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학군단 창설 앞둔성신여대 심화진 총장
성신ROTC 배출 여성장교는 뭔가 다를 겁니다!
제호(題號)에서 느껴지듯 남성성이 농후한 월간<HIM> 메인 인터뷰에 여성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은 지면을 빛낼 인터뷰 대상자로 과분할 정도이다. 심 총장의 아버지는 무공훈장에 빛나는 참전 용사, 오빠는 전투기 조종사였던 예비역 대령, 남편은 현직 야전 사단장이다. 그뿐 아니다. 두 아들 역시 일선 부대에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역 병사. 세상에 이런 ‘안보 명문가’가 또 얼마나 있으랴? 그런 심 총장이 요즘 여대 학군단 창설을 위해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심 총장을 만나러 올 봄 새로 개교한 운정그린캠퍼스를 찾았다.
‘신세대 총장’ 또는 ‘교육계의 잔다르크’
청명한 가을, 지난 3월 개교한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를 찾았다. 성신여대는 1936년 서울 돈암동에 세워진 수정캠퍼스에 이어 미아동에 제2캠퍼스를 마련하며 수도 서울에 두 개의 캠퍼스를 갖춘 국내 유일의 대학이 되었다.
운정그린캠퍼스는 예술의전당을 설계한 건축가 김석철이 남긴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기록될 만하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준공과 함께 ‘대학 건축물의 새로운 역사’로 평가받으며 견학단이 끊이지 않는다. 수색에서 논산으로 이전을 앞둔 국방대학교 관계자들도 벤치마킹을 위해 이미 이곳을 찾았다고.
그래서 전역을 앞둔 병사들에게도 살짝 귀띔하고 싶다. 영광의 전역마크를 달게 되면, 성신여대생과 미팅 한 번 갖는 것도 탁월한 선택일 것 같다. 휘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마치고 나온 그녀와 파빌리언동 10층에 위치한 스카이라운지 구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마치 구겐하임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아트 갤러리를 거닐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뺨치는 강당에서 연극을 한편 보고, 8층 하늘정원에서 주변 전망을 만끽하며 사랑을 속삭이는 일, 이런 호사가 또 어디 있을까?
총장실로 향하는데 A동과 B동 사이 램프형 계단(Ramp Stairs)에 조성한 아트 갤러리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1층부터 7층까지 나선형으로 올라가며 사이사이에 놓인 70여점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놓았다. 지하 1층 중앙에서는, '위대한 탄생'의 캐나다 도전자 쉐인이 축제 때 연주했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쉐인의 피아노’라 불리는 자동 피아노가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심화진 총장을 만나자마자 방금 보았던 풍경의 감흥부터 전했다. 심화진 총장의 답변이 더욱 의미심장했다.
“학생들에게 특별한 공간을 누리고 있다는 자부심을 주고 싶었습니다. 가장 전망 좋은 스카이라운지도 학생 식당입니다. 아트 갤러리 역시 마치 미술관을 거니는 듯 한 느낌을 주지만, 진짜 작품은 그 곳을 걷는 학생들입니다. ”
작은 체구이지만 한눈에도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심화진 총장은 학생들과 언론으로부터 ‘신세대 총장’으로 통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당시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밴드 보컬 연주를 하고 노바디 댄스에 도전했던 사실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한편 심화진 총장에게는 ‘교육계의 잔다르크’라는 닉네임도 붙는다. 사립대학 최초의 국립대학 인수 기록을 남긴 국립간호대학 인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한 학과와 행정 구조조정, 국내 최초 서울 제2캠퍼스 성공적 개교 등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둘 다 저에겐 과분한 애칭이지만, 제 교육 철학을 담고 있는 말처럼 들려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교육철학의 기저에는 언제나 ‘학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이끌어 갈 젊은 인재들에게 부모된 마음으로 ‘최상의 교육환경’을 제시하는 것이 총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자 책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변화의 중심에 선 성신여대를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ROTC 통해 글로벌 여성리더 육성이 꿈
성신여대의 건학이념은 ‘정성되고 믿음직한 여성지도자를 양성하여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다’이다. 건학 이념에 부합되게 성신여대는 올해 많은 경쟁을 물리치고 여자 학군단을 유치한 여자 대학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8월 25일 유치와 함께 현재 학군사관 52기 후보생 30명을 선발중에 있으며, 오는 12월 1일자로 학군단을 창설한다.
학군사관(ROTC : 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이란 대학 재학생 중에서 우수자를 선발, 2년간 군사교육을 실시하여 대학의 전공학문은 물론 군사지식을 갖춘 우수한 장교를 양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해 후보생 기간(3,4학년)을 보내고, 임관후 2년 4개월을 복무한다. 개인 희망에 따라 장교로 복무연장 및 장기복무가 가능하다.
