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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의 지난 이야기/2011-2015

[2013, 7월의 동아리] 12사단 향로봉연대 수영동아리 '향수'

 

물보라의 향연, 병영판 워터보이즈

육군 12사단 향로봉연대 수영동아리 '향수'

 

 

파란 물결이 넘실거리는 수영장에서 한 무리의 장병들을 만났다. 바로 펠프스 뺨치고 박태환도 울고 갈 12사단 향로봉연대 수영동아리 '향수'다 미처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그들은 세찬 물보라를 만들어 내며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그들에게서 요즘 울산 앞바다에 자주 출몰한다는 한 무리 돌고래 떼의 모습이 겹쳐졌다. 돌고래처럼 매끈하게 몸매가 좋은 것은 둘째치고라도 어쩜 수영실력까지 수준급이다.

 

동아리 활동을 팍팍 지원해주는 향로봉 연대

 

도시와 동떨어져 남자들끼리만 생활하는 군부대에서 취미활동이나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이렇다 할 만한 시설 하나 없이 주변이 휑한 부대는 더하다. 향로봉연대도 동아리가 생기기 전까지는 마찬가지였다. 병사들이 주말 개인정비시간에 하는 일이라고는 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것 뿐.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향로봉연대의 연대장 함남규 대령은 머리위로 백열등 깜빡이는 묘책을 생각해냈다. 병사들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동아리를 만들어 팍팍 지원해주는 것! 생각은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우선 병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동아리 활동 역시 훈련과 다름이 없을테니 말이다.

수영동아리는 연대 병사들이 가장 원하며 하고 싶어하는 동아리 활동중 하나였다. 다행히도 12사단 향로봉연대가 위치한 강원도 인제에는 부대와 멀지 않은 거리에 인제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수영장이 있다. 활동을 원하는 병사도 장소도 있으니 조건은 모두 갖춰졌다. 그래서 올해 3월 드디어 12사단 향로봉연대 수영동아리 '향수'가 탄생하게 되었다.

 

 

 

"동아리 활동이 있는 토요일만 기다립니다"

현재 수영동아리 향수에서 활동하는 병사는 모두 34명. 하지만 휴가와 근무로 인해 매주 평균 20여명 정도의 인원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다. 향수의 책임간부 유재형대위는 "수영동아리가 워낙 인기가 높아 들어오겠다는 인원이 더 많았지만 이동이나 장소의 문제가 있어 더 많이 뽑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통솔하기에는 이정도의 인원이 가장 적당하다고. 지금은 전역하는 이가 있으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동아리원을 뽑고 있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수영을 잘하는 친구들 위주로 뽑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더니 꼭 그런건 아니란다. 이밷 이전에 수영에 취미를 가지고 있던 병사들이나 체대에 다니는 병사들, 심지어는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가진 친구도 있긴 하지만 아예 수영을 하지 못하는 병사들도 함께 배우는 중이라고. "흠, 그렇다면 수영을 가르쳐줄 전문 강사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니 유재형 대위가 멋쩍게 웃었다. 주변의 시선이 모두 유 대위에게 쏠렸다. 알고 보니 그는 전직 수영선수 출신에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까지 보유한 수영인재였던 것. 가족같은 분위기에 강습도 잘해주니 동아리원들도 그를 잘 따른다.

이제 향수가 만들어진 지 5개월에 접어들었다. 병사들은 동아리 활동이 있는 토요일만을 기다린다. 향수가 병영생활을 활기차게 바꿨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앞으로 향로봉연대의 자랑거리가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