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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5월호 곰신데이트] 박인수 일병의 달콤한 데이트 동행 취재

 

박인수 일병의 달콤한 데이트.
살랑살랑 봄바람에 그녀의 머리카락 날리고

 휴가 중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는 달콤했다. 한바탕 비가 내린 뒤의 맑은 하늘과 햇살, 그리고 살포시 부는 바람 덕에 이유 없이 흐뭇해지는 어느 날 오후, 육군 이기자부대 박인수 일병과 여자친구 홍민지 양의 데이트에 동행했다.

글&사진 / 박현주 기자

 

 

                                                                [하나~ 둘~ 셋! 하면 치즈~]

“안녕하세요. 저보다 제 여자친구가 나이 더 많아 보이지 않아요? 하하.”
박 일병의 한마디에 어색한 분위기가 와르르 무너졌다. 남자친구에 비해 수줍음을 타는 민지 양도 남자친구의 장난에 한바탕 크게 웃는다. 박 일병과 민지 양은 동갑내기로, CC(Campus Couple)는 아니지만 지인의 소개팅으로 만나 1년 넘게 예쁘게 만나고 있는 커플이다.

소개팅으로 만난 동갑내기 커플

“저희는 작년 3월 초에 만났어요. 소개받고 연락을 하다가 분당에서 처음 만났어요. 제가 시내버스에서 내렸을 때, 남자친구가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서 있더라고요. 그런데 남자친구의 실물이 사진과 너무 똑같더라고요. 싱크로율 100%였어요. 헤헤.”
얌전하게 앉아 있던 민지 양은 남자친구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서 이야기의 물꼬를 틀었다.
“원래 소개팅이라는 게, 사귈 수도 있고, 친구로 지낼 수도 있고, 또 그냥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남자친구랑 한 번 만나고 연락을 계속 했는데, 신기하게 할 말이 많아지면서, 전화하는 햇수가 점점 많아졌어요. 얘기가 잘 통하고 잘 맞는다 싶었는데, 남자친구도 제 생각과 같았나 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어요.”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야 했던 민지 양은 편지로 그리움을 달래고, 사랑을 지켜오고 있다.
“제가 훈련병일 때, 여자친구가 매일 편지를 보내줬어요. 그것도 장문의 편지를요. 정말 지극정성이었죠. 그런데 제가 일말상초(일병 말에서 상병 초까지를 이르는 군대 용어)가 되는 시기가 되니까, 한 달에 한 번 꼴로 편지가 오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지금까지 계속 보내 주는 게 어디에요. 참 고맙죠.”
박 일병은 여자친구에 대한 서운함을 슬쩍 내비치면서 말미에 고마움을 덧붙인다.
“남자친구는 애정표현을 잘하는 편인데 저는 잘하지 못해요. 제가 좀 무뚝뚝하거든요. 마음은 그게 아닌데 입 밖으로 표현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남자친구가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 같으면서도 내심 서운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거의 반성문 수준으로 편지를 써요. 남자친구가 군인이라서 편지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말로 다 못하는 걸 글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민지 양이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미안함을 토로한다. 박 일병은 아무 말 없이 살포시 미소를 짓고는 여자친구의 손을 꼭 잡는다.

                                                           [우리 앞으로도 같은 곳을 바라보자]

“제가 입대하기 전에 200일 기념 선물로 만들었던 사진 다이어리가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사귄지 200일이 되는 날은 이미 제가 입대를 하고 난 뒤였어요. 그래서 제 친구한데 부탁을 하고 입대를 했어요. 200일 되는 날에 ‘짠’하고 직접 전달해 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지금도 마음에 걸려요.”
보통 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친구 같은 애인’을 찾는다. 박 일병과 민지 양이 딱 그 격이다. 박일병의 장난기가 발동하면, 두 사람은 친구사이가 되고, 서로의 이해심과 배려심이 등장하면, 두 사람은 애인사이가 된다. 단 한 번도 크게 싸워 보지 않았다는 두 사람, 친구와 애인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들은,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넘어지지 않게 내가 잡아줄게]

자전거를 타고 봄날을 즐기다

천호동에 위치한 광나루 자전거 공원으로 장소를 옮긴다는 말에 박 일병이 쾌재를 불렀다.
“제가 원래 운동하고 여행을 좋아해요. 여자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싶었는데, 정말 잘 되었네요.”
자전거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질주했다. 봄 햇살에 눈이 부셔 찡그린 얼굴마저도 예뻐 보인다. 공원을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온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 다시 이야기꽃을 피웠다.
“제가 데이트 코스를 계획하면, 여자친구가 전적으로 따라와 줘요. 그래서 저희는 가보지 못했던 곳도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내 귀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내 눈은 너만 보고 있어]

 두 사람의 데이트 스타일이 궁금하던 찰나, 공교롭게도 박 일병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탁 트인 자전거 공원이 효험을 발휘했나 보다.
“저는 활동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평상시에는 주로 집에만 있는 편이였는데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서는 활동적으로 바뀌었어요. 여행을 많이 다닌 남자친구 덕분에 같이 다니면 든든하고 재미있어요. 덕분에 추억도 많이 생겼고요.”
리더십 있는 박 일병이 여자친구의 생활 패턴을 바꾸어 놓았다. 민지 양은 그런 남자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광진교로 이동해 셋이서 나란히 걸을 때, 박 일병이 자신들의 여행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저희가 홍콩에 간 적 있어요.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죠. 어렵게 찾아간 건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사 중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지하철 상점에서 에그타르트를 사먹었어요. 워낙 더운 날씨에 고생하며 돌아다녀서 그런지 지금도 그 일이 기억나요.  나중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제대로 된 에그타르트를 먹어보고 싶어요. 어떤 맛일지 궁금해요. 하하.”
어느덧 헤어질 시간. 이 커플의 알콩달콩 사연을 더 듣지 못한 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바람에 날리는 여자친구의 머리카락을 신경 써 주는 박 일병과, 그런 남자친구를 보며 환하게 웃는 민지 양의 뒷모습은 아름다운 피사체, 그 자체였다.

                                                              [우리 사랑에 빨간 불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