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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특집 인터뷰] jTBC 주철환 제작 본부장 "청춘, 더 좋은 날들은 지금부터다!"



마침, 그가 가장 최근에 펴낸 책 제목이『청춘』이었다. 책 날개를 펼치자, 미색 모조지에 감각적으로 씌어진 제목 ‘청춘’이 눈에 들어왔다. 쓱싹, 즉흥적으로 그 단어 아래 날렵하게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더 좋은 날들은 지금부터다!’. 자연스레 군대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병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완성됐다. “청춘, 더 좋은 날들은 지금부터다!” 가장 성공한 교양예능 PD, 지금까지의 성공신화를 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방송인 주철환, 그가 이 땅의 청춘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취재 /  유성욱 기자 
사진 / 최윤호(포토그래퍼)

뛰어난 감각과 창의적 발상, 그리고 따뜻한 친화력으로 이미 30대의 나이에 MBC ‘퀴즈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밤에’를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인생의 정점에 올랐던 주철환 PD는 사실 군 시절 ‘고문관’이었다고 고백한다.
1980년 7월 그는 스물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다. 그 무렵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뒤늦게 군 생활을 해야한다는 게 그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고 한다. 말할 나위 없이 체력도 엉망이었고, 사회성도 한참이나 부족해  준비된 고문관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던 것.
하지만 군대를 제대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누구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 때 배웠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알아야 할 많은 것은 군대에서 배웠다’라고 말하고 싶다.”
주철환 본부장에게 2010년은 군 입대 30주년을 맞는 해였다. 논산훈련소에서 카튜사로 차출되며 강원도 원주 캠프롱 화생방실에서 군 복무를 한 그는 지난해 당시의 전우들과 감격의 모임을 가졌다. 모임에는 모두 7명이 나왔는데, 자리를 파한 후 모두가 의기투합, 앞으로 해마다 만나자는 약속까지 했다고.
이것이 바로 군 경험이다. 세상에 2년 남짓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수십년이 흘러 웃고 떠들고 기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게 군대 생활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드라마틱하고 다이내믹한 인생이 오래 남습니다. 군대를 인간을 단련시키는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결코 암흑기가 아닙니다. 사회에서는 사람을 선택해서 만나게 되는데, 그렇게 자기 취향에 맞는 사람만 접촉하다보면 편협한 가치관이 구축됩니다. 반면 군대는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다양한 성격의 사람과 만나게 되는데, 이는 몰라볼 정도로 자신을 성숙시키게 되는 거죠.” 
군대에 간 하나뿐인 아들 오영에게 보낸 편지에도 그러한 아버지로서의 당부을 적었다.
‘다가올 고된 훈련의 상상으로 미리 찡그리지 말고 바로 지금 곁에 있는 동기생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눠라. 군대에서 즐거울 게 뭐 있냐고 묻고 싶겠지. 그러나 대한민국의 막강하고 건강한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구르는 게 얼마나 멋지고 값진 시간들이냐! 다른 나라 청년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체험들이지. 자부심으로 하루하루 정진하기 바란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아들 오영이는 건강하게 제대해 지금은 대학에서 신소재공학(세라믹)을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게 살고 의미있게 죽자

방송인 주철환은 지금 새로운 도전에 나선 상태다. 중앙일보사가 올 가을 개국하는 종합편성채널 jTBC의 제작본부장을 맡아 눈코 뜰 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종합편성채널이란 뉴스 보도를 비롯, 드라마 오락 교양 스포츠 등 모든 방송을 편성해 방송할 수 있는 채널을 말한다. 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송출하기에 지상파채널과는 구분되나, 24시간 방송이 가능하며 중간광고도 허용되는 등 사실상 방송시장의 일대 변혁을 가져오리라 예측된다는 점에서 '미디어 빅뱅' 시대의 도래, ‘무한 경쟁’ 시대의 출발을 의미하고 있다.
방송인 주철환이 그렇게 치열한 경쟁의 한가운데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의 지상파채널은 물론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이라는 거대 언론사가 벌이는 경쟁은 사느냐 죽느냐의 치열한 전쟁터가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터니 말이다.
“오늘 이어령 고문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여든이 가까운 나이임에도 그분이 자유롭게 발상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걸 한 번 보세요. 나이가 드는 건 자연스러운 거지만, 영혼의 젊음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젊음의 특징 하나는 바로 도전정신 아닌가요?”
1983년 MBC PD로 입사한 주철환은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등 많은 히트작을 연출한 스타PD로 지난 2000년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변신해 주목받았으며, 2007년 개국한 경인방송(OBS) 사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제는 좀 여유로울 수도 있는 일. 하지만 그는 오히려 한참이나 젊은 기자의 나른한 생각에 채찍을 가했다.
“재미있게 살고 의미있게 죽자라는 게 언젠부턴가 제가 생각하는 좌우명이 됐습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깁니다. 그렇게 사는 드라마틱하고 다이내믹한 인생이 좋은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상황, 그 속에서의 어려움은 우리를 강하게 해주죠.”
또한 그 말은 방송인 주철환 자신은 물론, 젊은 인생의 황금기를 군에서 보내는 이 땅의 병사들에게 주는 메시지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