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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동행 취재/7월] 공군애호단체와 함께한 안보현장 답사


동행 취재       


공군애호단체와 함께 한 안보현장 견학&답사기

24시간 잠들지 않는 눈과 함께 한 2박3일

                                       

공군은 지난 6월 8일 2박 3일 일정으로 호국보훈의 달 계기 공군애호단체 안보현장 견학 및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국민조종사‘블루윙스’등 6개 단체가 참여해 공군의 중추기관과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었던 이번 행사를, 부자 파일럿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그린 다큐소설『리턴 두 베이스』의 작가 차인숙씨의 답사기를 통해  따라가 본다.


글/ 차인숙 (소설가, 창공클럽 회원) 사진/ 유성욱 기자, 공군본부 문화홍보과




6월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햇살은 알맞게 눈부셨고 하루가 다르게 나무는 푸르러갔다. 흐드러지게 핀 울타리 장미와 수북수북 다발로 핀 수국이 6월을 향기로 감싸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6월은 슬프고 아픈 계절이기도 하다. 그것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전쟁의 상흔 때문이리라.


해마다 6월이 오면 나는 국립현충원을 찾는다. 내 책속의 주인공인 순직 조종사 부자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현충원에 잠든 수많은 영혼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현충원에서 푸른 잔디에 누운 영혼을 만날 때마다 어느새 경건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올해 6월은 내게 또 다른 시각으로 다가왔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공군애호단체의 안보현장 견학 및 답사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일정은 2박3일이었고 최종 목적지는 제주도였다. 무엇보다 공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최종 목적지인 제주도로 가기 전에 먼저 찾은 곳이 대구에 있는 남부전투사령부였다. 그곳에서 영상을 통해 F-15K의 웅장한 비행을 보았다. 날렵한 전투기의 기동 장면에 눈과 귀가 쏠렸고 내 가슴은 전투기의 굉음보다 더 크게 쿵쾅쿵쾅 울렸다. 11전투비행단에서 탑재 무기류에 대한 브리핑을 듣는 내내 내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우리의 영공과 조종사를 위해서 낡고 오래된 전투기는 하루 속히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스텔스기는 아니더라도 모든 비행단의 전투기가 F-15K로만 채워져도 좋으련만. 좋으련만.


내가 그런 욕심을 낸 건 전투기의 우수한 성능에 대한 설명 때문이었다. 만일 김정일이 어느 방 몇 번째 창문에 있다는 정확한 정보만 있다면 미사일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는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가진 전투기라는 사실을 알았을 뿐인데도 내심 든든했다. 후세인 제거도 막강한 공군의 전투기 힘 때문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기에 더더욱 욕심이 났다.   




남부전투사령부에서 CN-235 수송기를 타고 제주로


공군의 중추적인 항공통제 체계인 제2MCRC 견학을 마치고 CN-235 수송기를 탔다. 제주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 작은 유리문으로 보이는 건 구름뿐이었다. 귀마개를 했지만 수송기 소음을 막지는 못했다. 나는 아예 대화 자체를 포기하고 좌석에 앉아 허연 구름만 내다보았다. 언제 저 구름이 걷힐까? 구름이 걷히면 아름다운 우리의 강과 산이 보일 텐데, 우리의 현실이 보일 텐데.


드디어 도착한 남쪽 끝 제주에서의 일정은 빡빡했다. 태평양 전쟁 말기 전략적 요충지인 알뜨르 비행장을 경비하기 위해 송악산 외륜에 만들었다는 13개의 동굴진지를 탐방했고,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위해 송악산 서북쪽 일대에 조성한 알뜨르 비행장을 둘러보았다. 당시의 격납고와 지하벙커 그리고 관제탑과 진지동굴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드넓은 평원을 나는 걷고 또 걸었다. 푸른 풀잎들이 내 발 밑에서 저마다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작고 여린 풀잎은  보기와는 달리 따끔하게 내 발바닥을 파고들었다. 풀잎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강병대 교회와 육군 제 1훈련소 터도 보았다. 육군 제1훈련소 터를 지날 때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김영욱 시인의 ‘아버지의 모슬포 육군훈련소’ 시 한 대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미군수송선을 타고 바람과 물 여자가 많다는 제주도 섬으로 갔지요 배 안에서 미군이 나누어주는 건빵을 눈물로 씹으며 갔지요......아버지, 못살포 있었기에 우리들이 있지요 모슬포 육군 훈련소가 있었기에 우리들이 있지요- 참으로 눈물겨운 우리의 역사 한 페이지가 그 속에 녹아 있었다.


