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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파워인터뷰] 문화체육관광부 정병국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정병국 장관

‘책 읽는 병영’ 꿈꾸는 해병대 출신 '준비된 장관'

 




 역대 문화체육관광부 수장 중, 정병국 장관만큼 병사들의 문화에 관심 많은 장관도 없을 것이다. 칼바람 몰아치는 초소에서 돌아와 잠시나마 책을 펼치던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는 정장관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 중에도 병영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입법활동과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장관 취임 이후 병영에서의 독서 활성화를 위해 국방부와 협의를 갖는 등 ‘책과 문화가 있는 병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월간 HIM은 그 배경과 추진방향을 듣기 위해 정 장관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대담/ 민승현 편집인   정리/ 유성욱 기자   사진/ 최윤호, 문화부 제공

 

 2011년 1월 2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아주 특별한 신묘년 한해를 맞았다. 정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한나라당 홍사덕, 강석호, 이화수 의원, 민주당 신학용, 장병완 의원이 연평도를 찾아 장병들과 똑같이 경계근무를 서며 1박2일을 보낸 것. 아 참, 가수 김흥국도 함께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눈치 빠른 이들은 벌써 감지했겠지만, 역시 해병대 출신은 유별나게 끈끈한 데가 있다. 만일 다른 정치인들이 그랬다면 뭔가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오해받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병대 출신이 그랬다면 왠지 능히 그러고도 남을 것만 같은 인상을 팍팍 풍긴다. 거의 30년 만에 다시 입은 해병 군복, 거기엔 여야도, 세월의 풍상도 없었다.




28년 만에 다시 입은 해병대 군복
 

 정병국 장관이 해병대에 자원입대 한 것은 학생운동을 하다가 강제징집을 당했을 때였다고 한다. 기왕에 군 생활을 한다면 가장 군기가 세고 혹독하다는 해병대가 스스로를 갈고닦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자신의 경험 때문인지 정장관은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한류스타 현빈이 대견하고 고맙기만 하다. 그럼 정장관이 체득한 군 생활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남자에게 군대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다녀와야 하는 대한민국 남자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물론 자기중심적 생활에 익숙해진 피 끓는 청춘기에 사회와 격리되어 생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총알이 빗발치는 참호 속에서, 야전의 텐트 속에서 전우들과 같이 이를 악물며 훈련받고, 울고 웃었던 군 생활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소중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선지 정장관은 의원 시절부터 병영 문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 왔다. 병영도서관 건립운동을 펼치던 민간단체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와 함께 군부대도 여러 차례 찾았으며, 병영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2004년에는 ‘도서관법’ 개정을 주도해 병영도서관을 공공도서관의 범주에 포함시키며, 병영도서관의 설치 운영에 대한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병영도서관’이란 명칭이 일반화 된 것도 의원 시절 입법을 주도한 정 장관에 의해서다. 그전까지는 ‘진중도서관’이란 명칭이 통용됐던 것.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추진]         [올해 초 연평도 해병대 1박 2일 방문]


준비된 장관! 슈퍼맨이란 별명처럼…


 정 장관은 3선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장장 11년 동안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 우물만 파온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개인적으로 문화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문화가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끄는 성장 동력이 되리라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장관은 “과거 우리가 육체 중심의 노동력으로 선진화를 이뤘다면 이제는 우리 국민들의 머리ㆍ창조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우리는 그만한 능력이 있다"라고 강조한다.

“11년 전 제가 처음으로 문방위 위원이 되었을 때 문방위는 가장 인기 없던 국회 상임위원회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위원회입니다. 이미 문화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지요. 지금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의 열풍을 보아도 우리나라의 문화적 잠재력은 어느 나라 못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진입하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 주력이던 자동차, 선박, IT에 정부가 투자했던 비율에 비해 문화콘텐츠 산업의 예산 비율은 아직 미약하기 때문이죠.”

