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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이슈 인터뷰]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재미가 내 삶의 원동력”

[이슈 인터뷰]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재미가 내 삶의 원동력”

 

 

 

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전문가라 부른다. 그 중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한국 홍보전문가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경덕 교수(39), 최근 뉴욕 타임스에 위안부 할머니 광고를 게재해 반향을 일으키더니 지금은 8.15를 앞두고 새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한다. 이번엔 또 어떤 프로젝트일까? 월간<HIM>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그를 어렵게 만났다.

 

글/ 박철희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서경덕 교수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무한도전 팀과 함께한 비빔밥 프로젝트는 많이들 기억할 것이다. 한식을 통한 한국 홍보영상이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전광판에 나오게 한 주인공이다.

 

그는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같은 미국 주요 일간지의 독도와 동해 표기 오류를 지적하고,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적 진실을 소개하며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판하는 등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리는데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지금은 광복절 프로젝트를 기획중이라고 한다.

 

그는 왜 이런 일들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는 걸까?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그의 남다른 생각과 도전, 새로운 프로젝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성신여대에 있는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Chapter #1 : 현재

 

 

독도 홍보는 문화적 관점에

 

8.15를 맞이해 독도횡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며 기획 의도는 무엇입니까?

 

한국체육대학 학생들과 함께 경북 울진 죽변항에서 독도까지 200km 정도의 거리를 오직 수영만으로 건너가는 프로젝트로 오는 8월 13일에 출발해 8월 15일에 도착하는 2박 3일의 일정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작년 3월 1일 ‘삼일절 독도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제 강연과 가수 김장훈 씨의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폭발적이어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독도 문제를 해결할 때 정치적, 외교적으로 접근해 국제적 분쟁 지역이라는 이미지만 강조하기보다, 원래 우리나라 영토인 독도를 일상적인 여행과 관광을 통해 문화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들어 올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프로젝트 준비는 순조로운지, 실제로 바다에서 수영을 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조금 수영을 했지만 바다 수영은 처음입니다. 수영장보다 5배는 더 힘들다고 해서 약간 겁이 나지만 김장훈 씨와 함께 맹연습에 돌입하려고 합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100m 거리를 두 번 정도 헤엄칠 예정인데, 죽변항에서 독도로 가는 도중 한 번 뛰어들고, 독도를 100m 정도 남겨 둔 상황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바다에 뛰어들려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장관이라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원래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현실이 되어 있더군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소리 없이 강한 음식의 힘

 

한국 홍보를 위한 두 번째 한식으로 막걸리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양인들이 식사할 때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문화입니다. 술이 아니라 음료의 개념으로 생각하죠. 만약 한식에 이것을 접목한다고 가정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막걸리였습니다. 소주는 너무 강해서 금방 취할 수 있으니 제외했고요. 또한 쌀로 만든 술이라는 점이 웰빙 트렌드와도 잘 부합되더군요.

 

음식 문화를 통해 한국을 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리 전 세계가 좁아졌다고 해도 세계 60억 인구가 전부 한국에 올 수도 없고, 우리 국민 모두가 세계 각국으로 나갈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한국 문화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개가 바로 음식이라는 결론이 나오죠. 외국에 나가보면 일본의 스시(초밥) 음식점이 없는 곳이 없고,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지 않은 도시가 없죠. 이것이 좋은 예입니다. 한식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홍보를 위한 세 번째 한식이 무엇일지 기대해주세요.

 

 

 

Chapter #2 : 과거

 

 

 

유럽 배낭여행 계기로 한국 홍보에 매진

 

한국 홍보 전문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 계기가 1996년의 유럽 배낭여행이라고 들었습니다

 

유럽에 가기 전에는 UN에 속한 200여개의 나라 중 경제 순위 11위의 한국이니 꽤 많이 알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더군요. 동양인은 모두 일본이나 중국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죠. 동시에 세계 선진 문화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돈을 모아 그 돈으로 남대문에서 태극기 배지를 샀고, 그 이후 여행부터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을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펠탑에서의 8.15 기념행사 일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유럽 여행 당시 마침 8.15를 앞두고 있던 터라 무언가 신나고 뜻 깊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광복절에 에펠탑에서 기념행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3인칭 화법으로 소문을 퍼트렸죠. 마침내 광복절이 되었고 반신반의하며 에펠탑으로 가보니 무려 3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있더군요. 8월 15일은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평화의 날이었기에 꽤 많은 외국인들도 동참했어요.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제가 일을 벌였으니 마무리도 제가 해야 했죠. 저의 주도로 애국가를 불렀는데 평생 들어본 것 중 가장 우렁찬 애국가였습니다. 노래가 끝났을 때에는 모두 손과 손을 붙잡고 있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습니다.

 

 

 

 

 

일생일대의 기회가 된 군 생활

 

군대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대학원 재학 중 휴학하고 26세라는 꽤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습니다. 강원도 원통에 있는 12사단에서 정훈병으로 근무했는데, 그 당시 별명이 ‘12사단 할아버지’였죠. 운 좋게 신문 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매일 다양한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을 접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군 생활이 저에게는 훌륭한 기회가 된 것이죠.

