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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신년 인터뷰] 국방홍보원 새 바람의 주인공, 오철식 원장

[신년 인터뷰] 국방홍보원 새 바람의 주인공, 오철식 원장

 

 

“군 장병들에게도 슈스케와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국방홍보원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 매일 발행되는 국방일보와 국군TV, 국군방송 라디오, 무엇보다 군 복무중인 병사들이 가장 기다리는 로망 중 하나인 버라이어티 쇼‘위문열차’가 국방홍보원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국방홍보원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그 바람몰이의 주인공이 바로 오늘 만나게 될 오철식 국방홍보원장(56) 이다.

 

글/ 김민정(객원기자) 사진/ 권윤성(A&A스튜디오 포토그래퍼)

 

 

 

 

정훈공보 한 길, 전역 후엔 경영능력 발휘

 

국방홍보원의 수장으로 임명된 지 이제 5개월 남짓.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범상치 않다. 그 짧은 시간동안 홍보원의 분위기가 뭔지 모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실체가 궁금해 신년을 앞두고 고즈넉한 남산 자락에 자리한 국방홍보원 문을 두드렸다.

 

반듯하게 빗어 넘긴 머리, 반짝이는 안경 너머로 보이는 번득이는 눈빛, 그러나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일행을 반기는 오철식 원장의 첫인상은‘따뜻하다’는 것이었다. 위엄과 권위 대신 소통과 존중을 관계의 기본으로 끌고 가려는 그의 의지는, 이렇듯 첫인상에서부터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배려로부터 시작됨을 느낄 수 있었다.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 33기로 군에 입문, 공보분과에서 역량을 쌓은 후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장(해군 대변인격)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그의 군 생활 궤적은‘공보(公報)’ 즉 공적인 기관에서 국민을 상대로 뭔가를 알리는 일로 함축된다. 지금의 홍보원장 일과 다르지 않다. 24면짜리 일간지인 국방일보를 만들고, 하루 20시간을 방송하는 국군방송TV과 18시간 방송되는 국군방송라디오, 여기에 평균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 위문열차 등을 운영하는 곳이니 이곳만큼 확실하게 국방을 홍보하는 곳도 찾기 힘들지 않겠나.

 

아니나 다를까 오철식 원장은 ‘국방의 참모습을 바르게 널리 알려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모토를 펼쳐 보였다. 충실한 국방의‘입’이 되겠다는 소리다. 그는 군복무 시절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에서 각각 학사와 석사를 마침으로써 학문적인 배경도 든든히 다져놓았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것이라면 그만큼 탄탄한 학문적, 실전적 경험자를 찾는 일도 어렵겠지 싶다.

 

심지어 그는 예편 후‘이브자리’라는 탄탄한 중소기업의 부사장으로 일한 이색적인 경력도 갖고 있다. 불과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그는 경영과 마케팅, 인적 자원 관리 등 전반적인‘관리’를 맡아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이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덕에 오철식 원장과의 만남은 호기심과 흥미진진함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서로의 입장과 차이 존종해야 서로 행복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우선 그에게 5개월 남짓한 홍보원장으로서의 소회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반듯한 이마를 드러내며 잠깐 생각에 잠긴다.

 

“5개월이라는 시간은 어찌 보면 짧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업무를 파악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죠. 저는 매일 아침 이곳으로 출근하는 게 무척 재밌고 신이 납니다. 제가 그런 기분으로 출근을 하면 그런 기운이 영향을 미쳐서 직원들도 함께 즐겁고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갖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사실 그저 그런 뻔한 인사치레의 말에 불과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그 후에 이어지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저는 관리자라는 입장이 있고요, 직원들은 또 직원들 나름대로 그걸 받아들이고 따라야하는 직원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저는 저처럼 직원들이 재미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는 일에 관한한 그 누구보다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새로운 곳에 왔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을 다양하게 펼치고 싶지요. 단, 그 일 욕심이 지나치게‘오버’하는 것으로 비칠까봐 적이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반응, 웃음 등을 잘 살피려 합니다.”

