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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2013. 01 곰신데이트] 육군방공학교 본부근무대 전상훈 일병 & 트레이시 양

[2013. 01 곰신데이트] 육군방공학교 본부근무대 전상훈 일병 & 트레이시 양

 

 

“4600km를 날아온 특별한 사랑”

 

하얀 눈이 갑작스레 쏟아지던 12월 초. 사람들의 발자국과 차들의 궤적으로 회색빛으로 물든 눈길 위에서 새하얀 눈처럼 빛을 발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육군방공학교 본부근무대 전상훈 일병과 말레이시아에서 건너온 곰신 트레이시 양이 바로 그들. 사상 첫 외국인 곰신과의 아주 특별한 데이트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글/ 황지혜 기자

사진/ 권윤성 포토그래퍼

 

 

♡♥ 우린 이런 커플이야

 

 

군화 전상훈 일병(22)

입대 7개월 차 취사병. 어머니의 마음으로 병사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유학을 갔다 돌아온 그에게는 조금 특별한 여자친구가 있었으니…. 국적을 넘은 애틋한 사랑, 트레이시.

 

신 트레이시 양(21)

말레이시아에서 온 해외파 곰신 1호 트레이시 양. 기다란 기럭지와 늘씬한 몸매, 거기다 예쁜 얼굴까지. 그 뿐이랴.

4개 국어를 소화하는데다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한국어 실력도 쑥쑥 늘고 있다. 이런 기특한 곰신이 다 있나.

 

커플이력서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 트레이시 양에게 첫 눈에 반한 전 일병의 구애로 사랑이 싹트게 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시련이 찾아왔으니…. 그것은 바로 서울에서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 “상훈아. 너 군대 가야 할 것 같다. 영장 나왔어.” 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먼저 손 내밀어 줘서 고마워

 

 

트레이시 양과 전상훈 일병을 가까이에서 보니 훈남훈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학창시절 농구선수였다는 이력답게 174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트레이시 양은 까만 눈과 긴 생머리가 한국 여자와 흡사하게 생긴 용모를 갖고 있었다.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말레이시아 어, 중국어, 영어, 그리고 지금 배우는 한국어까지 4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였다. 말레이시아 사람이라고 해서 이국적인 외모를 상상했지만 의외로 친근한 용모와 다국어 구사능력은 화교이신 그녀의 할아버지 덕분이라고.

 

 

만난 지 504일째라는 두 사람은 서로 성격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음식, 취향도 비슷하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쿠알라룸프에 위치한 테일러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고 혼자서 말레이시아 유학길에 오른 전 상병. 열심히 공부해서 마침내 현지 대학에 입학해 그곳에서 트레이시 양을 처음 만나게 된다.

 

2011년 4월 5일 첫 OT날.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받던 트레이시를 보는 순간, 전 상병은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렸지만, 이미 그녀를 따르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고 전 상병은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하필 그 시기는 급격히 늘어난 체중으로 대인기피증 증상마저 생겨날 때였기에 좌절감은 더했다. 그런 전 상병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트레이시 양. 그녀가 먼저 반갑다며 전 상병에게 인사를 해왔다. 만약 그 때 인사를 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두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 상병은 말한다. 그날 이후 한식당에 데려가 한국 음식을 소개해주고 꾸준히 구애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2011년 7월 31일 두 사람은 연인사이가 된다.

 

 

데이트 코스를 촬영하기 위해 차로 이동하면서 트레이시 양의 핸드폰을 구경하는데, “RAIN 닮지 않았어요?”라며 어눌한 억양으로 기습질문을 해온다. 핸드폰에 소장한 전 일병의 사진을 가리키며 묻는 질문이었다. 그 뿐이랴. 눈길을 걷다가 미끄러질 뻔한 기자를 잡아주며 “언니 괜찮아요?”물을 때, 정말이지 엉뚱 발랄한 트레이시 양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국적도 불사한 사랑

 

 

트레이시 양이 한국으로 오게 된 계기는 순전히 전 일병 덕분(?)이다. 원래 두 사람은 함께 테일러 대학 호주캠퍼스로 공부하러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렇게 순탄치만은 못했다. 전 일병에게 영장이 날아온 것이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입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에게 고백했다. 트레이시 양이 생각지도 못한 충격에 빠진 것은 당연.

 

“오빠를 만나기 전까진 한국에 군대제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어요. 말레이시아에서는 추첨제로 선정해 한 집에서 한 사람만 가거든요. 정말 슬펐죠.”

 

 

한국에 돌아와 입대 전 마지막으로 만남을 가졌을 때, 전 일병은 다시는 여자친구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생각보다 담담히 전 일병을 달랬다. 그 이유는 얼마 뒤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어학당에 다니게 된 것이다. 이는 양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로, 현재 트레이시 양은 전 일병의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학교를 다닌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힘든 곰신 생활을, 그것도 타지에서 하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녀는 단번에 대답한다.

 

“물론 힘들죠. 정말 힘들어요.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니까요. 얼마 전에 처음으로 눈이 내리는 걸 봤어요. 말레이시아에선 볼 수 없었던 눈이었는데,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혼자 울었어요. 같이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어학당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다행이라고 덧붙인다. 얼마 전 치렀던 기말고사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둬 담당 교수에게 선물을 받기도 했다.

 

“오빠는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소소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전 일병을 기다리는 이유는 당연하다는 거였다. 전역하고 캠퍼스생활을 함께 하는 것이 꿈이라는 두 사람. 4600km를 넘어서 이어나가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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