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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HIM이 만난 7월의 병사] 색소폰 부는 사나이, 정경호 일병 / 정경호 군대사진



 
베이시스트에서 색소포니스트로…

색소폰 부는 사나이, 정경호 일병


 

항간에 모 밴드의 리더 정용화의 형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던 정경호 일병. 그 말을 듣고 그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제법 그럴 듯하다. 그런데 정 일병은 실제로 영화 <님은 먼곳에>에서 베이스를 연주한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색소포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육군 제3군사령부 근무지원단 군악대에서 색소폰 연주를 맡고 있는 것. 늠름하고 씩씩한 군인으로 생활하고 있는 정 일병을 만나보자.



글 박현주 기자 진행 유성욱 기자 사진 임재문(A&A스튜디오 포토 디렉터)
Special Thanks 제3군사령부 근무지원단 군악대원


 


궁금하다!

군악대원으로서의 정 일병

정경호 일병은 군 입대 전 영화 촬영을 하면서 손에 악기를 처음으로 쥐어 봤다. 심지어 배우로 데뷔하기 전조차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그런 정 일병이 색소폰이라니! 정 일병이 색소폰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의심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왠지 색소폰을 부는 것이 조금은 힘에 부치지 않을지… 그러나 정 일병은 무엇이든 못 할 게 없는 ‘군인’이었다! 군악대와 인연을 맺은 정 일병의 생활상 대공개!



가장 자신 있는 색소폰 연주는 군가

건물에 걸린 ‘군악대’ 현판이 눈에 띄자마자, 악기 연주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려 왔다. 그러나 눈으로 그 현장을 못 보니, 군악대에 왔다는 실감은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어 군악대의 상징인 빨간색 상의와 검정색 하의로 갖춰 입은 군악대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정 일병!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만나는 순간은 항상 기대 반, 설렘 반이다. 군악병 정 일병과의 인터뷰, 지금부터 시작!


군악병에게 악기 연주는 보직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악기 연주를 취미 생활로 설렁설렁 배우듯 하면 절대 안 된다. 그렇다면 군악대원들이 하루에 악기를 연습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악기 연습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집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는 유독 행사가 많아 더 열심히 연습에 임해야 합니다.”


특히 정 일병에게 지난 6월 24일에 용인문예회관에서 열린 정기연주회는 더 중요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그동안 연습한 결과물을 시민들에게 선보였기 때문. 그러므로 약 1,000명의 관객들 앞에서 1시간 40분 동안 색소폰을 연주하려면 하루의 반나절 정도를 악기 연주에 몰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그런데 정 일병은 왜 색소폰을 선택했으며, 그의 색소폰 연주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군악대에 들어오면 먼저 대대장님께서 어떤 악기를 연주하고 싶냐고 물어보십니다. 입대 전 <님은 먼곳에>에 출연했을 때, 정진영 선배님께서 색소폰 연주하시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운 적이 있어 색소폰으로 결정했습니다. 특별히 잘 연주하는 곡은 없지만, 매일 연습하는 곡이 군가이기 때문에 군가 연주는 자신 있습니다.”


매일 음악의 선율에 빠져 지내는 정 일병. 군대에서 악기 연주를 원 없이 할 수 있는 게 군악병의 특혜라면 특혜일까. 하지만 군악대도 엄연한 군대다. 그렇기에 군악대만의 규율이 궁금했다.


“군악대의 규율은 센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주 행사를 준비할 때에는 유독 군기가 셉니다. 군악대원들에게 연주 행사는 아주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 어느 때보다도 행사 때에는 군인으로서 연주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악대라고 해서 연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훈련이란 훈련은 빼놓지 않고 모두 받는다. 당장 오는 9월과 10월에는 유격 훈련이 잡혀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군인이라고 해도 훈련 앞에 장사는 없을 터. 그렇지 않아도 정 일병은 추운 겨울에 숙영
(군대가 훈련이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병영 밖에서 머물러 지내는 일)을 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정 일병이 자신과 가장 절친한 양상협 병장과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양 병장은 ‘웃찾사’ 개그맨 출신으로, 정 일병에게 ‘전우애’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 유일한 선임이다>



실력파로 구성된 군악대!

군악대 생활관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 곳에는 16명의 전우들이, 또 다른 한 곳에는 17명의 전우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 중 입대 전 연예인으로 활동했던 병사는 정 일병과 양 상협(개그맨) 병장이다. 정 일병은 가장 절친한 전우로 양 병장을 꼽는다. 하지만 둥글둥글한 성격의 정 일병은 동고동락하는 다른 후임 및 선임들과도 허물없이 잘 지낸다고.


