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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HIM이 만난 3월의 병사] 인생의 2막을 준비하다. 국방홍보지원대 김지훈 상병

[HIM이 만난 3월의 병사] 인생의 2막을 준비하다. 국방홍보지원대 김지훈 상병

 

 

 

 

 

 

 

군대라는 귀중한 공백을 가진 김지훈 상병

인생의 2막을 준비하다

 

 

 

브라운관 속의 배우 김지훈은 두 가지 모습으로 귀결됐다. 냉철하고 이지적인 엘리트, 혹은 젠틀하고 자상한 훈남. 그러나 국방홍보원에서 만난 김지훈 상병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잘 웃고, 어딘지 삐딱해 보이지만 그 모습이 밉지 않고, 열정과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스스로 ‘삶의 인터미션’이라 일컫는 그의 군 생활을 들여다봤다.

 

글/ 유희종 기자 , 사진/ 조상철 A&A스튜디오 디렉터

 

 

 

 

6개월의 야전 생활이 준 깨달음

 

입대 전까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배우 김지훈. <조선X파일 기찰비록>, <별을 따다줘>, <연애결혼>, <며느리 전성시대>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매력을 발산하더니 2010년 입대를 발표했고 이내 헌병으로 차출돼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에서 복무를 시작했다. 헌병 정복차림이 제법 잘 어울리던 그였지만 일병으로 진급한 후인 이듬해인 2011년 4월 홍보지원대로 전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또 새해를 맞으며 어느덧 상병이 되어 있었다.

 

입대하던 해 그의 나이는 서른 살. 동기는 물론 선임들과도 나이 차가 한참 났던 데다 입대 전 살아온 방식도 너무나 달랐다. 가뜩이나 모든 것이 낯선 신병 시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거나 공감대를 나눌 사람조차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신병 시절은 마음을 비우는 훈련이 됐다.

 

낯선 생활 방식 때문에 의도치 않게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생활하다가 불편한 점이 있어서 중대장님을 찾아가 직접 말씀드렸습니다. 군대는 계급사회다 보니 절차를 밟아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모를 정도로 무지했던 거죠. 소대장님부터 선임들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새파란 신병이 와서 얘기를 하니까, 중대장님도 난감한 표정이셨던 것 같습니다.”

 

6개월 남짓의 복무였지만, 야전에서 보낸 시간은 김 상병에게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22살의 나이로 데뷔한 이래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잠시 멈춰서 스스로를 비우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것. 그로써 김 상병은 자신의 특기를 살리기로 마음먹고 홍보지원대에서 또 한 번의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야전에서 보낸 시간은 데뷔 이래 쉼 없이 달려온 김지훈 상병에게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비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홍보지원대에서 새로운 걸음을 내딛다

 

홍보지원대의 생활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치 않다. 저마다 맡아 진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파견을 나가거나 행사 지원을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케줄이 몰려 있는 날이면 쉴 틈 없이 이동을 거듭해야 한다.

 

김 상병 역시 <군대재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보병이나 포병, 행정병처럼 자주 볼 수 있는 부대보다는 군용 호텔을 관리하는 복지병이나 배에서 생활하는 해군 특수한 부대를 찾아다니며 해당 부대의 생활을 직접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흘간의 해군 체험.

 

“배가 항구에 정박하면 해군들은 생활관이 따로 있어서 뭍으로 나와 지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혹 밖에 나가더라도 용무를 마치면 다시 배로 복귀해 생활하는 겁니다. 원체 답답한 걸 잘 못 견디는 성격이긴 하지만, 고작 나흘 있었는데도 미칠 것 같더라구요. 아무리 큰 배라고 해도 병사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짧은 기간이나마 여러 부대를 경험해보니 왜 ‘자대가 제일 힘들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더란다. 몸이 편하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스트레스가 적으면 몸이 힘든 식으로 어느 부대나 그 부대만의 고충이 있었기에 느낀 바가 많다고.

 

홍보지원대에서 배운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 선, 후임들과 함께 하는 내무생활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가장 본받고 싶은 선임으로 고심 끝에 양세찬 병장을 꼽은 김 상병은 “병장이 되면 나태해지기 쉬운데, 늘 먼저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면서 생활관 내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진 선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가장 기특한 후임은 지난해 홍보지원대에 합류한 조정익 일병. 힘든 티를 조금도 내지 않고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A급’ 후임이라는 평이다.

 

 

 

 

 

그에게 입대 전의 삶이 연기자로서의 1막이었다면, 군 생활은 2막을 준비하는 인터미션인 셈이다.

 

 

 

 

상병 김지훈, 그리고 배우 김지훈

 

김 상병의 전역은 올 여름으로 예정돼 있다. 전역일을 묻자 ‘140일 정도 남았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이 튀어나왔다. 이제 어렴풋이 앞이 보이기 시작하는 상병 5호봉, 남은 군 생활에 이루고 싶은 바람이나 포부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제 개인 시간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는 ‘상꺾’이니까, 책을 많이 읽고 싶습니다. 사회에서는 책 한 권 읽을 여유도 내기 힘들다 보니, 군대에 있는 동안이라도 책을 읽고 싶었어요. 요새는 조금씩 읽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더니 이내 기타도 배우고 싶단다. 한동안 배우다가 지금은 바빠서 손을 놓고 있는데, 음악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재능이 없어서 배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그래도 홍보지원대에서 함께 복무하고 있는 정재일 병장은 음악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선생님이라 조만간 다시 기타를 손에 잡을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버텨야지’ ‘견뎌내야지’ 하는 마음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알차게 남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는 것이 김 상병의 다짐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군인으로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것 같고, 다만 상황에 맞춰 잘 대처해 왔다는 것에는 칭찬을 해줘도 되지 않겠느냐는 야박한 자가진단도 덧붙였다.

 

사회에서는 늘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쉬며 뒤돌아보자’는 심정으로 군대에 왔다는 김 상병. 아직 복귀작을 타진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지만, 긴 공백기로 인해 갈증이 있고, 그 갈증을 덜기 위해 되도록 관심을 많이 받을 만한 작품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제3자이자 시청자의 입장에서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귀중한 시간을 보냈다”는 그를 브라운관에서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