 

오철식 원장은 꽤 긴 삶의 이력을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 현재 국방홍보원을 책임지고 있으니 일하는 동안만큼은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는 강건한 바람도 피력한다.

 

“제가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말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차이존중입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차이가 있으나 그걸 서로 존중해줄 때 비로소 서로 행복할 수 있겠지요. 사실 원장이라는 자리는 무슨 일이 생기든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책임, 명예. 지위, 고난, 역경, 보수가 따르지요. 누구도 저보다 더 열심히는 못할 거라고 자부합니다. 그러니 우린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의 제 역할과 위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열심히 일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공보 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그답게 말에는 논리정연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투는 또 얼마나 적확한지.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말 하는 그대로 기사에 옮겨 적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의 말에 실리는 설득력의 힘이 얼마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 가는 바가 있을 것이다.

 

 

 

 

군장병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 기획중

 

 

국방홍보원에서의 5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그가 벌인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신바람 학교를 만든 일, 둘째 TV명사 특강 코너의 방청객으로 홍보원 직원들을 참여시킨 것이다.

 

“현재 국군방송TV나 라디오에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앵커 요원이나 실무 진행자는 현역 중위나 대위들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방송에 필요한 실무적 자질을 가르칠 곳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교육기관의 이름을 공모했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미디어 스쿨’ ‘미디어 아카데미’ 뭐 이런 따분한 이름만 나오는 겁니다. 공부라고 하면 어쩐지 좀 재미없다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다른 건 몰라도 이름만 큼은 나에게 맡겨 달라. 그래서 제가‘신바람 학교’로 정했습니다. 여기서 신바람이란 새로울 신(新,) 매울 신(辛), 믿을 신(信), 그리고 신명나는 신 등 다양한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신바람 학교는 얼마 전 1기생 교육을 마쳤다. 처음엔 현역 장교 7명을 대상으로 강의가 계획됐는데,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신청자가 늘어나 결국 14명이 듣게 됐다. 그의 첫 행보가 순조롭게 내디뎌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국군방송에서 진행되는 인기 프로그램 중에 명사특강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 코너를 녹화할 때는 군부대의 지원을 받아 현역 병사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와서 강연을 듣는 형식을 취하죠. 사회적으로도 이름난 훌륭하신 분들이 와서 하는 강연인데, 이 기회에 우리 직원들도 들으면 좋겠다 싶었죠. 사실 돈 주고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소중한 기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내부적으로 신청자를 받았는데, 의외로 신청자가 많았습니다. 저는 교육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일이년 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일로 나타날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는 현재진행형 상태인 오철식 원장의 업무적 족적이다. 병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위문열차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는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목하 고민 중이다.

 

“위문열차는 그 현장에 방문해보면 병사들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깜짝 놀랍니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밥도 굶고 찾아와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애씁니다. 그만큼 병사들에게 인기가 많지요. 병사들이 참여하는 코너도 있는데, 그걸 보면서 깜짝 놀라는 것이 요즘 젊은 병사들의 재능과 끼가 정말 출중하다는 것입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하는 게 없어요. 그래서 그들을 발굴 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하면 어떨까 기획하고 있습니다. 상금 1억 원을 걸고, 군 장병을 대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현역 장병들에게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버라이어티 하게 진행하고, 이걸 편집해 TV로도 내보낼 계획입니다. 현재는 두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한 시간으로 편집에 라디오로만 방송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TV로도 방영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훨씬 커지리라 기대합니다. 국군방송TV와 라디오는 군 장병과 관계자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굉장히 많이 보고 듣습니다. 따지면 비율상으로 훨씬 높지요. 그런 막중한 역할을 국군방송TV와 라디오가 하고 있으니, 이런 과정을 통해서 국방홍보원과 일반 국민들이 서로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되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이렇듯 다양하고 다채로운 업무 영역을 확장,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오철식 원장은 국방홍보원이 새로운 미래 비전을 갖고 세계적인 수준의 군 홍보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의 명쾌한 결론을 들어보자.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올 미디어 환경은 어떨지, 그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고도 막중한 임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