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열차] 2012년 8월 <HIM>이 찾아간 위문열차 : 육군 5공병여단
환호가 쏟아진 밤…육군 5공병여단 공연현장
위문열차, 군심軍心을 녹이다
지난 7월 17일 제헌절에 열린 위문열차 공연을 앞두고 일기예보에는 온통 우산이 떠 있었다. 태풍이 올라온다고 했다. 그러나 공연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흐렸던 하늘이 오후가 되자 조금씩 찌푸린 얼굴을 폈다. 공연이 시작된 것은 오후 일곱 시. 비개인 오후의 연병장을 달리는 위문열차 위로 장병들의 환호가 태풍처럼 몰아쳤다.
글/ 유희종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박철희 기자
장병들의 축제 비더스타, 그 촉촉~한 감성
위문열차의 막을 여는 장병들의 무대 비더스타. 이날은 홍보지원대 소속의 언터쳐블(김성원‧박경욱 일병)이 사회를 맡았다. 심사위원석에는 5공병여단 정훈참모인 서우석 소령과 위문열차의 남복희 PD, 홍보지원대 강창모 일병과 브레이브걸스의 은영, 유진이 자리를 잡았다.
참가팀은 총 4팀으로 다른 날에 비해 다소 적은 편이었지만, 전혀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제각기 매력적인 목소리와 감성을 선보였다.
2NE1의 ‘I don’t care’를 위트 있게 개사하거나, 직접 연주하는 젬베와 개성적인 목소리로 10cm의 ‘Talk’를 소화해낸 쟁쟁한 출전자들. 덕분에 경쟁은 더욱 치열했고, 심사위원들의 얼굴에 고민의 그림자가 떠날 줄 몰랐다.
마지막 심사는 노을의 ‘청혼’을 부른 이동근 상병 팀과 울랄라세션의 ‘서쪽 하늘’을 부른 정지웅 상병 팀을 두고 이루어졌다. 결과는 놀랍게도 만장일치! 첫 소절부터 좌중을 숨죽이게 했던 목소리의 소유자, 정지웅 상병을 비롯해 네 명의 병사들이 기쁨의 환호를 내질렀다.
이날 심사를 맡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 강창모 일병은 “네 팀의 참가자가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해 심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며, “무엇보다 네 명의 호흡이 좋았고, 화음과 균형이 잘 맞았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본선에서는 각자의 목소리, 창법에 맞게 파트를 계산해 분배하고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프로의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한낮보다 더 뜨거운 밤의 열기
위문열차에 있어 이제는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한 브레이브걸스가 <요즘 너>와 <아나요>로 첫 무대를 장식했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시원한 각선미가 드러나는 핫팬츠와 시스루 블라우스 차림의 무대의상으로 5공병여단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그녀들.
이어 신인가수 디아가 바통을 이어받아 풋풋하고 귀여운 첫인상처럼 깔끔한 노래실력을 선보였다. 동갑내기 신인가수인 타란과 함께한 씨스타의 ‘Ma boy’에서는 섹시안무의 대명사인 의자댄스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처음으로 두 사람이 함께 선 무대였음에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 그녀들은 “장병 오빠들이 좋아할 만한 곡을 불러드리고 싶어 선곡한 노래”라고 수줍게 털어놓았다.
드디어 해가 저물고 밤의 어둠이 연병장에 내리깔렸다.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언터쳐블이 ‘Tell me why’와 ‘난리부르스’를 열창하며 장병들이 있는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자 온 부대가 들썩였다. 진짜 축제의 시작이었다.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 음향사고에도 프로답게 무대에 임하며 장병들의 격려 어린 박수를 받은 프로젝트 그룹 비비드, 자그마한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관객석을 술렁이게 한 슈퍼스타K 출신의 김보경, 어설픈 경례와 수줍은 미소로 장병들을 무장해제 시킨 셰인까지 장병들의 환호 속에 화끈한 열기를 이어갔다.
갑작스런 조명사고에 빛난 ‘프로의 품격’
초대가수들의 공연에 이어 들려온 것은 KCM(강창모 일병)의 목소리. <알아요>를 첫 곡으로 열창하기 시작한 지도 잠시, 갑자기 모든 조명이 꺼지고 암전이 찾아들었다. 조명은 꺼졌지만 음악은 이어지는 상황. 당황한 기색 없이 노래를 이어가는 강 일병의 목소리에 술렁이던 객석은 다시 조용해졌고, 그의 노래는 어둠을 타고 더욱 깊은 감성으로 울려 퍼졌다.
