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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HIM이 만난 4월의 대원] 한국 최고 좌완 꿈꾸는 경찰청야구단 장원준 이경

[HIM이 만난 4월의 대원] 한국 최고 좌완 꿈꾸는 경찰청야구단 장원준 이경

 

 

 

 

 

퓨처스리그에 역대 최강의 투수가 떴다!

 

 

 

지난 한 해 15승을 거두며 롯데자이언트의 에이스로 정점에 선 장원준 선수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군에 입대했다. 이제 또 다른 도전이다! 경찰청야구단 마운드를 지키는 올해 목표는 어느 해보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퓨처스리그의 우승이고, 군 생활 동안의 목표는 류현진과 김광현을 뛰어 넘는 국내 최고의 좌완으로 1군 무대에 복귀하는 것이다. 병역 면제가 아니라 당당히 군 복무를 하는 대한민국 장원준 이경이기에.

 

글/ 유성욱 기자 , 사진/ 라미 사진작가

 

 

 

 

메이저리그 악동들도 군대 가봐야?

 

 

 

지난해 말 53사단 신병훈련소에서 4주간 군사훈련을 마치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클리블랜드의 추신수 선수가 미국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음주운전 파문과 각종 부상으로 곤욕을 치렀던 그가 올 시즌을 앞두고 펼쳐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것.

 

이에 AP통신은 3월초 ‘군사훈련이 추신수에게 도움이 되다’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에서 10년 넘게 성공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던 추신수가 전우들과 행군, 사격, 화생방훈련을 함께 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 인생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졌다’라고 소개했다.

 

AP통신이 추신수의 변화를 소개한 그 다음날, 야후 스포츠는 ‘추신수처럼 한국 군대에서 훈련 받았으면 하는 메이저리거 10명’을 거명했다. 그 명단에는 거만한 행동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 라커룸에서 음주를 해서 물의를 일으킨 보스턴의 존 래키, 툭 하면 동료들과 다투는 마이애미의 카를로스 잠브라노 등 쟁쟁한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포함됐다. 야후 스포츠가 그들의 이기심과 나약함, 무절제를 지적하며 ‘한국에 가서 희생과 양보를 통해 팀에 융화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은 것.

 

하지만 4주의 기초군사훈련이 아니라, 선수생활의 절정기에 2년의 공백을 군대에서 갖는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이따금 운동 선수들의 병역기피 사례가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기도 하는 것.

 

물론 군대에서의 담금질이 한 선수의 앞날에 환하게 밝힌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프로야구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른 삼성의 최형우 선수. 그는 2002년 삼성에 포수로 입단했지만, 기량미달로 3년만에 방출됐다. 이후 경찰청야구단에 입단하며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최형우는 2007년 퓨처스리그를 평정하며 자신감을 찾았고, 전역과 함께 삼성에 재입단하며 지금은 연봉 3억원을 받는 최고의 타자로 자리하고 있다.

 

경우는 다르지만, 여기 또 한명의 프로야구 선수가 있다. 지난해 15승 승수를 쌓으며 4년 연속 10승 고지를 넘어선 롯데자이언츠의 좌완 에이스 장원준. 지난해 말 선수로서 정점의 순간에 입대한 그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말로만 듣던 군대리아도 먹어봤다.

 

 

 

 

퓨처스리그 시즌 개막을 앞두고 LG와의 연습경기중 만난 장원준은 배번 28을 달고 있었다. 박찬호에게 61은 특별한 숫자이듯이 장원준에게도 28번은 특별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한 장원준에게는 어릴 적부터의 우상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주형광 투수 코치. 롯데에서 13년을 뛰며 프로야구 최연소 1000 탈삼진 기록을 갖고 있는 좌완 투수 출신으로, 장원준의 멘토이기도 하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장원준은 주형광 코치의 현역 시절 배번을 물려받았다. 그런데 경찰청야구단에 그 번호가 비어 있었다. 그래서 더욱 느낌이 좋다.