대정초등학교 교정 한 켠에 있는 공군사관학교 훈적비는 6. 25전쟁 때 공군사관학교가 잠시 사관생도들을 교육시킨 곳이었다. 교정 한가운데 우뚝 솟은 워싱턴 야자의 위용이 그 당시 사관생도의 의연한 모습을 대변해 주듯 서 있었다.


308 관제대대의 레이더 돔을 견학하고 나서 장병들과 함께 한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었다. 가족 혹은 연인과 떨어져서 남단 끝 제주를 지키는 장병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따뜻한 포옹과 한 줄 글이었다. 공군을 사랑하는 문인단체인 창공클럽 시인들 한 명 한 명이 시를 낭송할 때마다 젊은 그들의 감성이 꿈틀거렸고 눈은 빛났다. 나는 한 명 한 명 그들의 얼굴을 살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얼굴이 내 앞에 있었다.




답사 통해 국토방위 의지와 평화의 소중함 느껴


전적지와 유적지를 둘러보는 동안 작은 섬 제주 전체가 안고 있는 아픔이 곧 우리의 역사 현장임을 알았다. 자연이 준 아름다운 모습은 눈에 비친 그대로지만 한 발짝 다가가서 들여다보면 지난한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 제주다. 삼별초의 항몽 역사가 있는 곳. 일제의 요새화에 희생된 고통의 현장. 그리고 4. 3사건까지.


올레길 10코스를 걸으면서 일정 내내 비구름이 오락가락 했던 것처럼 우리가 걷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체득했다. 화순해수욕장에서 모슬포항까지 이어지는 14.8킬로미터를 다 걷지 못하고 겨우 두 시간 남짓인 7킬로미터를 걸었을 뿐인데 내 발이 견뎌내질 못했다. 해변가 바위를 타고 넘거나 질퍽한 모래사장을 걷는 건 고행이었다. 마치 우리의 질곡과도 같았던 역사의 한 장면 같은 길을 나는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평지로 올라섰을 때 그때 느낀 평온함이란!


제주를 떠나 다시 수송기 C-130H를 타고 대구비행단에 내렸을 때 F-15K가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지글거리는 해를 향해 전투기는 그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꽁무니에 매단 채 위로 솟구쳤다.


나는 굉음이 사라진 하늘가를 주시했다. 저 구름 속에서 오늘도 조종사는 가쁜 숨을 고르며 하늘을 지키고 있다. 오로지 영공 방위를 위해 젊음과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내 눈 앞에는 알뜨르 비행장의 드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우리의 영공방위 능력 향상과 대응능력 확보를 위해‘아래큰뜰’로 불리는 그곳에 우리의 비행단이 자리매김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소망해 본다. 왜냐 하면 이번 답사를 통해 우리의 국토 방위에 대한 의지와 안보 그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제주의 풀잎 하나, 바람 한 줌, 모래 한 주먹조차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할 책임이 지금의 우리에게 있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기도 했으니까. 알뜨르 비행장의 풀잎이 내 발바닥을 찌르며 던진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 아닐는지.      


자주국방 네트워크, 공사모, 제트윙스, 한국항공소년단, 로카피스 그리고 창공클럽처럼 공군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모아진다면 우리 머리 위에서 24시간 잠들지 않는 눈은 힘을 얻을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 가졌던 이번 탐방은 모두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지만 뜻을 모으면 이루지 못할 것 또한 없지 않겠는가.      




