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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HIM이 만난 11월의 병사] '강인한' 군인으로 거듭난 강인 상병

 

 



강인한’ 군인으로 거듭난 강인 상병

연예인의 입대 순간은 사진으로 기록된다. 지난해 7월 5일에 입대한 슈퍼쥬니어의 강인(김영운) 상병도 그렇다. 입대하던 그의 모습은 한껏 살이 올라 있었고, 초췌했다. 누가봐도 마음 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14일에 만난 군인 김영운 상병은 달랐다. 그에게서 군인 이외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글/ 박현주 기자

기자는 김 상병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행여 ‘내가 묻는 질문이 그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 때문인데, 밝은 미소로 기자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인사하는 그를 보니, 그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수방사 57사단 통신병이자 병사 대표로 활약

입대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군 생활의 편함 정도를 떠나 본인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찾은 듯했다. 입대할 때는 박수를 받지 못했지만, 평소 웃으면서 입대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가 입대 후라도 환하게 웃을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수도방위사령부 제57사단에서 통신병으로 복무 중인 그의 주 임무는 전화선로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훈련시에는 방차통에 감긴 선을 풀어서 전신주에 올라가 묶거나 거는 일을 한다. 김 상병도 여느 병사와 다름없이 유격훈련, 숙영, RCT 훈련(연대장 평가 훈련으로, 1주일 동안 받는다) 등을 모두 받는다.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한 겨울, 30~40kg에 달하는 방차통을 어깨에 메고 1주일 동안 산에서 받은 훈련”을 꼽았다.

 

이 외에도 그는 병사 대표로 2~3달에 한 번씩 파견을 나가 군 행사에 참여한다. 행사 개막식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주로 행사의 꽃인 사회를 맡는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된 것처럼 최근에는 낙동강 전투 전승 행사에 학도병으로, 지상군 페스티벌 행사에는 사회자로 참여했다. 그는 행사 때 사회를 보면서 입대 전 자신의 실수담을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때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면 처음보다 시선이 부드러워졌음을 깨닫는다.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지난 5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육군 군악연주회를 꼽는다. 당시 800명에 달하는 팬들이 찾아왔는데, 그는 ‘아니, 어떻게 아직도 팬들이 나를 좋아해 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팬들은 여전히 그의 곁에서 그를 꿋꿋하게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때 ‘더 이상 팬들을 실망시키지 말자’고 결심했다.

 

또한 그는 지난 여름, 수마가 할퀴고 간 형촌마을 수해복구에도 힘썼다. 지금도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허리까지 물에 잠겨 있었는데, 산에서 흙탕물이 계속 흘러 내려와 조금 겁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었다.

 

 



군대는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의미 있는 곳

   

그는 병사 대표로 군 행사에 참여하지만, 연예병사는 아니다. 남은 군 생활에도 연예병사로 활동할 계획이 없다. 입대 전부터 일반 병사들처럼 군 생활을 하자는 결심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또한 “병사들과 정이 많이 들고 자대 생활에 적응이 되었는데, 굳이 다른 곳으로 전입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상병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병사들은 이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 그래서 그보다 나이가 어린 병사들은 인터넷에서 김 상병에 대한 악플을 보고는 “형,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라며 오히려 자신들이 더 화를 낸다. 그렇게 병사들은 김 상병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었다. 부대에서는 그의 군인정신도 돋보인다. 백발백중인 사격 솜씨는 부대에서 알아줄 정도이며, 학창 시절 수영 선수로 활약했던 터라 남다른 운동 신경으로 체육대회 때 농구팀을 준우승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어느 곳에서나 발군의 노력을 다하는 그를 두고 간부들도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병역이행을 다한 연예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예인들의 병역기피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반대로 군대를 다녀온 연예인들이 귀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 상병은 주목을 받고 싶지 않다. 군 복무는 특혜를 받을 일이 아니라, 남자라면 해야만 하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나도 해냈다’는 만족감은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번져 나갈 것만 같다. 군대에서 깨달은 것이 많은 김 상병은 “군 입대는 참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많은 시간 동안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반성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요즘, 그에게 군대는 참 의미 있는 곳이다. 내년 4월 제대 후 그는 다시 강인으로 복귀한다. 그는 정신이 흐트러질 때마다 군대에서 배운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보통 제대하고 두 달이 지나면 제대할 때 다짐한 굳은 결의는 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 시기부터 자신을 잘 컨트롤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내년 봄에는 한 층 더 성숙해진 그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글/ 유희종 기자



