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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특집 인터뷰]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 '긍정의 힘'이 나와 세상을 바꾼다.



한경비즈니스가 전국 대학생 659명을 대상으로 '가장 만나고 싶은 CEO'를 조사한 결과 김정태 하나은행장(금융)을 비롯 정준양 포스코 회장(제조), 강유식 LG부회장(비제조)이 각 부분 1위로 꼽혔다. 은행은 물론 증권·보험 등을 아우르는 금융업 부문에서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김 행장은 금융계에서 대표적인 ‘영업의 달인’으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국제금융시장을 대변하는 세계 최고의 금융전문지 EUROMONEY지로부터 2011년까지 7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 프라이빗 뱅크 수상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며 신뢰를 인정받고 있다. 젊고 역동적인 하나은행을 이끌고 있는 김 행장으로부터 성공신화의 비결과 젊은이의 도전정신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 / 홍민석(편집위원)

집안형편이 어려웠던 김 행장은 군에 자원입대를 했다.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있어 군대만큼 좋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김 행장에게 군 생활은 남다른데, “당시 군대는 지금보다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조국의 의미와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제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김 행장은 2008년 은행원의 꿈인 행장의 자리에 올라 연임하고 있다. 비결을 말해 달라고 하자 "은행에 들어온 이후 어떤 자리나 직위를 바라거나 목표로 삼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그때그때 주어진 일들을 즐기며 제가 가진 열정과 관심을 모두 쏟아서 일했다"고 말한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직위는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잠시도 한 눈팔지 않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행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건설·조선업 등 위험 업종에 대한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로 당기순이익을 1조원대로 복귀시켰다. 또 한발 앞서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보다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김 행장의 독창적인 경영철학에서 비롯되었다.
김 행장의 경영철학은 전통적인 조직체계에서의  상명하달식 업무추진과 권위주의를 과감히 버리고 직원들이 자유로운 환경과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헬퍼 리더쉽'이다. 보스가 아닌 헬퍼로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목표를 향해 일치단결하여 나가도록 격려하고 끌어주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김 행장은 "취임 초부터 상하간의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 판단해 은행장실부터 'Joy Together Room'으로 바꾸고 직원들의 방문을 언제라도 환영하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한 실천의 한 부분"이라며 "수시로 영업점을 방문하여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의사소통의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원 생활 28년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김 행장의 좌우명은 무언가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해 질문하자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좌우명이라기보다 평소 '일일삼성(一日三省)', 즉 매일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하루를 반성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며 "그날 일들을 천천히 떠올리며 잘한 일과 고쳐야 할 일들을 생각하다보면 작은 일에 얽매이기 보다는 좀 더 넓은 생각을 갖게 되고 즐겁게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일삼성. 성공한 CEO의 좌우명이라고 하기엔 기교도 없고 단순하다. 그러나 매일 저녁 하루를 반성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김 행장이 모습을 떠 올릴 수 있다. 그렇다. 삶이란 어찌보면 이처럼 단순하나 예스럽고 소박한 가운데 실사구시의 힘이 솟아나는 것이리라. 그런 점에서 겉멋에 쉽게 빠지는 젊은이들에게 교훈이 된다.

힘든 시기 헤치며 깨달음 얻어

김 행장은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깊이 생각하거나 명상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아침형 인간'이다. 또 출장을 갈 때에도 책을 5-6권씩 읽으면서 늘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더불어 각종 보고서나 미디어를 접할 때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수첩에 기록하는 '메모광'이다. 따라서 김 행장의 성공 노하우는 '일에 대한 열정'과 '생활습관'이 어우러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국내 유수의 은행장에게 병사들이 갖는 궁금증의 하나가 '인재상'일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행장은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은행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문역량과 리더십을 겸비한 리더"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은행원으로서 정직을 근본으로 하여 자주 ? 자율 ? 진취를 실행할 수 있는 인재"라며 "전문역량과 리더십을 가진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맡은 일을 즐기며, 지적 호기심으로 자기학습을 통해 전문지식을 쌓아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최근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해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트렌드를 인지하는 지혜와 남을 먼저 배려하는 심성을 함께 갖춘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고 덧붙인다.
복무 중인 장병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고 하자 "나라를 지키는 장병 여러분 덕분에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고 있다"며 "군 생활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을 통해 내일의 꿈을 설계하고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견인하고 있는 김 행장의 20대는 무척이나 힘든 시기였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입대한 사실로도 알 수 있다. 스스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고비였다고 말하는데, 한편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즉 삶은 언제든 어려움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김 행장은 "힘든 시기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헤쳐 나오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들의 좋은 면만 보였다"며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낙관적인 생각으로 극복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긍정의 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보수적인 집단인 은행의 CEO가 대학생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된 이유가 바로 김 행정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시대의 변화를 한발 앞서가는 역동성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