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타악기 공연 앞둔 육군 제 17사단 507보병여단
11월 초, ‘강한 기운’을 표출하는 공연 선보이다
‘두둥 둥 둥 두둥 둥 둥.’
육군 제17사단 507보병여단 체육관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여간 심상치 않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소리는 더 큰 울림으로 기자의 가슴을 두드린다. 병사 들이 전통타악기 교육을 받고 있는 현장으로, 깊고 웅장한 모듬북 소리와 경쾌한 사물놀이 소리가 한 데 어우러져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병사 12명은 지난 7월부터 ‘연희집단 The 광대’의 강사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는데, 4명은 사물놀이 교육을, 나머지 8명은 모듬북 교육을 받는다. ‘연희집단 The 광대’는 탈춤, 풍물, 남사당놀이 등 다양한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연희극의 창작을 지향하는 단체다. 단체 소속 최영호 강사는 모듬북을, 안대천 강사는 사물놀이를 담당한다.
그동안 사물놀이팀은 사물놀이를 구성하는 네 가지 악기(북, 징, 장구, 꽹과리)의 담당을 나누고 자신이 맡은 악기의 장단을 배웠다. 가장 기초적인 ‘채 잡는 법’부터 시작해 우도나 좌도, 웃다리 중 하나를 선택해 체계적으로 마스터했다.
한편 모듬북팀은 교육 전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자신들이 연주하게 될 모듬북을 손수 만든 것. 직접 만든 모듬북으로 연주를 하니, 더욱 애착이 갈 터. 최 강사 또한 “악기에 대한 애정을 갖게 돼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악기를 배우는 프로그램은 많이 있지만, 직접 악기를 만드는 프로그램은 경험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병사들에게 특별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사물놀이에 장단이 있듯, 모듬북에도 장단이 있다. 그 장단을 표현하려면 동작이 크고 역동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물놀이의 장단과 모듬북의 장단은 다르기 때문에 강사들은 머리를 맞대어 사물놀이의 장단을 모듬북화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소리가 하나로 통일되었을 때, 더 아름다운 소리로 피어나기 때문이다. 11월 초에 열리는 공연의 컨셉은 ‘강한 기운’으로, 강한 남자를 표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복장은 군복 바지에 민소매 티만 입는다. 공연 시간은 총 7분인데, 짧아 보이지만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 연주는 합주로 펼쳐진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모듬북 위에 물을 쏟고, 북채로 두드리는 모습이다. 최 강사는 “물이 튀기는 모습에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타악기로 스트레스 해소 및 심신 단련
전통예술은 특별한 교육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고서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 그런 전통예술을 군대에서 교육한다는 것은 병사들에게 전통예술의 의미를 바로 심어주고, 실제 체험을 통해 흥미와 멋을 느끼게 한다. 또한 흥겹게 연주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을 단련할 수 있다. 장구 교육을 받고 있는 김지원 상병은 다른 병사들과는 조금 다르다. 고등학교때 풍물패로 활동하면서 일찍이 사물놀이에 관심이 있었다. 김 상병은 “평소 관심 있었던 사물놀이를 군대에서도 배울 수 있어 참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공연이 코앞인데, 연습이 잘 안 되어서 걱정이라는 그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니, 실수하지 않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모듬북 교육 중 유난히 눈빛이 반짝였던 병사가 있었다. 전현배 상병으로, 그는 부대에서 전통타악기 교육 희망자를 신청 받을 때 뜸도 들이지 않고 지원했다. 모듬북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주저할 틈이 없었단다. 그는 모듬북의 매력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꼽았다. 교육자는 학습자의 실력 평가에 냉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안 강사는 병사들에게 고맙고 미안하기만 하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휴식을 취할 시간에 교육을 받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잘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안 강사는 “여러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군인입니다”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며 “공연 점수로 100점 만점에 150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제 D-Day가 얼마 남지 않았다. 최 강사는 병사들에게 “긴장만 많이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전원 모두 ‘하나된 호흡’을 자랑하는 병사들이므로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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