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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동행 취재/7월] 에티오피아 참전 60주년 기념식 및 의료봉사 현장에 가다!

 

동행 취재


본지 발행인 에티오피아 참전 60주년 기념식 및 의료봉사 현장에 가다!


253번의 전투 모두 승리했던 무적의 용사들…

늙고 지친 그들에게 무엇으로 빚을 갚으랴’


80세의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는 반신불수의 몸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다시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다시 한국을 위해 싸울 것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아리랑’ 가락을 기억하고 있는 노병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지난 6월 5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는 한국전쟁 참전 6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행사에 이어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위한 의료봉사가 진행되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머나 먼 이국땅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던 참전용사들을 위한 봉사에 본지 황규식 발행인이 동행했다.  

                       

취재·사진/ 황규식(발행인)   정리/ 홍민석(편집위원)


 

 

전통 에티오피아군 제복을 착용한 노병들의 입장으로 참전 기념행사는 시작됐다. 노병들의 가슴에는 치열한 격전을 말해 주듯 훈장과 기장이 가득했다. 행사는 양국 국가 연주,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되었다.


행사에는 참전용사와 에티오피아 정부 및 군 관계자, 정준석 주에티오피아 대사를 비롯한 한국측 인사들이 참석했다. 기념식에 이어 오찬 중에는 국제구호단체인 월드투게더가 후원하는 에티오피아 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월드투게더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에 기반을 두고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케냐, 볼리비아, 베트남 등의 저개발국에서 지역개발, 지하수개발, 의료지원, 어린이 결연, 교육지원 등의 구호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저소득층 생계지원 등 복지사업을 지원하는 단체로 박노숙 이사장은 2군단장을 역임한 예비역 중장이다.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과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용사후원회(회장 손숙)가 주최하는 기념식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머나 먼 이국땅에서 산화했던 전몰용사들의 넋을 위로하고,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선한봉사센터(이사장 박한성 전 서울시 의사협회장)의 안과, 내·외과, 소아과, 피부과, 산부인과, 치과 등 의료진이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에도 라스데스타 시립병원에서 15명의 의료진과 5명의 자원봉사자가 5일간 43건의 안과 수술을 포함 3,163건의 의료봉사를 펼쳤다. 에티오피아는 인구 10만명 당 의사가 단 4명에 불과해 의료진은 그야말로 강행군 진료를 펼쳤다.


착하다는 뜻도 있으나, 선진통일한국의 줄임말인 선한봉사센터는 의료봉사를 통해 모든 국민이 소외됨 없이 서로 사랑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2008년 창립된 단체로 외국인 노동자, 독거노인, 노숙자 등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에티오피아와 필리핀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매년 해외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제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이 된 만큼, 빈곤에 시달리는 참전국 용사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통해 보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한봉사센터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가족들의 지속적인 의료혜택을 위해 오는 7월부터 에티오피아 의사 2명(안과·외과)을 초청, 세브란스병원에서 6개월 과정의 연수를 실시한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선진 의술을 습득해 현지에서 의술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년부터 참전용사의 가족 중 5~6명을 선발, 국내 대학(한림대 및 연세대)의 유학을 추진하고 있다. 유학생에게는 4년 장학금 및 체재비용을 지원한다. 또한 안과 및 외과병동을 라스데스타 병원 내에 건립하며, 병원 이름을 ‘Korea War Memorial Hospital’로 명명하기로 협의했다. 병원 건립에는 20억원이 필요로 한다. 병원이 건립되면 참전용사는 무상으로 가족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념식에 이어 다음날에는 봉사단원들이 참전용사회관을 방문하여, 전사자 추모행사를 가졌다. 아픈조바르 공원 내에 위치한 ‘대한민국 6·25전쟁 참전용사회관’ 마당에는 춘천에 세워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탑과 똑같은 탑을 복제해 그대로 옮겨 놓았다.


탑 뒤편에는 ‘자유수호를 위해 한국전 중 젊음을 바친 영웅적인 에티오피아 제국의 용사들에게 바친다’는 추모의 글과 ‘에티오피아군은 주로 한국전에서 화천 산양리, 문등리, 김화 등 강원도 지역에서 공산침략군과 싸웠다’는 전투 상황도가 새겨져있다.


공원묘원에는 전사자 122명의 명비가 두 줄로 나란히 도열해 있다. 에티오피아군 전사자는 부산 유엔묘지에 한 구도 안장돼 있지 않다. 귀국 시 모든 전사자를 본국으로 송환했기 때문이다.




본지 황규식 발행인은 2군단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을 초청한 바 있었으며. 참전용사회관 건립에 주춧돌을 놓았다.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용사후원회 신광철 사무국장은 “참전용사회관은 황규식 전 국방부차관이 2군단장 시절 모아 준 1950만원의 성금이 모태가 됐다”면서 “건평 200평, 지상 2층의 현대식 건물은 참전용사들의 소중한 추억을 되돌아보는 의미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참전용사회관과 추모비 및 위령탑 등은 국방부와 보훈처, 춘천시, 한-에 친선협회, 그리고 2군단 장병들의 모금으로 지어졌다. 그런 연유로 참전회관 입구에 2군단·7사단·15사단·27사단·76사단 마크와 함께 ‘한국의 전우들이 회관 건립을 후원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또한 모금에 동참했던 주요 협찬자들의 명패도 부착되어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세라시에 에티오피아황제는 최강의 전투력을 갖춘 자신의 근위병을 중심으로 참전군을 모집했다. 에티오피아 군은 1951년 5월 7일 파병된 선발대를 비롯 5진에 걸쳐 6037명이 참전했다. 이런 연유로 올해가 참전 60주년이다. 미 7사단에 배속돼 강원도 화천·철원 일대에서 253회의 전투를 벌여 122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다.


참전 당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최강국이었고, 국제사회에서도 영향력이 큰 나라였다. 그래서 참전용사들 중에는 월급을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지 않고, 부대 안에 ‘보화원’이라는 고아원을 만들어 전쟁고아들을 보살폈다. ‘보화’는 에티오피아어로 ‘하느님의 은혜’라는 뜻이다.


황제는 파병 부대의 이름을 ‘강뉴(Kagnew)부대’라고 명명했다. 에티오피아말로 ‘격파하다’라는 뜻이다. 황제는 강뉴부대를 파병하며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Fight until you win, or die)”고 역설했다.

강뉴부대는 용감히 싸웠다. 산악지형에 익숙한 강뉴부대는 253번의 전투에서 253번 승리를 거두었으며, 포로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기든지 죽든지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용감히 싸웠기에 그리스 종군기자 Kimon Skordiles은 유엔군 중에서도 가장 용맹한 강뉴부대 용사들에게 감동하여,『Kagnew』라는 책을 남겼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에티오피아로 돌아간 강뉴부대 용사들은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으며, 황제가 하사한 ‘코리안 빌리지’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재난이 거듭되고, 1974년 공산당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핍박받기 시작했다. 공산주의와 싸운 ‘배신자’로 매도되어 직장에서 쫓겨나고 연금이 중단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행이 시작되었다.


다시 민주정권이 들어섰지만 극빈국인 국가 재정으로 인해 변변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병들고 나이든 참전용사들의 노후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각종 단체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은 그 손길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경제적 번영이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에서 비롯되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