“제 나이가 올해로 29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가장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생활관에는 저처럼 군대를 늦게 온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이 있기에 가족처럼 지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정 일병은 생활관 분위기가 가족적이라며 자랑했다. 이번에는 군악대 전체의 자랑거리를 꼽아달라고 주문했다.


“예전에는 육군본부에 소속된 군악대원들의 연주 실력만 뛰어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군악대의 실력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연주를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들은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전역 후에 반드시 훌륭한 뮤지션으로 거듭날 것이며, 꼭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 일병의 진솔한 이야기!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다

입대 전 정경호 일병의 인기는 뜨거웠다. 톱스타는 아니지만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여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의외로 정 일병의 입대는 유난스럽지 않았다. 하다못해 정 일병이 입대를 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정 일병이 연예인이라는 이름만으로 절대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던 것! 그는 현역으로 조용히 군 복무에 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우와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

정 일병은 입대 전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에 함께 출연한 이준기 상병과 친분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동건 일병과 이동욱 병장과도 친하다. 정 일병과 친한 형들은 모두 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원으로 군 복무에 열중이다. 입대 전부터 각별하게 지내 온 형들과 함께 군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 속내를 조심히 물어봤다.


“아마도 형들과 함께 군 생활을 했다면, 다들 아는 사이니까 심적으로 더 편했을 것입니다.하지만 입대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군 생활을 하는 것보다 일면식조차 없었던 사람들과 단체 생활을 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저와 함께 지내는 전우들이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이 너무 좋습니다.”


정 일병이 군대에 와서 느낀 것은 비단 전우애뿐만이 아니다.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느꼈단다.


“지금까지 휴가를 두 번 나갔습니다. 휴가 나갔을 때, 그동안 부모님과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입대 전엔 아버지(정을영 드라마 PD)는 아버지대로, 저는 저대로 바빠서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군대에 오니, 부모님이 더욱 소중해집니다.”





<정 일병이 햇살 눈부신 하늘 아래에서 색소폰을 불고 있다. 그의 색소폰 선율에 푸른 나뭇잎들이 기지개를 펴듯 잔잔히 춤을 추는 것만 같다. 그는 자연마저 인정한 색소포니스트다>


군 복무는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하는 발판

정 일병의 전역은 아직 까마득하지만, 그는 이미 군대에서 깨달은 것들이 많다. 그는 전역 후 배우로 살아갈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깨달음을 준 군 생활은 분명 배우 생활에 도움을 줄 터.


“아직 전역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군 생활이 전역 후 더 성장하는 배우가 되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다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구요.”


의젓하게 말하는 그는 분명 전보다 한층 더 성숙한 배우가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지금 그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군인이다. 그에게 필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군인정신! 그에게 있어 ‘군인정신’이란 무엇일까.


“거창하게 나라를 지키는 것만이 군인정신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군인으로서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들, 팬들을 지키는 것도 군인정신에 속한다고 봅니다.”


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잠시 그의 유별난 팬 사랑을 소개한다. 그는 팬 사랑이 지극한 사람으로 자자하다. 당장 팬카페에 그가 남긴 글만 보더라도, 문장 하나하나에 팬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는 팬들이 보내는 편지 한 통, 선물 하나에 감사해하고, 받은 것을 정성들여 보관한다고.


이쯤에서 팬들이 그리울 그를 위해 준비한 기자의 깜짝 선물 공개! 팬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두 가지 질문이 바로 그것. 정 일병의 팬카페에서 팬들로부터 받은 질문들 중 두 가지를 골라 그에게 물었다. “정 일병님! 연예인이라서 대우 받거나 이익을 본 일이 있나요?”라고 묻자 “아뇨,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어요. 나중에는 혹시나 모를까…”라고 답했고, “<그대 웃어요>에 함께 출연한 이민정 씨는 면회 왔었나요?”라는 질문에는 “아직 안 왔어요. 많이 바쁜가 봐요. 꼭 온다고 했는데…”라고 답했다.


팬바보 정 일병은 답례로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팬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충성! 정경호 일병 인사드립니다! 항상 카페에서 인사드리다가 이렇게 잡지를 통해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지금은 지금대로, 입대 전에는 입대 전대로 자주 만나 뵙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기다리시는 것처럼, 저도 하루빨리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저를 TV에서 볼 수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시구요. 저, 군인 정경호 일병으로서 건강하게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군대는 정말 꼭 한 번은 와 볼만한 곳이에요. 그러니까 제 걱정은 너무 하지 말아주세요. 여러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