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곰신데이트] 육군 제9사단 현달산대대 홍영택 이병 & 신자현 양
육군 제9사단 현달산대대 홍영택 이병 & 신자현 양
“‘네’가 아닌 ‘우리’의 군 생활이 되기를”
진녹색 작은 상자 속에 잠들어 있던 커플링이 오랜만에 한 쌍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두 사람이 만나는 날마다 함께하는 반지가 이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조용히 들려주었다. 아침부터 분주히 서로를 향해 달려왔을 홍영택 이병(21)과 신자현 양(22)의 데이트 당일. 지난밤부터 기자를 마음 졸이게 했던 비소식이 무색하리만치 하늘은 청명했다.
글/ 유희종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역대 최고 닭살 커플의 등장
첫인상은 그렇지 않았다. 데이트 장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두 사람은 입시를 앞둔 홍 이병의 동생이 원서를 넣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뿐, 닭살 커플의 조짐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었다. 촬영을 할 때도 마찬가지. 좀 더 가까이,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구에도 쑥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여느 커플들처럼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것쯤은 예상했던 일이다. 그래도 이럴 줄은 몰랐다. 자현 양에게서는 한 살 차이 연상이지만 누나다운 차분함이 느껴졌고, 홍 이병 역시 남자친구다운 든든함으로 자현 양을 리드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어느 누가, 설마 이 정도로 깨가 쏟아지는 이력을 가진 커플이리라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두 사람은 10월 1일이 만난 지 꼭 500일이 된다. 홍 이병이 곧 일병 진급을 앞두고 있으니 만난 지 1년쯤 만에 입대한 셈. 훈련 일정 때문에 신병위로휴가도 아직 쓰지 못했지만 3주에 한 번은 자현 양이 꼬박꼬박 면회를 가고 매일 밤 9시 45분에서 10시 사이에는 홍 이병이 전화를 건다. 정기 외박과 포상 외박을 나갈 때면 부대 근처인 일산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부대와 자현 양의 집이 가까운 덕분이니 이 정도도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보낸 훈련소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기자는 묵묵히 이들을 최강의 닭살 커플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이런 커플이야 <
군화 홍영택 이병
군 생활은 그야말로 훈련의 연속이지만 그 와중에도 여자친구 생각에 여념이 없다. 빛깔 고운 편지지에 적은 사연에도 정성이 담뿍~
곰신 신자현 양
연상 같지 않은 풋풋한 외모, 뽀얀 피부의 소유자였던 이날의 곰신 신자현 양. 무덤덤해 보이는 태도 뒤에 내조의 여왕이 숨어 있었다!
커플 이력서
대학 동기인 누나에게 ‘함께 놀 만한 친구’로 자현 양을 소개받은 홍 이병. 그 후로부터 그들은 자주 함께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함께 어울렸던 것뿐인데… 결국 두 사람은 연애에 성공! 주선자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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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커플을 위한 가이드라인
이야기는 홍 이병이 306보충대에 입소한 지 나흘째 되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이병을 그리던 자현 양은 한 번이라도 더 그를 보고 싶은 마음에 참관식에 참석했다. 홍 이병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눈에 띄는 원색의 옷에 모자까지 쓰고서. 그러나 막상 훈련병들이 모인 자리에서 홍 이병을 찾으려고 보니 이게 웬걸, 똑같이 머리를 깎고 앉아 있는 훈련병들 사이에서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설상가상으로 당시 기수는 유난히 인원이 많았던 탓에 2,500명이나 되는 훈련병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결국 홍 이병 찾기를 포기한 자현 양. 하지만 그대로 돌아설 수는 없었기에, 난수번호를 부를 자원자를 모집하자 먼저 앞으로 나섰다. 홍 이병도 그때 사랑스런 여자친구가 그 자리에 온 것을 발견했다. 홍 이병은 그때를 회상하며 “3박 4일 동안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생활하며 힘들었던 것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것 같았다”며 “한 달의 훈련기간쯤은 쉽게 버틸 만큼 큰 힘을 얻었다”고 미소짓는다.
그날 자현 양이 부른 난수번호는 ‘1’번, 홍 이병의 미래를 결정하는 숫자였다. 그 결과 홍 이병이 배치된 자대는 9사단, 서울에서 지척인 일산이었으니 이런 것을 두고 사랑의 승리라고 하는 걸까.
자현 양의 열혈 내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홍 이병의 훈련병 시절, 불교 종교활동에 가면 매주 인터넷 카페에 여자친구나 가족이 올린 영상편지를 틀어줬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자현 양은 일부러 훈련이 끝나가는 5주차에 맞춰 3분짜리 영상을 공들여 만들었다. ‘너의 군 생활이 아닌 우리의 군 생활이니까 함께 이겨내자’는 메시지와 두 사람의 사진이 한참 이어지는 영상은 당시의 애틋한 그리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어디에서든 연애는 계속된다, 쭈욱~
이렇게 상대를 위해 노력을 쏟는 건 자현 양만이 아니다. 인터뷰 내내 자현 양을 향해 ‘예뻐 죽겠다’는 눈빛을 쏘던 홍 이병 역시 낭만파라면 낭만파. 영상편지의 원조도 홍 이병이었다.
지난해 이맘때 즈음. 자현 양의 생일은 11월이지만 홍 이병은 10월부터 바쁘게 준비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자현 양도 매일 바쁘다는 홍 이병을 보며 ‘뭔가 있구나’ 눈치를 챘지만 어떤 이벤트가 있을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마침내 자현 양의 생일이 되었을 때, 홍 이병은 직접 제작한 영상편지를 틀어주며 자현 양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사귀기 시작할 당시 영택이는 과대표를 맡을 만큼 과 활동이 많았는데, 저를 위해 과 활동도 다 접고 여자인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어요. 그만큼 제게 집중하며 충실해 주고, 정성을 많이 쏟아주는 데 늘 고마워요.”
당시 받은 케이크와 이벤트 사진을 보여주며(그렇다, 이 커플은 사진도 많이 찍는다) 홍 이병의 칭찬을 잊지 않는 자현 양.
그런데 요즘 이 커플에게도 작은 걱정이 생겼다. 자현 양이 1년간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된 것. 그래도 더 오래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홍 이병이 군대에 있는 동안 다녀오는 것이 나을 거라고 서로를 위로한다. 떠나야 하는 자현 양은 낯선 곳에서의 생활보다 자신이 없는 동안 홍 이병이 힘들어하지 않을지를 걱정하고, 홍 이병은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열심히 지내고 있는 자현 양이 자랑스럽단다.
조용조용 진한 연애를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1년의 헤어짐도, 전역까지 남은 기간도 아무 탈 없이 현명하고 행복하게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곰신과 군화를 위해 준비했다! 특별한 추억을 선물합니다
곰신데이트에 참여해주신 커플에게는 나라군장(www.naragoonjang.com)에서 협찬하는 ‘커플 군번줄’과 곰신데이트의 추억을 담을 ‘포토북 인화권’을 선물해 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사연 보내실 곳
우편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0-3 대륭포스트타워5차 702호 월간<HIM> ‘곰신데이트’ 담당자 앞 E-mail nanumbk@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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