최고의 결과를 위해 과정을 살아가는 지금

 

 

입대 전에 들려왔던 김 상병의 소식이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고심 끝에 몇 해 전 그가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했던 멘트로 말문을 열었다. ‘축구 경기처럼 인생에도 심판이 있다. 어떤 일의 결과가 바로 인생의 심판이다’라는 멘트였다. 김 상병은 그 말을 했던 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선생님들은 늘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습생으로 나름의 사회생활을 해보니 결국 모든 건 결과가 말해주더군요. 순위에 들지도 못했는데 과정이 중요하니까, 열심히 했다고 해서 만족할 수는 없잖아요.”

 

그는 군복무를 하고 있는 지금도, 입대 전 햇빛조차 꽁꽁 가려버린 채 두문불출했던 어두운 시기도 모두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고, 때로는 아픈 과정도 겪은 것이라고. 당시에는 후회가 컸던 만큼 스스로를 방치하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삶에서 최상의 상태인 나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도 미안함을 느낀다. 전역 후 방송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되더라도 전처럼 패기 있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기엔 두려움도 앞선다고 했다.

 

‘연예인 강인’과 ‘인간 김영운’으로서의 결과에 있어 그의 희망은 같다. 자신이 웃기보다 남들이 그를 보고 웃을 수 있는 결과였으면 좋겠다는 것. 김 상병은 그만큼 일에도 철저히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행사 MC를 맡아 파견을 나간 날이었습니다. 입대 전에는 은둔 아닌 은둔생활을 했고, 입대 후에는 남들과 똑같이 군 생활을 하던 때라서인지 마이크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무대에 서는 게 어색했어요.”

 

지금은 종종 파견 근무를 나가 행사 진행과 노래를 통해 장병들의 사기 증진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김 상병. 시간이 흘러 다시 무대 위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선사할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군 생활을 통한 담금질, 미래를 향한 발판

 

 

원채 일 욕심도 재주도 많았던 그에게 전역 후 연예계로 복귀했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대답이 금방 돌아온다.

 

“휴가를 나가서 멤버들을 만나면 꼭 ‘얼른 나와서 같이 활동하자’고 말해주곤 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앞에서는 웃으며 ‘그래야지’ 하고 대답해도 남몰래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어요. 제대하고 바로 활동을 재개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무엇보다도 멤버들과 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크죠.”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어려서는 김건모와 이문세를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철이 들 무렵부터는 배우를 꿈꾸며 상명대 영화학과로 진학했다. 체계적으로 연기를 공부하는 동시에 선배들이 졸업작품으로 만든 단편영화에도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슈퍼주니어로 활동하면서도 여러 영화와 뮤지컬에서 연기 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김 상병은 닮고 싶은 배우로 임창정을 꼽는다. 자신도 훗날 어떤 역할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낼 수 있도록 늘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고 싶다고.

 

처음으로 출연했던 영화이자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총출동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팬카페 회원 수 45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17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해 ‘팬들도 외면한 영화’라는 굴욕(?)으로 남았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경험이다. 그 후 기회가 닿아 만났던 영화감독들이 김 상병의 연기를 눈여겨봤다며 촬영 제의를 해오기도 했다니,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던 그의 열정이 두드러졌던 것이리라. 군 생활에도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자세로 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내실을 다졌다는 그는 경험이 곧 재산인 배우의 길 또한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전에는 저밖에 모르고 이기적인 편이었는데, 군대에 와서 책도 많이 읽고 내적으로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무딘 굳은살이 박히는 게 아니라 안으로부터 단단하고 견고해지는 시간이었어요.”

 

입대 전에는 ‘겉으로 강하고 속으로는 여렸다’는 김 상병. 그는 군 생활을 통해 자신의 또다른 이름처럼 ‘강인’한 균형을 배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