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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HIM이 만난 11월의 HIM] ‘비 더 스타’ 우승한 12사단 박준영․윤재호 상병, 군대라는 하늘에서 별을 딴 듀오

[HIM이 만난 11월의 HIM] ‘비 더 스타’ 우승한 12사단 박준영․윤재호 상병,

군대라는 하늘에서 별을 딴 듀오

 

 

 

60만분의 1의 확률이라고 했다. 창군 최초의 시도, 국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비 더 스타’가 시작될 때 그 주인공이 누가 되든 우승은 참으로 머나먼 단어 같았다. 하지만 어떤 경연에도 승자는 존재하는 법. 오랜 시간 우정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서로의 곁을 지켜온 동갑내기 두 병사는 마침내 ‘별’을 거머쥐었다.

 

글/ 유희종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군 생활을 뒤흔든 전환점 ‘비 더 스타’

 

 

“아직 잘 실감이 안 납니다. 날아갈 것 같아요. 육군이라서 행복합니다!”

 

지난 9월 24일 열린 ‘비 더 스타’ 최종 결선에서 대상을 받고 상기된 얼굴로 소감을 말하던 박준영 상병과 윤재호 상병. “무서운 팀이었다”며 라이벌로 꼽은 해군홍보단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올랐음에도 흔들림 없이 여유롭게 무대를 즐기던 두 사람의 모습이 새삼 떠올랐다.

 

3주 만에 다시 만난 그들 역시 당시 경연장에서 봤던 취재진을 기억하고 있었다. 촬영이 이뤄진 교회 한 구석에 들어선 이들의 얼굴에 아직도 당시의 희열과 떨림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듯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화보 촬영, ‘앨범 프로필 찍는다고 생각하라’는 주문에 소년처럼 쑥스러워하며 웃으면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사뭇 진지해졌다.

 

‘비 더 스타’가 막을 내린 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우승한 이들에게도 이목이 집중됐다. 사회에서는 세 곳의 기획사가 이들의 실력에 손을 내밀었고, 군에서는 12사단장 장경석 소장이 좋은 결과를 얻고 돌아온 두 상병과 식사 자리를 마련해 휴가증을 건네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장경석 사단장은 “너희의 존재를 알리고 꾸준히 활동해야 한다”며 지자체와 인근 부대에서 열리는 축제 및 행사 무대에 두 사람을 직접 추천해주었다고 하니, 두 상병에게는 누구보다 든든한 서포터가 되어준 셈. 덕분에 10월 초 군부대 및 지역축제 무대에도 당당히 올라 노래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두 사람이 “사단장님과 대대장님, ‘비 더 스타’에 나가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정훈 장교님과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실어달라”고 신신당부한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비 더 스타’ 우승 후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래 우승자에게는 국방홍보원에서 복무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제 복무기간이 5개월 남은 두 상병은 ‘복무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자’라는 국방홍보지원대 지원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아쉽게도 기회를 놓쳤다. 그 대신 사단 군악대에 파견근무를 하며 기량을 쌓을 수 있게 된 것. “복무 중에 주어진 뜻밖의 기회인만큼, 음악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는 박 상병의 말처럼 두 사람에게 좋은 배움의 시기가 되지 않을까.

 

 

 

두 청춘의 파란만장 동반입대 스토리

 

박 상병과 윤 상병은 중학교 때부터 우정을 나누어 왔다.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이 오고, 서로 다투거나 서운한 일이 있어도 어느새 스르르 마음이 풀리는 친구. 함께 노래한 시간도 오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밴드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다른 2명의 친구들과 함께 어쿠스틱 밴드를 이루기도 했다. 입대 전 홍대에서 ‘화살표’라는 이름의 인디밴드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게다가 군대까지 함께 와 ‘비 더 스타’의 샛별로 떠오른 걸 보면 여간 끈끈한 우정이 아니다.

 

처음부터 동반입대를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 박 상병은 해병대에, 윤 상병은 해군 부사관에 지원했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두 사람 다 면접에서 탈락했던 것. 그런데 윤 상병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날 문득 마음이 통했다.’고 한다.

 

“버스에 앉아 있는데 준영이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그때 문득 ‘같이 군대 가자고 할까…’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준영이가 “재호야, 군대 가자” 하더라구요. 그길로 버스에서 내려 신청하고 서류를 뽑아다 냈죠.”

 

이렇게 작당(?)을 한 두 사람은 입대 전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일주일간의 여행길에 나섰다. 목포, 대구, 부산, 나주…. 옷가지와 기타만 들쳐 메고 무궁화호 열차에 올라 전국을 누볐다. 열차 안에 있는 카페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하며 승객들의 갈채를 받았던 여행의 기억은 두 사람의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며 서울에서 지하철을 탈 때부터 열차 안 즉석공연까지 모두 영상으로 기록했다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낭만을 아는 청춘!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마치고 입소하던 날, 윤 상병은 그리 실감나지 않던 ‘입대’라는 두 글자가 102보충대 계단을 밟는 순간 파도처럼 피부에 밀어닥쳤다고 회상했다. 모포를 덮고 함께 울던 밤이 지나고, 이제 어느덧 제대를 5개월 앞둔 상병이 되기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공감대를 나누고 의지가 되는 가족 같은 친구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군 생활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현재를 이기고 미래를 꿈꾸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변해갔다. 처음에는 어색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이내 익살스러운 표정도 알아서 곧잘 연출해냈다. 그러나 가장 자연스러운 장면이 포착된 것은 역시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담았을 때다. 우승을 안겨준 버스커버스커의 ‘꽃송이가’를 부르는 이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고, 그들 스스로가 꿈꾸는 음악을 닮아 있었다.

 

기타를 연주하는 박준영 상병은 ‘따뜻한 음악’을 꿈꾼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고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단다. 젬베를 치며 노래하는 윤재호 상병은 ‘치유의 음악’을 꿈꾼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꿈꾸는 음악을 하기 위해 연락해온 소속사 가운데 어느 곳에서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할지 아직 고민이 많다는 두 청춘. 아마 이들은 미래를 급하게 결정짓기보다는 남은 군 생활 동안 많은 고민을 하게 될 테지만, “‘비 더 스타’를 통해 무엇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을 얻었다”는 든든한 말로 스스로의 미래에 긍정의 시선을 보낸다.

 

남은 군 생활을 통해 “음악적인 성장은 물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성숙해져 건강히 전역하고 싶다”는 두 사람이 언제까지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줄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들었다.

 

“오래 알고 지낸 만큼 소홀해지고 상처 주는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며 “늘 서로 배려하며 지내고 건강히 전역하자”는 박 상병.

 

그리고 “마음이 어린 내게 늘 조언을 해주는데, 당시엔 싸우지만 사실은 입에 쓴 약이라고 생각하며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는 말에 쑥스러운 진심을 담는 윤 상병.

 

두 사람이 든든한 우정에 힘을 얻으며 함께 꿈을 이뤄가기를, 그래서 결선 무대 위에서 말했듯 “12년 뒤 TV에서 멋진 음악을 들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동영상 <

 

'비 더 스타' 우승을 차지할 당시 불렀던 버스커 버스커의 "꽃송이가"를 박준영&윤재호 상병만의 개성으로 재해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