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에서 HIM을 얻다] 국회 국방위 송영근 의원의 내 마음속 경구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수처작주隨處作主
제19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송영근 의원(육사 27기)은 지난 2005년 국군기무사령관을 마지막으로 전역하기까지 38년 인생을 군에서 보낸 안보전문가이지만, 또한 소문난 불자이기도 하다. 전역 후 불교 공부에 매진,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던 그가 월간<HIM>을 통해 장병들에게 전하고픈 불경의 경구를 공개했다. 국방에 헌신하는 장병들에게 힘을 주는, 인생 선배로서의 따뜻한 응원 메시지.
글 유성욱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제행무상, 모든 것은 항상 변하고 있다
지난 봄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으로서 월간<HIM> 5월호 파워 인터뷰 지면을 장식, 장병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던 송영근 의원을 다시 만났다.
국회 국방위 소속으로 앞으로의 큰 활약이 기대되는 송 의원은 전역 이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서 불교학 공부에 매진했으며, 군 불교후원회 고문을 맡고 있기도 소문난 불자. 뜬금없이 병사들에게 들려주고픈 불경의 경구를 묻는 질문에 그는 주저함 없이 펜을 꺼내 종이에 써내려 갔다. 일필휘지(一筆揮之)란 이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諸行無常
제행무상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가 거처하는 우주의 만물은 항상 돌고 변하여 잠시도 한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이다. 아마도 병사들에게, 비록 지금 힘들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이니 일희일비 하지 말고 묵묵히 견디라는 당부를 하는 듯 보였다. 젊은 시절에는 우리의 존재가 항시 그대로 영원할 것 같이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음을 일찍 알아야 한다. 만물(萬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끝없는 욕심과 집착이 도사리게 되어 고뇌에 부닥치는 것은 무상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의원은 제행무상이란 경구 속에는 좀더 오묘한 진리가 숨어있다고 설명한다.
“제행무상은 보통 연기법이라 합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구한 것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이 연기의 법칙인데, 연기란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준말로, 모든 것이 인연 따라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일체의 현상은 원인과 그에 따르는 결과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세상 모두는 이것 저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나 홀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수처작주, 변화를 이끌어가는 건 바로 나!
송영근 의원은 이어 ‘隨處作主’ (수처작주)란 한자어를 적었다.
내가 어느 곳에 있든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수처작주’란 임제선사의 『임제록』에 나오는 법어인데, 입처개진(立處皆眞)과 짝을 이룬다. 즉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란 ‘내가 어느 곳에 있든 주인이 되면, 내가 서있는 곳이 바로 진리다’라고 해석된다.
“장병들에게 제행무상과 수처작주란 화두를 주고 싶습니다. 이 두 경구를 함께 생각하면 갖자 깨닫게 되는 의미가 있을 겁니다.”
불교를 공부하면서 스스로 가장 염두에 두는 가르침이 ‘공(空)’이라는 송 의원은 비워야 채워지고, 낮춰야 세상이 귀하게 보인다는 ‘공’의 의미를 새기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이라고.
“그것이 어떤 종교든 큰 상관 없이, 저는 누구든 한가지 종교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특히 명확한 사생관이 필요한 군인에게는 더욱 필요합니다. 평시에는 마음의 평안과 성찰을 통해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며, 전시에는 국가와 민족, 공익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명확한 가치를 부여하게 하지요.”
송 의원은 지난 인터뷰를 통해 병사들에게 ‘바보로 살지 말라’고 조언한 바 있다. 21개월 동안 누구나 몸 담는 곳이 군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것.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언제 휴가 가나, 제대의 날이 언제 오냐만 따지며 ‘타임 킬러’로 사는 건 ‘바보 중의 상바보’라며 군대에서 많은 것을 챙겨나오는 사람이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군대에서 꼭 챙겨나올 것이 세가지다. 지혜로움과 덕성,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튼튼한 체력 바로 지덕체이다.
“병사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마음을 활짝 펴라! 가슴을 활짝 펴라!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는가? 새소리가 들리는가? 길에 핀 꽃들이 보이는가? 그것이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닫힌 것이다. 마음을 열게 되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뭐나고 묻는다면, ‘마음의 꽃’이라 답하고 싶습니다. ‘마음의 꽃’이 핀 병사는 내가 지금 조국의 평화를 지키고, 부모 형제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와 행복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러한 마음의 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입니다.”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언어가 따로 없다. 동시에 장병들에 대한 송영근 의원의 애틋한 마음까지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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