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관심 인터뷰] 해병대의 도시 포항, 박승호 시장이 말하는 “포항에는 해병대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관심 인터뷰]

 

해병대의 도시 포항, 박승호 시장이 말하는

“포항에는 해병대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50여 년을 해병대와 함께해 온 도시, 포항. 해병의 정신 품어 안은 그곳에서 박승호 포항시장을 만났다. ‘포항은 군대까지 갖춘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는 박승호 시장에게 민‧관‧군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해 들어보았다.

 

진행/ 조상목 기자

글/ 유희종 기자

사진제공/ 포항시청

 

 

 

해병대는 포항 발전의 원동력

 

1959년 해병대 1사단이 포항에 처음 자리 잡았고 1977년에는 해병대 교육훈련단이 포항에 둥지를 틀었다. 그 후 포항을 거쳐 간 해병대 신병은 40여만 명. 포항이 현역과 예비역을 불문하고 해병대원들 사이에서 마음의 고향이라 불리는 이유다. 제철도시로 알려진 것은 포항제철이 들어온 이후인 1970년대의 일이고 19660년대에는 해병대의 도시로 더욱 유명했으니, 50년을 넘게 동고동락해온 해병대와 포항은 그야말로 정신을 공유하는 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해병대와 포항시민들 사이의 유대 또한 퍽 돈독하다. 포항에서 나고 자라 5, 6대 포항시장을 연임하고 있는 박승호 시장이 해병대과 병영 문화에 유난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

 

“50여 년의 세월 동안 해병대는 시민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작은 어촌도시였던 포항이 군사도시로 나아가 영일만의 기적을 이루고,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주도하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지요. 해병대의 정신은 이제 포항시민의 강인한 삶과도 닮아 있는 포항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실제로 해병대 1사단은 포항에 태풍이나 산불, 폭설 등 재난재해가 있을 때마다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함께 고비를 넘겨 왔다. 농번기에 농촌의 일손을 돕는 데 앞장서고, 의료봉사 및 환경정비 등 대민지원으로 시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 또한 해병대의 몫이다. 고향을 돌보는 속 깊은 큰아들처럼 묵묵히 포항의 시민들 곁을 지켜온 셈.

 

“해병이라면 한 번쯤은 포항을 거쳐 가지만, 훈련소를 떠나면 다시 찾기 힘든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7월 상부상조하는 의미에서 지원조례를 만들었습니다. 포항 시내에서 훈련병의 영외 면회가 가능해져 포항을 더 많이 알고 떠날 수 있게 됐지요.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하는 바가 큽니다.”

 

신병들은 물론 90만 해병 전우회에게 포항을 더 깊이 알 기회가 될 것이라는 박 시장의 말에 포항사랑의 은근한 자긍심이 엿보인다.

 

 

 

 

안보교육 도시, 포항

 

포항 출신이다 보니, 박 시장 역시 유년시절 내내 해병대의 헌신과 노력을 직접 목격해왔을 터. 이제 그 헌신에 보답하고자, 박 시장은 임기 중에 적극적으로 시민과 군부대 사이를 잇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가 올해 군부대 지원사업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약 7억9천만 원. 지난해 지원한 3억5천만 원의 2배가 훌쩍 넘는다. 이 예산은 해병대 관사의 어린이집 리모델링이나 명절맞이 장병위문행사, 노후시설 정비 등에 살뜰히 쓰일 예정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이지만, 해병대가 포항의 한 축을 이루는 만큼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는 것이 포항시의 입장.

박 시장은 민‧관‧군의 협력에서 ‘서로 협력하고 논의해 상생의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포항시는 이를 위해 군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위원 20명을 위촉, 군 지원협의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해병대와 포항시가 지혜롭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존할 수 있는 데에는 박 시장의 안보관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해병대와 포항시가 얼마든지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해병대 병영체험을 통해 청소년의 안보의식을 높이고,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포항이야말로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안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 아닐까요?”

 

실제로 박 시장 취임 이후, 포항 곳곳에 전승비와 기념관 등이 마련됐다. 포항지구전투에서 장렬히 북한군과 맞선 학도의용군을 기리기 위한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과 천안함 피격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마련한 포항함 전시관이 대표적인 예. 그만큼 체계적이고 다양한 안보교육을 가능케 하고 싶었기에 취임 후 꾸준히 “말로 하는 안보가 아니라 도시 자체가 안보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힘써왔다고.

 

 

 

 

 

미래를 성찰하는 군 생활

 

박 시장이 안보교육과 병영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해병대와의 관계 때문만이 아니다. 삶의 깨달음을 준 그의 군 생활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육군으로 입대한 그는 육군사관학교 교장 공관으로 배치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그가 모시던 육사 교장이 대장으로 승진하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영전되면서 박 시장의 근무지도 용산의 한미연합사로 옮겨갔다.

 

“군부시대였으니 군인의 권력이 막강했고, 저녁이면 고위층 인사들이 모여 파티가 열리곤 했습니다. 당시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그야말로 ‘별들의 세상’에 눈을 뜨게 된 셈이지요. 그때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장군을 비롯한 지도자의 자질을 직접 지켜보고 하루하루가 충격의 연속인 사회지도층의 생활을 바로 곁에서 목격했기에, 박 시장은 제대 이후 공부에 전념했다.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과욕으로 포장된 자신을 버리고 진정한 호연지기를 깨닫게 된 값진 경험이었다.

 

박 시장은 인생에 있어 군 생활이 큰 전환점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렇기에 현재 복무 중인 장병들 역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엄습해 오겠지만 그럴수록 자신과의 대화를 늘리고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후배들을 향한 예비역 선배의 따뜻한 마음이 배어 있었다.

 

오는 6월 9일, 포항시는 개항 50주년을 맞이한다. 형산강 둔치에는 포항시의 발전을 시민들과 함께 축하하고 50여 년을 해병대와 함께해 온 도시, 포항의 비전을 제시하는 시민의 날 행사 준비가 진행 중이다.

 

 

 

포항함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의 잠수정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과 동일한 제원의 함정이다. 약 25년 간 조국 영해 수호의 임무를 완수하고 2009년 퇴역한 후 포항시 동빈내항에 정박,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내부에는 천안함 희생자들의 호국영령을 기리는 추모관과 한주호 준위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6.25 당시 포항지구전투에 참가했던 학도의용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포항시에 세워진 기념관. 당시 학도의용군들이 사용했던 각종 무기류 및 복장, 사진 자료와 일기장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