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사랑의 키워드…‘너를 믿어’
육군 제11사단 코뿔소대대 곽준호 일병 & 이정미 양
홍천 시외버스터미널의 유리창을 통해 커플을 처음 만났다. 꼭 잡은 손과 마주한 얼굴에서 느껴진 유쾌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다정하게 서로의 곁을 지키는 곽준호 일병과 그의 곰신 이정미 양은 연신 청량한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 좋은, 그래서 주변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속 깊은 커플의 이야기.
연애의 시작은 스파르타?!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것도, 이런 촬영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서 어색하네요.” 멋쩍어하면서도 털털하게 웃어버리는 정미 양과 곁에서 말없이 미소 짓는 곽 일병. 그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은 올해로 꼭 5년을 만나온 오랜 연인이다. 아마추어 스키 선수로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곽 일병이 같은 팀 누나의 친구인 정미 양을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은 2006년 11월. 시즌 내내 스키 동호회 사람들과 다함께 스키장에 머물면서 곽 일병이 정미 씨에게 스키 타는 법을 가르쳐주며 친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12월 24일, 로맨틱한 기운이 절정에 이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연인이 됐다. 그것도 새하얀 눈이 온 천지를 뒤덮은 스키장에서. “처음엔 스키를 잘 타지 못했는데,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높은 곳에서 내려오느라 넘어지고 구르곤 했어요. 그런데 준호가 ‘여자들은 보통 넘어지면 아프다고 주저앉기 일쑨데 씩씩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멋지다’고 칭찬을 늘어놓는 거예요. 나중엔 온몸에 피멍까지 들었지만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아프고 힘든 내색을 하겠어요.” 심신이 고달픈(?) 연애 초기였기에 오히려 더 큰 추억이 됐다는 정미 양. 곽 일병도 당시를 회상하며 “오뚜기처럼 일어나는 강한 모습이 좋았다”고 고백했다. 곽 일병과 정미 양은 지금도 겨울이면 스키장을 자주 찾는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숙소를 잡아두고 시즌 내내 스키를 타며 겨울을 보내는 일도 많다. 26살의 곽 일병과 이제 서른을 맞은정미 양,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 커플답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까지 꼭 닮았다. 둘 다 외향적인 성격이라서 입대 전에는 웨이크보드나 볼링 등 활동적인 데이트를 즐겨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첫 데이트 코스인 수타사 생태숲은 한참을 걸어야 하는 산책로지만 두 사람은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즐겁게 촬영에 임했다. 탁 트인 전경과 맑은 공기를 즐기며 함께 있는 시간을 만끽하는 연인의 모습을 위해 숲이 가을 풍경을 선물한 듯 했다. 나를 채워주고 나를 완성시키는 그대 탄약관리병인 곽 일병은 자원입대를 한 재일교
포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입대를 결심한 곽 일병도 생각이 많았겠지만, 뒤늦게 ‘군바라지’를 시작해야 했던 정미 양도 고민이 많았을 터. 미래를 준비할 시기에 곰신이 되는 일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처음엔 조금 힘들었어요.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슬펐죠. 그래도 평소 남자친구를 아껴주시던 분들, 함께 친했던 사람들이 자주 만나서 챙겨주고 위로해줬어요. 이젠 어떤 자리든 제가 끼기만 하면 화제가 군대 이야기로 바뀔 정도에요.”
연인이 그립고 생각나기는 군화인 곽 일병도 마찬가지다. “생일이나 기념일에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정미의 생일이 있었던 8월에는 원주로 파견을 가는 바람에 면회도 안돼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어요. 아는 분들과 즐겁게 보냈다고는 하지만 곁에서 챙겨주지 못하니미안함이 크죠.”
2주 전 일병을 달고 첫 휴가를 다녀왔지만, 휴가도 없었던 이등병 시절에는 정미 양이 자주 면회를 가면서 그리움을 달랬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고대하던 첫 면회였다. “첫 면회를 가기로 약속한 날에 태풍이 몰아쳤어요. 비행기가 연착될 정도로 큰 태풍이었지만 그렇다고 기다리고 있을 남자친구를 실망시킬 수야 있나요? 폭풍우를 헤치고 끝내 면회를 갔죠.” 10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인 면회 시간 내내 비를 피해 면회실에 머물러야 했지만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던 연인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화창한 하루였다.
다행히 첫 면회의 아쉬움은 첫 휴가에서 완전히 털어버릴 수 있었다. 원래 첫 휴가는 4박 5일인데 곽 일병은 11박 12일짜리 휴가를 받았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체력이 좋아서인지 훈련소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둬 포상을 받은 데다, 자대배치 한 달 만에 통역병으로 파견을 다녀와 그에 대한 포상도 추가됐던 것이다. 데이트를 며칠 앞두고는 부대에서 열린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 3위를 해서 포상을 또 받아두었다는 곽 일병. 늠름하고 남자다운 모습에 연상연하 커플인 것을 잊을 정도였다. 연하남에게는 관심도 없었다는 정미 양도 곽 일병의 든든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준호는 또래에 비해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어서 이야기가 잘 통했어요. 오래 만났지만 만날수록 더 잘해주고 더 챙겨주는 한결같은 모습만보여주고요. 싸우는 일도 거의 없어요.” 연하에 군인이라는 악조건(!)이지만 곽 일병을 만나보신 정미 양의 어머니가 선뜻 교제를 허락 하신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쑥스러운 얼굴로 곁에 앉아 있던 곽 일병도 이에 질 세라 정미 양을 칭찬하고 나섰다. “정미는 잘 웃고 활달한 모습이 참 예뻐요. 제가 집에 없는 동안 저를 대신해 부모님도 자주 찾아뵙고요. 아들만 둘 있는 집에 딸처럼 사랑받고 있죠. 얼마 전에는 아버지 생신도 챙겨드렸더라고요. 제게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에요.”
믿음이 있어 친구처럼 편안한 두 사람. 자유롭게 대화하기조차 어려운 군화와 곰신에게 가장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 이들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군 생활을 통해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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