸밈없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달에는 이미 다른 커플의 데이트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그녀의 편지는 잠시 밀려났다.
보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우편함에서 편집부의 손길을 기다리던 군인들의 사연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편지가 있었다. 내용인즉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자친구가 고민 끝에 직접 사무실로 찾아가 곰신데이트를 신청했는데 채택되지 않은 것 같다며 서운해한다’는 것. ‘그러니 당장 채택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여자친구의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 달라’는 소박한 부탁. 사무실을 찾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렇게 최초로 이뤄진 쌍방향 신청의 주인공이 바로 이상협 상병과 홍수진 양이다. 조용한 편이지만 의외로 당찬 수진 양과 다정하고 섬세한 이 상병은 무척이나 잘 어울렸고, 함께 있는 내내 주변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을 뽐냈다.
우리 이런 커플이야
군화 이상협 상병(22)
특급전사에 1년 만에 상병으로 조기 진급까지, 군 생활에 200% 적응완료! 미대 재학 중 입대했다더니, 발군의 그림 실력을 선보였다.
곰신 홍수진 양(21)
가냘픈 외모와는 달리 당당한 쇼핑몰 사장님 겸 피팅 모델. 앳된 모습이지만 속 깊은 곰신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커플 이력서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만나 이 상병의 끈질긴 작업 끝에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올해 7월 22일로 만난 지 꼭 4주년이다. 평소에는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소한 데이트를 즐긴다.
처음 그 순간부터 ‘너는 내 운명’
고등학교 동아리 선후배였던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상병의 공(?)이 크다. 4년 전, 사진부의 회장을 맡고 있던 이 상병은 동아리 홍보차 1학년 교실을 돌다가 수진 양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치밀한 작전(!)이 시작됐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에게 수진 양을 사진부 면접장에 데려오라고 부탁한 이 상병은 수진 양이 면접장에 들어선 순간 당연히 합격시켰고, 동아리 선후배로 인연을 맺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작업이 이어졌다. 수진 양에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겠다며 롯데월드에 데려가거나, 사진에 관한 영화가 개봉했다며 영화관으로 불러냈던 것.
한 학기 동안 귀여운 작업을 이어가던 그는 마침내 수진 양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때는 여름방학. 오목교 밑 풋살장으로 그녀를 불러냈다. 이미 친구들과 시나리오를 짜둔 후였다. 이윽고 수진 양이 도착하자 경기에 열중한 척 하던 이 상병은 시나리오대로 멋지게 골을 성공시킨 다음, 세리머니처럼 그녀에게 다가가 사귀어 달라고 고백했다.
대답을 미룬 수진 양은 그날 저녁, 수줍게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때는 오빠와 그렇게 친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존댓말을 하던 사이였거든요. 하지만 절 좋아한다는 건 주변 사람들이 말해줘서 알고 있었고, 저도 호감이 있어서 승낙하게 됐죠.”
수진 양의 말로 미루어 보면 이 상병이 한 학기 동안 매진했던 작업이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어쨌든 결과는 선방! 풋풋한 연인이 된 두 사람이 지금까지 달콤한 사랑을 이어오고 있지 않은가.
입대 후에도 사랑은 계속된다
꽤 긴 시간 서로의 곁을 지켜왔음에도 두 사람은 크게 싸운 기억이 없다. 이 상병은 수진 양이 감동을 주는 덕분이라 하고, 수진 양은 이 상병이 섬세하게 챙겨주는 덕분이란다. 그러니 이 상병이 입대한 지도 1년이 된 지금까지 권태기는 없었냐는 물음에 ‘권태기가 뭐에요?’ 하는 눈빛으로 대답해오는 것일 테다.
“오빠는 오래 사귀었는데도 늘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섬세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권태기는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군대에 있으면서도 성년의 날을 맞은 수진 양을 위해 향수를 선물한 것은 기본, 게다가 1300일 기념일 면회에서는 깜짝 선물까지 준비했단다. 부대원들에게 받은 롤링 페이퍼와 미대생답게 솜씨를 발휘해 그린 수진 양의 초상화를 선물한 것. 과연 그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권태기가 오려다가도 달아날 정도다.
수진 양의 내조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군화곰신 커플이 통화가 가능해지면 편지가 뜸해지게 마련인데, 수진 양은 상병이 된 지금도 꼬박꼬박 편지를 쓴다. 전화도 자주 하고, 이 상병의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며 믿음을 주는 그녀. 겉으로는 토라지거나 틱틱거릴 때가 있지만 이 상병의 친구나 부모님 일에 늘 먼저 나서서 마음을 쓴다.
“입대 후 어버이날이었어요. 수진이에게 전화를 했는데, 카네이션을 사가지고 저희 집에 가고 있다는 거예요. 어버이날인데 부모님도 카네이션은 받으셔야 하지 않겠냐면서…. 그때 참 감동 받았어요. 저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인데도 이렇게 챙겨주는 게 참 고맙죠.”
서로에 대한 배려가 당연한 이 커플, 곧 있을 첫 정기휴가엔 여수박람회를 보러갈 거라며 신난 기색이 역력했다. 두 사람의 앞날이 늘 첫 여행처럼 설레고 두근거리는 날들로 채워지길 기원한다.
두 사람이 <HIM>으로 보내온 편지
1 편지지만큼 귀여운 글씨로 써내려간 사연과 사진은 수진 양이 직접 가지고 온 신청사연. 연노랑 봉투는 수진 양을 보낸 뒤 이 상병이 보낸 것이다.
2 데이트 당일 챙겨간 편지를 바꾸어 읽던 두 사람. 제3자에게 털어놓은 서로의 마음을 처음으로 보게 된 두 사람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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