 

특히 도움이 될 만한 기사는 스크랩 했습니다. 사실 이등병이 개인적으로 스크랩한 신문기사 자료를 보관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찾은 방법이 천정에 있는 슬레이트 나사를 풀고 그 빈 공간에 자료를 넣어두는 것이었죠. 그러다 선임병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4절 스케치북을 이용해 스크랩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대할 때 친구의 승합차로 운반해야할 정도였죠. (웃음)

 

평소에 독서를 권장하신다던데, 병사들에게 추천하는 책은 무엇인가요.

 

제가 평소에 갖고 있는 생각은 국사는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딱딱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고, 군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으로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절대 책을 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역사에 관한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추천하고 싶네요.

 

신세대 장병들이 가져야할 그들에게 어울리는 애국심이란 어떤 것일까요.

 

신세대 장병이라고 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애국심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이나 WBC 등 국제 경기 때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응원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되겠죠.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국가와 정부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국가가 꼭 있어야 하기에 올바른 국가관을 확립했으면 합니다. 더불어 자기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기를 당부합니다. 우리나라를 사랑해야 세계를 사랑할 수 있고, 그래야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으니까요.

 

 

 

Chapter #3 : 미래

 

 

 

서경덕 교수의 핵심 키워드 : 도전 & 재미

 

한식과 한글, 독도와 동해 표기문제 그리고 최근에는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는데, 끊임없는 도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재미’입니다. 스스로가 즐기지 못한다면 남들 역시 즐겁게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재미가 있어야 아무리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더라고 이겨낼 수 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재미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들이 아직 실행하지 않은,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를 궁리하다보면 창의력도 길러지고 그 방법으로 다시 도전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 연쇄반응을 일으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죠. 제가 정말 원하고 있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결과 역시 긍정적이기에 꽤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고요. (웃음)

마지막으로 ‘군대 고참, 인생 선배, 닮고 싶은 멘토’로서 현재 군 복무 중인 장병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를 부탁드립니다.

 

군대라는 곳은 사회와 단절된 폐쇄적인 곳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2년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사회의 축소판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제공의 장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장 낮은 이등병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가장 높은 병장의 위치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 사회에서 실제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을 미리 체험할 수 있죠. 그런 과정을 통해 군 생활도 어느새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또 개인적으로 군 생활을 돌이켜 보았을 때 군대에서 만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의 인연이 가장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들에게서 얻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주변 전우들과 끈끈한 인간의 정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이 곧 재산이니까요.

 

그리고 군 복무 후 열심히 준비해서 제2, 제3의 한국 홍보전문가가 나와, 같이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서경덕 교수의 한국 알리기 대표 프로젝트

 

 

1. 본격적 한국 알리기의 효시

 

 

(2005.7.27 , 뉴욕타임즈)

 

가수 김장훈의 후원으로 뉴욕타임즈에 게재한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이다’라는 뜻을 담은 신문광고. 본격적인 한국 알리기의 효시가 되었다. 하지만 2012년 3월 일본의 항의를 받아들인 뉴욕타임즈는 앞으로 독도 관련 광고 게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 중국의 동북공정 반박 광고

 

(2008.2.11 , 뉴욕타임즈)

 

고구려와 발해를 자신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반박하기 위한 광고. 412년 당시의 지도를 통해 고구려는 온전한 한국의 역사임을 강조했다.

 

 

 

3. 광고의 목적은 다툼보다 협력

 

(2008.7.9 , 뉴욕타임즈)

 

가수 김장훈과 함께한 두 번째 프로젝트. 지난 2000년 동안 동해로 불렸고, 독도가 한국의 영토였음을 알리는 내용의 광고.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상호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4. 표기 실수 정정 강력 요청

 

 

(2009.5.12 , 워싱턴 포스트 등)

 

동해와 독도 관련 표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신문광고.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일간지의 표기 실수를 지적하는 문구를 해당 언론사의 승낙을 얻어 게재할 수 있었다.

 

 

 

5. 한국 문화를 비빔밥으로 투영

 

(2009.12.21 , 뉴욕타임즈)

 

무한도전 팀과 함께 해서 더욱 유명해진 첫 번째 한식 홍보 프로젝트인 비빔밥 광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비빔밥을 색감을 이용한 ‘섞음’문화로 잘 풀어서 전달했다. 2012년 5월에는 같은 디자인의 포스터를 뉴욕 시내 곳곳에 붙이기도 했다.

 

 

 

6. 일석이조의 한글 홍보 광고

 

(2011.10.5 , 월스트리트저널)

 

음식과 함께 한글을 통해 한국을 문화의 관점에서 홍보하려는 광고.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같은 일상적 문구로 시작해, ‘독도’, ‘동해’처럼 이슈가 되는 단어를 선정하여 더욱 효과적인 한국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7. 위안부 할머니의 실상을 세계로

 

(2011.12.29 , 뉴욕타임즈)

 

독도, 동해에 이어 가수 김장훈과 의기투합한 세 번째 광고. 독일과 일본은 모두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이지만 전혀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위안부 할머니의 실상을 세계에 알려 아직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일본 정부가 반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8. 재미있고 똑똑하게 독도 알리기

 

(2012.3.1 , 뉴욕타임즈)

 

삼일절을 기념하며 게재한 재미있고 똑똑한 광고. 선 긋기 놀이를 이용해 하와이는 미국, 발리는 인도네시아,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섬인 것이 당연하듯 독도는 한국의 섬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