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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특집 인터뷰] 기아자동차 이삼웅 사장 '깊은 동료애를 나누는 군 생활은 축복이다'



지난 3월 18일 주주총회에서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이삼웅 사장은 곧바로 화성공장으로 향했다. 이 사장은 야간 근로 시간인 저녁 8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5시30분까지 9시간 동안 K5 조립라인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취임 첫 일정을 통해 ‘노사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여준 이 사장은 육사 31기 출신이다. “아직도 군에 대한 미련과 자부심을 갖고 있어 군과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이 된다”는 이 사장은 군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사회에서 이루었다. 흔히 대기업 이사를 ‘별’에 비유하므로 아마도 3성 장군에 해당하리라. 인터뷰 내내 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 이 사장을 통해 군 생활이 갖는 의미를 들어보았다.

취재 /  홍민석(편집위원)

강력한 추진력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는 이 사장은 ‘야전형 CEO’다. 취임 이후 단 하루도 집무실에서 보내지 않고 현장을 순회하고 있다. 이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한 강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사장의 현장경영의 밑바탕에는 군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장은 “장교로써 경험한 조직관리가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군이나 기업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이고,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군의 조직관리가 상당부분 앞서 있고 합리적인 관리 마인드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따라서 군 생활을 통해 몸에 익힌 ‘조직관리’와 ‘인간존중’이 성공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맡은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은 물론 도전과 창조 정신으로 발전적인 업무 성과를 거둔 것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런 성과와 준비된 역량이 시대정신과 일치되어 오늘의 이 사장을 있게 했다.
이 사장의 경영 철학은 한마디로 ‘조직관리’다. 따라서 ‘자동차는 3만개 이상의 부품이 소요되는 조립체’이기 때문에 기아차에 적합한 CEO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장 역시 ‘사람 관리가 핵심’이라며 ‘인화(人和)부터 조립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3만4천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개성을 조율해 기아차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제복을 입은 군인이 멋있게 보이고 사명감이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돼 육사에 입교했다는 이 사장은 군 생활 중 수도기계화사단(맹호부대) 중대장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당시 부하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고.
복무 중인 장병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입대를 앞두었던 아들에게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군 복무를 의무적으로 하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던 또래 청년들이 한 곳에 모여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를 온 몸으로 느끼며, 기쁨과 아픔을 같이하는 동안 깊은 동료애를 나누다 보면 훌쩍 성숙한 자신을 보게 되는 이 제도야 말로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군 복무를 즐기라고 말한다.


군 복무를 즐기며 책을 많이 읽기를

기아차는 선진 자동차회사에 비해 젊고 패기에 찬 도전기업이다. 이런 이유로 이 사장은 “앞으로 세계시장 개척의 신기원을 창출하려면 젊고 패기있는 인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독서’와 ‘여행’을 강조한다.
“이른바 P세대인 요즘 젊은이들은 대단히 유능합니다.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힘(potential power) 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paradigm-shifter)답게 기성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두가 글로벌 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통해 다양한 간접경험을 쌓는다면 최고의 글로벌 인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85년 보병 제15사단 50연대 정보주임을 끝으로 예편, 기아차에 입사한 이 사장은 한때 영업부서에서 일했지만 대부분은 화성공장장과 소하리공장장, 그리고 경영지원본부장 등의 보직을 거치면서 생산과 노무분야를 책임졌다. 그래서 기아차는 ‘생산 및 노무 전문가인 신임 이 사장이 노무 관리의 선진화를 통해 안정적 생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판매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는데, 이 사장의 좌우명은 ‘강자존(强者存)’이다. 군 시절 참모총장이었던 황영시 장군이 자주 썼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강자존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인류의 역사와 자연의 법칙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사장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능력을 갖춘 강자가 되기 위해 자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며 장병들에게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권했다. “대하장편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역사이야기입니다. 투철한 국가관과 철저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갖춘 사람들, 그리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를 말하는 사람들과 영웅들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고대 1천년의 흥망성쇠를 통해 20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근원적 좌표를 낱낱이 주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기아차는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성장 엔진이다. 따라서 이 사장의 ‘조직과 인화’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