견학 및 답사를 마치며 참가 단체 미니 인터뷰



<공사모> 운영자 나병재


다음카페 <공사모>는‘공군과 공군사관학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약칭으로, 1999년 9월 현 공군 소령 정창욱 님(공사 43기, 공사교수, 필명 43다솜이)에 의해 출발하여, 현 공군 소령(44기, 고려대 박사과정, 필명 44다물)과 함께 민간인 신분의 나병재(필명 황소생각) 님이 이끌고 있는 모임이다. 주소는 http://cafe.daum.net/loveafa 회원 수는 20,339명.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곳에서 역사의식을 되새기며 국토방위의 중요성을 재확인 하였으며, 막강한 공군력의 필연성과 건설의 필요성도 인식했습니다.아울러 슬픈 역사의 제주도가 아름다운 섬으로 길이 남기를 바래 봅니다.”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시민단체로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며 국방부 등록 시민단체로 인정받았다. http://koreadefence.net  사이트에 국방 관련 각종 자료를 올리며 성명서 및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군은 타군에 비해 우호세력과의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같은데, 이번 답사가 공감을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공군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



<로카피스> 사무국장 손우석


<로카피스(ROKAFIS)>는 2000년 5월 대한민국 공군 예비역 전우회(초대 회장 백석현(병 165기))로 창립되었으며, 공군 출신 예비역은 물론, 그 가족 및 공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회원이 확대됐다. 현재는 부사관 16기로 전역한 이중근 님이 회장을 맡고 있다. http://www.kafi.net

“공군을 사랑하는 단체가 모여 공군 사랑 결의를 다지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희는 무엇보다도 공군 조종사들의 안전 비행을 기원합니다. 이따금 젊은 조종사들이 미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산화되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움이 앞서거든요.”



<제트윙스> 회원 김민정


대한민국 공군은 2009년 창군60주년을 맞아 국민조종사 모집했다. Seoul ADEX 2009 기간중 펼친 이벤트로 선발된 국민조종사들에게는 대한민국 영공을 방위하는 공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나라가 개발한 항공기의 우수성을 체험하기 위한 실제 비행의 기회도 제공했다. 공군은 2007년 서울에어쇼 기간중에도 국민조종사들을 선발했다.
제트윙스는 국민 조종사 선발에 도전하신 분들과 공군,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카페이다. http://cafe.naver.com/jetwings

“공군의 현안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우리의 하늘을 지키기 위한 공군의 피와 땀을 지켜보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공소년단 사무총장 김우규


<항공소년단>은 항공우주분야에 대한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함양함은 물론 우리나라 항공기능 및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기초과학의 창구 역할을 통해 국가 항공우주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청소년단체이다.
“공군의 역할과 중요성을 재인식 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아울러 제주도의 항공우주박물관 건립 현장을 둘러봤는데, 항공소년단에도 많은 접합적이 있으리라 생각돼 정말 유심히 살폈습니다.”

http://www.yfk.or.kr


창공클럽 총무 차인숙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1951년, 총이 아닌 펜을 무기로 삼고 전투에 임하여 공군 장병들의 전투 의지를 앙양한 문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창공구락부에 소속된 16명의 문인으로 근대 한국문학의 중추를 이뤘던 마해송, 조지훈, 김동리, 최인욱, 이상로, 유주현, 곽하신, 방기환, 박두진, 최정희, 박목월, 이한직, 박훈산, 전숙희, 김윤성, 황순원 등 쟁쟁한 문인들이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06년 9월, 창공구락부의 정신을 이어 <창공클럽>이 재창립 됐다. 도종환 시인을 비롯한 문단의 중견 작가들이 모여 결성된 창공클럽은 공군을 소재로 이윤식, 차인숙, 권현숙 회원이 소설집을 출간했으며, 많은 소속 시인들이 격려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제1대 도종환 회장에 이어 고운기 시인이 제2대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