그때, 조명이 아닌 장병들의 손끝에서 하나 둘 불이 켜졌다. 이곳저곳에서 일렁이는 라이터 불빛이 점차 번져나가더니, 어느새 객석 한 쪽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환한 불이 켜졌다. 조명이 다시 들어왔나 돌아보니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객석을 지나 무대를 향한 강한 불빛이 노래하는 강 일병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첫 곡이 끝날 무렵, 조명은 이내 다시 켜졌다. 고작 2~3분의 짧은 암전이었지만 프로답게 노래를 이어간 강 일병과 그런 그에게 작은 불빛으로 응원을 보낸 장병들을 더욱 끈끈하게 연결해 준 고마운(?) 에피소드였다.
여담이지만, 강 일병의 무대 위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몇 달 전에 있었던 한 공연에서는 노래를 하던 중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이 갑작스레 꺼졌던 것. 아무래도 강 일병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음모론을 슬쩍 제기해 본다.
최고의 인기 스타는 여단장님(?!)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날 위문열차 현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김정윤 제5공병여단장이었다.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는 취지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호응하는 병사에게 포상휴가를 약속한 것. 덕분에 공연 중간 중간 윤성경 MC와 KCM(강창모 일병), 이날 객원MC를 맡은 맹영기 씨가 병사들을 무대로 불러 즉석에서 휴가증을 선물하는 즐거운 장면도 포착됐다. 덕분에 병사들의 참여와 호응이 상상 이상으로 돋보였고 휴가증을 받지 못한 병사들 사이에서도 즐거움이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휴가증이 한 장씩 제시될 때마다 ‘여단장님’을 외치며 들썩이던 객석은, 처음에 3장으로 계획돼 있던 휴가증이 10장으로 늘어나자 이날 들려온 가장 큰 함성으로 보답했다. 휴가증이 전달된 후 스크린에 김정윤 여단장의 모습이 비춰질 때마다 “여단장님, 사랑합니다!”라는 굵직한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마지막 2장의 포상휴가증은 월드스타 비(정지훈 일병)의 손에 달려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선글라스를 벗고 마이크를 잡은 정 일병은 즉석에서 4명의 병사를 선발해 장기자랑 대결을 벌였다. 무반주 셔플댄스와 수준급의 ‘레이니즘’ 댄스를 선보인 끼 많은 병사 두 명에게 포상이 돌아갔다. 아쉽게 탈락한 두 명의 병사는 <HIM>의 카메라 앞에서 정 일병과의 기념사진을 선물 받으며 깨알 같은 추억을 남겼다.
미니 인터뷰
제5공병여단 비더스타 오디션 우승팀
정지웅 상병‧박경철 일병‧조영운 일병‧전명헌 이병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탄성이 쏟아졌다. 실력 있는 병사 넷이 모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넷이 하나처럼 어우러진 화음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음악인들끼리는 통한다’며 넉살좋게 웃던 청춘들의 이야기.
어떻게 네 사람이 만나 팀을 이루게 됐나?
모두 도하중대 소속으로, 입대 전부터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들이라 통하는 것이 있었다. 평소에 노래방도 같이 다니며 서로의 실력을 확인했다(웃음).
연습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고 들었다.
위문열차 공연만 있는 줄 알았는데, 비더스타가 있는 건 4~5일 전에 알았다. 그래서 급히 팀을 짜서 곡을 정하고 나흘 동안 연습했다. 파트를 나눠 호흡을 맞추는 부분은 오히려 잘 됐는데, 모여서 연습하는 게 눈치가 좀 보였다. 그나마도 평일에는 근무 때문에 거의 못 했고, 주말을 틈타 연습했다.
본선 진출권을 따낸 소감은 어떤가. 각오를 듣고 싶다.
기쁘긴 한데, 막상 되고 보니 본선에 대한 막막함과 욕심이 생긴다.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잘 해내서 우승까지 노리고 싶다. 각오는…도하중대 파이팅! 사랑합니다!
“Let’s Go Together!”
육군 제5공병여단
올해로 창설 41주년을 맞는 육군 5공병여단. 창설 초기인 1975년에는 제 2땅굴 발굴 작전에, 1984~1990년에는 세 차례에 걸친 한⋅미 연합 팀스피리트 훈련에 참가하며 한미 양국간 우호증진 및 연합작전능력 향상에 기여해 왔다. 더불어 국가 기간산업 발전은 물론 군단지역의 대규모 집중호우 재난에 대한 피해복구 지원, 국가 환경정책 구현과 대군 신뢰 증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창설 이후 현재까지 국방부장관 부대표창 3회, 참모총장 부대표창 4회 등 총 57회의 부대표창을 수상, 최정예 공병여단으로 손꼽힌다.
제25대 지휘관인 김정윤 여단장의 취임 이래로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고 기강이 확립된 부대’, ‘강한 전사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Let’s Go Together”라는 모토 아래 노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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