 

“지난해 꽤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군 입대가 아쉽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사실 입대를 앞두고는 마음이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했어요. 오히려 군대에 오니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28번까지 갖게 되니 왠지 ‘그래 잘 왔다’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장원준이 가졌을 아쉬움이 얼핏 이해가 될 듯 하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베이징 올림픽,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회가 없지는 않았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같은 좌완 투수인 류현진을 비롯 김광현, 장원삼, 양현종, 권혁 선수는 지금 병역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사실까지 끄집어내면, 동시대에 함께 군 복무를 하고 있는 HIM의 독자들에게 괴리감을 줄지도 모르겠지만, 장원준이 올해 계속 롯데에서 뛰었다면 연봉 3억2천만원에 재계약을 했을 것이다. 지금 이경으로서 받는 월급은 10만원 남짓, 그것이 현실이라면 엄연한 현실이다.

 

“군대에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게된 것만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에서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고, 저의 부족한 점을 확실히 보완해서 제대 후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입대한 장원준은 자신의 희망한대로 군대에서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는 중이다. 무엇보다 육군훈련소에서 경험한 화생방훈련을 잊지 못한다. 단지 방독면을 10초만 벗었을 뿐인데, 세상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말로만 듣던 군대리아도 먹어봤다. 맛이 기가 막혔다고 한다.

 

“군기도 잡혀 봤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롯데 2년 후배인 나승현 상경에게였습니다. 저보다 1년 먼저 입대해서 상경 계급을 달고 있는 거에요. ‘나중에 롯데에서 안볼 거냐?’는 협박에 지금은 저를 많이 봐주고 있죠. 하하~”

 

 

 

 

 

퓨처스리그, 그 어느 해보다 흥미로울 전망

 

 

 

오는 4월 10일 개막하는 퓨처스리그는 그 어느 해보다도 흥미로울 것 같다. 프로야구 2군 리그라 할 수 있는 퓨처스리그는 북부리그(경찰야구단·상무․LG·SK·두산)와 남부리그(삼성·한화·롯데·넥센·KIA·NC)로 나뉘어 모두 11개 팀이 승부를 가리는데, 올해에는 처음으로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까지 참가한다.

 

가장 큰 관심은 지난해 우승팀인 경찰청야구단과 상무의 라이벌 열전. 퓨처스리그 역대 최강의 투수 장원준이 마운드를 책임지는 경찰청의 활약도 기대를 모으지만, 우승을 다툴 상무도 이현승(두산) 이영욱(삼성) 고종욱(넥센) 등이 가세해 전력이 만만치가 않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제9구단 NC다이노스와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고양원더스의 대결도 관심을 끄는 대목. 물론 전력 차이가 다소 나기는 하지만, 두산과 SK 감독 시절부터 치열한 맞대결을 벌였던 두 감독의 새로운 일전이 흥미롭기만 하다.

 

올해 일본 소프트뱅크가 한국 퓨처스리그에 참가하는 것은, 현지의 경기일정과 구장확보 문제 때문. 소프트뱅크의 근거지인 후쿠오카에서 부산까지는 200㎞ 남짓이지만 도쿄까지는 900㎞나 된다. 한국에서 경기를 갖는 게 훨씬 경제적인 것.

 

하지만 소프트뱅크나 고양원더스와의 시합은 번외 경기 형식이기 때문에 공식기록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시즌이 끝나고 한동안 운동을 쉬었던 장원준은 지난 3월 중순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 첫 등판을 시작으로 한창 실전감각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 무엇보다 자신이 경찰청에 몸 담고 있는 동안만큼은 우승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런 장원준의 넘치는 의욕을 다독거리고 있는 것은 오히려 경찰청야구단의 유승안 감독. 경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몸 관리를 잘 해서 소속팀에 돌려보낼 생각으로 일주일에 한번의 등판 간격을 준수할 계획이라고.

 

전역하는 그 날 류현진, 김광현을 뛰어넘는 한국 최고의 좌완이 되겠다는 꿈으로 군대에서 새롭게 담금질하고 있는 장원준 이경의 앞날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제 막 군생활의 첫걸음을 내디딘 그 역시, 곳곳에서 지금 땀 흘리고 있는 병사들이나 전의경처럼 인생의 소중한 한 시기에 같은 고민을 하며 내일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