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추신수 국군장병에게 남긴 편지 공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
글/ 추신수 사진/ 육군 53사단 제공
“신교대 들어서며 목숨같은 자존심 내려놓았다”
저도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똑같은 대한민국 남자였나 봅니다. 2010년 11월 조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에 뽑혀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 때만 해도, 10년 동안 마음에 있던 병역 부담이 깨끗하게 지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지난해 11월, 육군 53사단 신병교육대대에 입소를 했습니다. 주위에서는 꽉 찬 나이에 훈련소 생활이 쉽지 않을 거라며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신병교육대 문을 들어서는 순간 저는 제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클리블랜드의 강타자 추신수이지만, 군대에서는 추신수 선수가 아닌, 추신수 훈련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추신수라는 명성도 내려놓고, 나에게 목숨과도 같은 자존심도 내려놓았습니다.
신병교육대대에서의 생활은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단체생활에서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군기는 물론이고 질서, 정리정돈을 비롯한 모든 것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일은 저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훈련을 받는 동안, 전우들이 사회에서 각기 다른 생활을 해왔던지라, 하나가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금세 다른 전우들과 협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체 생활에서는 나를 먼저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전우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우리나라가 6.25전쟁 이후 단기간에 선진국가로 발전한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IMF나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와 같은 위기의 순간에 똘똘 뭉치는 대한민국 국민들처럼, 4중대 훈련병들 또한 하루하루가 다르게 서로를 의지하며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힘들게만 보였던 주간행군이며 화생방, 각개전투, 야간행군을 모두 하나가 되어 해내고 있었습니다. 19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11년 동안 생활하게 되며 생소하게 느껴졌던 하나된 모습을, 대한민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장병 헌신에 감사, 대한민국 알리기에 힘쓰겠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회에서 왜 걱정 없이 살아 갈수 있는지를 이번 4주 훈련 기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진 훈련병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같이 뛰는 교관님들과 조교님들. 훈련병 한명 한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통솔하시는 중대장님, 그리고 여러 방면에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나가시는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자식으로서 사랑을 주고받아야 할 위치지만, 행복한 시간을 뒤로 한 채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훌륭한 분들이 있기에 국민들이 두 발 뻗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4주간의 짧은 군사훈련이지만 이 훈련이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뒤돌아 보게 하고,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남들이 한 걸음 뛸 때 마다 저는 우리나라를 더 알릴 수 있도록 한 발 더 뛰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들의 희생을 감사히 여기며 전 세계에‘멋진 나라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군 장병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희생을 이제야 느꼈다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힘내십시오, 대한민국 국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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