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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동행 취재] 국방FM ‘우리부대 이야기’의 작가 김창주 교수

[동행 취재] 국방FM ‘우리부대 이야기’의 작가 김창주 교수

 

 

 

“군대는 나의 운명이자 고향”

 

 

군인으로 14년, 군무원으로 24년. 도합 38년의 긴 세월을 군과 함께 하고도 다시 장병들의 곁으로 돌아온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국방FM 칼럼니스트인 김창주 교수. 장병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현장을 전하기 위해 전국의 군부대를 누비는 그의 여정에 동행했다.

 

글/ 유희종 기자

사진/ 조상철 A&A스튜디오 디렉터

 

 

 

장병의 목소리로 군을 말하다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7사단 을지포병대대. 밝은 목소리로 호탕한 인사를 건네는 김창주 교수를 만났다. 비포장도로를 한참이나 달려 장병들을 만난 곳은 휴대폰 안테나조차 서지 않는 격오지였지만 그는 고향을 찾은 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군과 인연을 맺어온 김 교수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1박 2일의 취재를 위해 그가 준비한 장비는 손에 들린 스마트폰 하나. 라디오를 통해 병사들의 현장감 있는 소식을 전하기에는 충분했다.

 

김 교수의 취재는 큰 틀을 제외하고는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지휘관의 안내로 둘러본 생활관은 저마다의 관물대에 병사 자신의 목표와 꿈이 써 붙여져 있었다. 부대가 자랑하는 ‘목표지향적 부대관리’ 방침 덕분이라고 했다. 이때, 생활관에서 쉬고 있던 어느 병장이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김 교수의 스마트폰 속으로 녹음돼 들어갔다. 어머니를 그리는 한 이등병의 고백도, 부대와 지휘방침을 소개하는 대대장의 음성도 그가 들려주고픈 부대 이야기를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그의 얼굴에 연신 떠오른 미소가 자랑스러운 후배들에 대한 흐뭇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40여 년을 이어온 군과의 인연

 

 

사실, 김 교수는 장교로 임관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오랜 세월을 군과 함께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일찌감치 가정을 꾸리고 싶어 병사보다는 장교의 길을 택했던 것. 그랬던 것이 어느덧 38년, 그 사이 그는 소령으로 예편해 종합행정학교에서 군교수를 지내며 병역제도와 병영문화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논문을 통해 최초로 병역제도를 수식으로 풀어내 통일한국에 적합한 병역제도를 예측한 것도 김 교수다.

 

지난 2008년 12월 30일 정년을 맞았지만 운명이자 고향 같은 군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군무원 시절부터 해왔던 아침 칼럼을 비롯해 지금까지도 삶의 어느 한 순간, 군과의 인연이 스며있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군대는 김 교수에게 있어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터전이었기에 그 역시 후배 장병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국방FM에서 방송된 ‘김창주의 전적비 순례 800.’ 대한민국의 전적비 800여 곳을 모두 돌아보며 전쟁사를 정리했고, 그 시절 그 자리에서 직접 총을 잡았던 용사들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것만도 300여 명에 이른다.

 

취재 당시 16회를 맞이한 김 교수의 ‘우리부대 이야기’는 전적비 순례의 후속과도 같다. 참전용사와 전몰용사의 희생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복무 중인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이 60년 전의 선배들처럼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군대는 병사들이 자신의 삶을 만드는 장이자 이 시대의 ‘화랑’을 키워내는 자리여야 한다고 말하는 김 교수. 그는 오늘도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화랑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