그러한 인식에 정 장관은 촌각을 아껴가며 슈퍼맨처럼 현장을 누빈다. 실제로 그의 별명 중 하나가 '슈퍼맨'이다. 강렬한 눈빛에 비주얼이 받쳐주는 외모, 검은 뿔테안경을 낀 모습이 영화 슈퍼맨에 나오는 클라크 켄트와 비슷하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인라인스케이팅을 타고 국회로 출근하며, 등산과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소화하는 강한 체력도 슈퍼맨이란 별명에 한몫 했다.

하지만 문화, 예술, 문화콘텐츠, 관광, 스포츠, 미디어, 종교 등을 두루 관할해야 하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몫이다. 게다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해온 사람이기에 더욱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당장 발등의 불은 오는 7월 6일 결정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오는 11월 11일 발표할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입니다. 또한 임기 내에 예술가들이 창작에만 전념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쓰고자 합니다. 한편에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문화안전망 구축 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로부터의 소외는 박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문제니까요.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갖게 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일 역시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과제입니다.”




병영 독서 위한 다양한 지원책 협의 중


 

 정병국 장관이 병영도서관 건립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2년 무렵이다. 그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 장관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왔는가에 대한 사례 한가지로 생각된다.

무교동 선술집이었다. 당시 ‘지하철 독서열차’라는 공공 문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군부대 독서운동에 힘을 쏟고 있는 사단법인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일행은 활동 방향에 대한 토론 중 멀지 않은 자리에 있던 건장한 체구의 남자 한 분과 합석하게 됐다. 출판은 물론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었다. 각종 통계에 수치까지 거론하며, 대화는 점점 심도있게 진행됐다. 그 분이 국회의원 정병국이었다.

이후 정 의원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그 날의 토론을 실천에 옮기며, 병영도서관 및 군부대 독서운동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정치인이 된다.


제가 군대시절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돌이켜 본다면, 흰 눈과 어둠이 교차하는 초소에서 칼바람 맞으며 근무를 서고 돌아와 잠시나마 책을 읽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짜릿한 전율이 느껴집니다.
책은 제게 있어 힘들 때는 위로가 되어주고, 경험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엿보고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소중한 매개체였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인간이 지상에서 이뤄낸 것 중에서 가장 경이로우며 가치 있는 것은 바로 책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책에서 우리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으며, 그러한 무형의 지적 자산이 곧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병사들이 독서활동을 통해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고, 현대전에서 중요시 되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병영에서의 독서시간 확보를 위해 국방부와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군 입대부터 제대까지 스스로 목표를 정하여 책을 읽는 ‘독서 총량제’를 도입하여 목표를 달성한 병사들에게 포상휴가를 준다든지, 정규 훈련과목으로 편성하거나, 토요 휴무일을 활용해 자율적인 독서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법 등이다.


또한 시범부대에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이를 확산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역 공공도서관과 병영도서관과의 민군 협력모델 사업도 발굴해 전군에 전파할 계획이며, 독서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40개 군부대를 선정하여 병영 독서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8만권도 지원할 예정이다. 사실 지금까지 군부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그물형 문화복지 대상에서 제외됐던 상태, 해병대 출신 정병국 장관의 군과 병사들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러한 논의조차도 힘들었을런지 모른다.


“군 복무 2년은 소모적으로 흘러보내는 시기가 아니라 자기계발을 기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또 다른 자신을 만들 수 있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라고 생각합니다. 주5일제 근무에 따라 병사들이 자기 학습, 교양 증진, 동호회 활동 등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통해 자신을 가꾸어나가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소중한 시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병국 장관의 말은 힘차면서도 따뜻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5월 30일 사단법인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한국국방연구원 과 함께 병영독서 활성화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각계 전문가가 모여 매년 30만 명의 젊은이가 입대하는 군부대를 문화가 넘치는 곳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나누는 이번 심포지엄이 구석구석 골고루 문화를 나누는 그물망 시스템 구축에 큰 전기가 되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