국방부가 지난해 여자대학에 학군단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후 국내 모든 여자대학은 학군단 유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현대 사회에 여성의 도전 영역이 넓어지며 우수한 여성인력의 군 장교 진출이 큰 메리트였기 때문. 게다가 취업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문직이라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매력.
“사실 지난해 학군단 유치 신청을 했다가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습니다. 남편이 현역 사단장인 것을 믿고 다소 방심했나 봅니다. 하지만 그게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보다 완벽한 준비를 해서 올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니까 말이죠. 현재 국방부와 육군본부, 학생중앙군사학교의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로 첫 후보생 선발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저희 성신 교정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훌륭한 재목이 국방 일선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성신 ROTC 출신 리더가 약 600명 정도 사회에 배출될텐데, 아마도 우리 사회 각계각층을 이끌어 갈 훌륭한 인재들로 성장할 것입니다.”
학군단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성신여대는 모든 인력과 시스템을 최고 수준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후보생 전원에게 안보 장학금을 주고, 해외 연수 기회와 기숙사도 제공한다. 인성, 상담, 영어회화, 컴퓨터, 프레젠테이션 등 장교로서 갖춰야 할 다양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남성장교에게도 체력적으로 뒤처지지 않도록 특화된 체력증진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성신여대 ROTC 장교들은 영어를 중심으로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여성 인재로 키운다는 게 가장 큰 특징. 심 총장은 이러한 지원은 대학이 사회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역할과 책무로 생각한다고.
“무엇보다 국가관과 안보관, 책임감이 강한 최고의 여군 장교를 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향입니다.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섬세한 리더십으로 부하들과 따뜻하게 소통할 줄 아는 어머니같은 군 리더를 양성하겠습니다. 우리 성신 ROTC에서 배출한 장교는 역시 뭔가 다르고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리 군의 발전과 혁신을 이끌어가고 나아가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훌륭한 리더들을 육성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군 복무 두 아들로 군복만 봐도 뭉클
자, 이제 이야기 방향을 돌려 심화진 총장의 특별한 가족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심 총장 집안은 대대로 안보와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 온 분들이 많다.
우선 심 총장의 아버지인 심용현 성신학원 이사장은 6·25 전쟁 당시의 공로로 충무무공훈장과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육사 8기 출신의 예비역 소령이다. 전역 후에는 성신학원의 이사장으로 교육사업에 헌신했다.
또한 지난 92년 작고한 오빠 심규형은 공사 12기 출신 예비역 대령으로 전투기 조종사였다. F-5 전투기 비행시간만 3,000시간에 달하는 베테랑이었다고.
게다가 학군단 유치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핀잔 받기도 하지만, 심화진 총장의 남편은 전인범 육군 제27사단장이다. 평소 “내가 군인인 줄 모르고 결혼했는가? 나의 목숨은 국가의 것이다”라는 말을 즐겨하며 가정보다 군을 먼저 생각하는 천상 군인이라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전인범 심화진 부부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둘 다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다는 대목에 이르면, 이런 경우를 두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표현이 나오는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큰 아들 민규는 레바논 파병을 자원해 동명부대에서 6개월을 근무하고 현재 72사단에서 1종 보급병으로 근무하고 있다. 작은 아들 민우는 전방사단에서 정보병으로 복무하고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집안으로 봐주시니 부끄럽습니다. 저희 집안은 대대로 백년지대계인 교육과 안보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아들이 둘 다 군대에 있다보니, 모정을 사무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큰 아들이 위험한 레바논에 간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는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기도 했지요.”
우연한 일치지만, 당시 성신여대 부총장의 아들도 레바논 파병을 자원했었다는 것. 그래서 대학 총장 아들과 부총장 아들이 동시에 레바논에서 동시에 근무하는 진기록을 남긴 것이다. “저는 군 생활이 인생의 퇴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군에 있는 아들들을 입대 전과 비교해보니 못 본 사이에 훌쩍 성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양한 환경의 동료들과 성장하면서 남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고 동시에 책임감도 강해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부모 곁을 떠나 혼자 고민하고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군대에서 이런 정신을 배우고 몸에 익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군 생활이 젊은이들의 교육도장으로서도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하늘이 청명했다. 캠퍼스와 마주한 오패산도 살짝 물을 들였다. 문득 이런 계절의 변화를 바라볼 때면, 자식을 군대에 보낸 이 땅의 모든 어머니의 마음 한 구석에 스산함이 밀려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 총장에게 자식같은 병사들을 위한 격려의 말씀을 부탁했다.
“국군 장병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금 이 시간에도 조국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각지에서 고생하고 있을 장병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 두 아들도 현재 여러분처럼 군에 복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길을 지나다 군인을 보면 아들들이 생각나며 가슴이 뭉클합니다. 부디 군에 있는 동안 몸 건강히 지내고, 밝은 모습으로 전역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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